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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암살 공격 경험 많은 이스라엘 전세계 하마스 지도자 살해 계획 준비

등록 2023.12.02 09:46:42수정 2023.12.02 09:5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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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 총리 연설에서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국방장관은 "모두 죽은 목숨"이라고 공개 천명

이스라엘 전직 정보 책임자들 찬반 논란 벌이기도

[텔아비브=AP/뉴시스]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 달 17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방문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 하는 모습.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 전쟁이 끝난 뒤 전세계의 하마스 지도자들을 살해하도록 정보기관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2023.12.02

[텔아비브=AP/뉴시스]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 달 17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방문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 하는 모습.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 전쟁이 끝난 뒤 전세계의 하마스 지도자들을 살해하도록 정보기관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2023.12.02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가자 전쟁이 끝난 뒤 지난달 7일 이스라엘 공격에 책임이 있는 전 세계의 하마스 지도자들을 살해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지시에 따라 레바논, 튀르키예, 카타르 등지의 하마스 지도자를 추적하는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고 이스라엘 당국자들이 밝혔다.

이스라엘 당국자들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여성 차림의 자객을 베이루트에 보내 팔레스타인 전투원을 살해하고, 관광객을 위장한 자객을 두바이에 보내 하마스 지도자를 살해했으며, 시리아에서는 차량 폭탄으로 헤즈볼라 지도자를 살해하고, 이란에서는 핵과학자를 원격 조종 소총으로 살해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최근 몇 년 동안 외교 갈등을 피하기 위해 카타르, 레바논, 이란, 러시아, 튀르키예 등에 피신해 있는 하마스 지도자들 공격을 자제해왔다. 

네타냐후 총리는 1997년에도 요르단에 체류하는 하마스 지도자 할레드 메살을 독살하도록 지시했으나 실패한 적이 있다. 당시 마살이 의식을 잃었으나 암살 시도가 실패하고 공작원 2명이 체포되면서 이스라엘은 해독제를 내놓고 추가로 하마스의 정신적 지도자 셰이크 아메드 야신을 석방해야 했다. 마살은 이후 이 사건으로 하마스가 힘을 받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일부 이스라엘 당국자들은 하마스 지도자 암살 계획을 비밀에 부치기를 원하지만 네타냐후 총리가 지난달 22일 연설에서 암살 의지를 밝혔다.

그는 “모사드(이스라엘 대외정보국)에 하마스 지도자들이 어디에 있든 행동에 나서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당시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하마스 지도자들은 “죽은 목숨”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들은 살해 대상으로 정해졌다. 전 세계에서 투쟁이 있을 것이다. 가자 지구의 테러리스트는 물론 값비싼 비행기를 타고 다니는 이들까지”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전 세계적으로 하마스 지도자를 살해하려는 계획은 미국이 이슬람국가(IS) 잔당에 대응하는 방식과 마찬가지로 하마스가 다시는 위협 세력이 될 수 없도록 하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가자 전쟁을 조기에 끝내기 위해 하마스 하급 전투원들을 가자 지구에서 추방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이스라엘 당국자들은 마살과 최고 정치지도자인 이스마일 하니예 등 지난달 7일 이스라엘 공격을 찬양한 해외 거주 하마스 지도자들을 즉시 살해하길 바라지만 인질 석방 협상 때문에 자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스라엘 전 정보기관장들 일부가 네타냐후 총리의 하마스 지도자 암살 계획을 비판하고 있다. 에프라임 할레비 전 모사드 국장은 하마스 지도자를 살해해도 위협이 사라지지 않으며 추종자들을 자극해 더 큰 위협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 세계 하마스 지도자들을 제거하려는 것은 보복 행위이지 전략 목표 달성을 위한 행위가 아니다. 살해 계획은 설득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군정보국장을 역임한 퇴역 장성 아모스 야들린은 “정의의 실현”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든 하마스 지도자들, 공격에 가담한 모두, 공격을 계획한 모두를 심판하거나 제거해야 한다. 그게 맞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언론인 로렌 베르그만이 쓴 “일어나 죽이기부터 해라”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2차 세계 대전 이후 2700 차례에 걸쳐 해외 암살 작전을 펴왔다.

이스라엘이 건국된 1948년 이전부터 유대인 전투원들이 영국 팔레스타인 의무 행정부 소속 유럽 외교관들을 살해했다. 1960년대에는 이스라엘 공작원들이 우편 폭탄으로 이집트의 로켓 개발을 도운 전 나치 독일 과학자를 살해했다.

2010년 이스라엘은 유럽국가 가짜 여권을 가진 공작원을 관광객으로 위장해 두바이로 파견해 하마스 군사 조직을 설립한 마흐무드 알맙후를 노렸다. 당시 촬영된 감시 영상에 테니스 선수로 위장한 이스라엘 정보원이 맙후를 따라가고 있고 맙후가 경련을 잃으켜 질식사하는 장면이 나온다. 맙후는 당시 자연사한 것으로 추정됐으나 두바이 정부가 공격팀을 적발해 이스라엘이 암살했다고 비난했다.

이후 아랍에미리트(UAE)와 이스라엘 관계가 몇 년 동안 경색됐다.

1972년 독일 뮌헨 올림픽 당시 팔레스타인 전투원들이 이스라엘 선수단을 공격해 2일 동안 인질극을 벌인 끝에 인질 11명을 살해한 사건을 계기로 이스라엘은 해외 비밀 암살 공격을 정부 정책으로 삼아왔다.

당시 골다 메이어 이스라엘 총리가 뮌헨 사건에 연루된 팔레스타인 전투원들을 추적하도록 정보기관에 지시했다. 당시 공작은 “신의 분노 작전”으로 명명됐으며 2005년 스티븐 스필버그 미 영화감독이 영화로 만들어 오스카상을 받았다.

이스라엘은 뮌헨 사건에 연루된 팔레스타인 민병대를 20년 동안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스, 키프로스, 레바논 등지에서 살해했다. 프랑스에서는 전화기에 심은 원격 폭탄을 터트렸고 로마에서는 소음기를 단 총으로 여러 명을 살해했다.

이 작전에 오래 참여한 인물이 특공대원 출신 에후드 바락으로 뒤에 총리가 됐다. 1973년 바락은 동료들과 함께 여성으로 분장해 베이루트에 잠입한 뒤 뮌헨 사건에 연루된 팔레스타인 전투원 3명을 살해했다.

신의 분노 작전은 그러나 1973년 대실패를 겪은 적도 있다. 노르웨이에서 웨이터로 일하는 모로코인을 뮌헨 사건 연루 팔레스타인 전투원으로 착각해 살해한 것이다. 당시 이스라엘 공작원 15명이 체포됐으며 5명이 단기 복역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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