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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테러에서 100여명 구한 15세 '소년 영웅'

등록 2024.03.26 16:5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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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에게 길 안내하고 마지막으로 빠져나가

[서울=뉴시스] 러시아 모스크바 테러 현장에서 100명 이상을 구한 중앙아시아 출신 이민자 소년이 러시아에서 ‘시민 영웅’으로 떠올랐다고 24일(현지시각) 뉴욕포스트 등 외신이 보도했다. 사진은 사연 속 소년 '이슬람 할릴로프(15)'의 인터뷰 모습. (사진=뉴욕포스트) 2024.3.26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러시아 모스크바 테러 현장에서 100명 이상을 구한 중앙아시아 출신 이민자 소년이 러시아에서 ‘시민 영웅’으로 떠올랐다고 24일(현지시각) 뉴욕포스트 등 외신이 보도했다. 사진은 사연 속 소년 '이슬람 할릴로프(15)'의 인터뷰 모습. (사진=뉴욕포스트) 2024.3.26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수민 인턴 기자 = 러시아 모스크바 테러 현장에서 100명 이상을 구한 중앙아시아 출신 이민자 소년이 러시아에서 ‘시민 영웅’으로 떠올랐다.

24일(현지시각) 뉴욕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키르기스스탄에서 러시아로 이주한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이민자 2세 ‘이슬람 할릴로프’(15)는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의 1층 물품 보관소에서 아르바이트 중이었다.

22일 테러 당시 할릴로프는 일하던 중 갑자기 소란스러운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난동이나 기계 고장으로 생각했지만 이내 총격과 비명이 점점 커지고 겁에 질린 사람들이 달려가는 것을 보고 심각한 상황임을 인지했다.

당시 촬영된 영상을 보면, 할릴로프가 우왕좌왕하며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100여 명의 사람들을 향해 “저쪽으로, 저쪽으로, 모두 저쪽으로 가세요!”라고 소리치며 안전한 건물 방향으로 대피를 유도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해당 영상은 할릴로프가 자신이 안전하다는 것을 부모님에게 알리기 위해 켜둔 것으로 알려졌다.

소년은 채용 교육 때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고객을 어떻게 대피시키는지 잘 숙지했고, 건물 내부 구조와 비상구 위치를 익혀둔 상태였다.

당시 정문은 총격범이 점령하고 있었고 반대편에는 직원 카드로 열 수 있는 비상구가 있었는데 할릴로프는 본인의 카드로 이 비상문을 열어 100여 명의 사람들을 무사히 밖으로 탈출시켰다고 한다.

소년은 인터뷰를 통해 "이 모든 일이 내 눈앞에서 일어났다. 한 남자가 눈앞에서 총에 맞았는데 그 생각을 멈출 수가 없다"며 "나는 사람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어디로 데려가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 “충격에 빠져 서 있으면 나와 수백명이 목숨을 잃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내가 영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할릴로프는 본인도 도망치고 싶었지만 사람들이 모두 빠져나가는 것을 끝까지 확인하고 마지막에 탈출했다고 전했다.

할릴로프의 영웅적인 행동이 알려지며 많은 이들이 그의 용기와 결단력에 감사를 표했다. 러시아 프로축구 스파르타크 모스크바 구단은 유소년팀에 소속된 그를 경기장으로 초청해 1군 선수들을 만나게 해주고 시즌티켓과 유니폼을 선물했다.

또 러시아 래퍼 모르겐시테른은 감사의 표시로 100만 루블(약 1450만 원)을 전달했다. 러시아 무슬림 지도자인 무프티 셰이크 라빌 가누트딘은 그에게 최고 무슬림상을 수여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테러범들이 무차별 총격을 가해 137명이 숨진 이 사건은 지난 22일 모스크바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서 발생했다. 이에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가 배후를 자처했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배후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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