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대통령과의 대화' 주저하고 있는 전공의들…이유는 무엇?

등록 2024.04.04 12:13:09수정 2024.04.04 13:59:29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의대증원 원점 재논의 등 입장 없어"

"선거 앞두고 대화 추진 진정성 의심"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지난 2월20일 서울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대한전공의협의회 긴급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의사가운을 입은 전공의들이 총회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2024.02.20.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지난 2월20일 서울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대한전공의협의회 긴급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의사가운을 입은 전공의들이 총회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2024.02.2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전공의들을 직접 만나고 싶다는 뜻을 밝혔지만, 전공의들은 침묵을 지키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전공의들이 줄곧 요구해온 근거가 불분명한 의대증원 원점 재논의 등이 수용되지 않고 있는 데다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진행되는 대화에 진정성을 느끼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많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정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대통령실은 이달 들어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들과 연락이 닿기 위해 백방으로 알아보고 있다. 하지만 전공의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정부에서 의대 증원 원점 재논의 등 타협안을 제시해야 대화의 물꼬가 트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이 두 달 가까이 지속되면서 갈등의 골이 깊은 만큼 정부가 전향적인 입장을 밝혀야 대화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이유다.

전공의들은 의대 2000명 증원의 과학적인 근거가 불분명하고 구체적인 재원 확보 방안이 없다며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의대 증원 계획 전면 백지화'를 요구해왔다. 실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의대 증원 계획 전면 백지화는 대전협이 정부에 제시한 7대 요구사항 중 첫 번째 사항이다.

이 밖에도 대전협은 ‘과학적인 의사 수급 추계 기구 설치’, ‘수련 병원의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의료사고 법적 부담 완화책 제시’,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업무개시명령 전면 폐지’, '부당한 명령 철회 및 사과' 등도 함께 요구해왔다. 이런 요구에 정부가 응하지 않으면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전공의들이 수련 환경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지금까지 배우는 기회보다 근무에 치중돼 있는 수련 시스템 하에서 고강도 업무 속에서 적절한 대우도 받지 못해왔기 때문이다. 주당 80시간 이상 시급 1만 5200원을 받으며 버텨왔다.

특히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정부에 '업무개시명령 전면 폐지', '부당한 명령 철회 및 사과'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서울의 주요 대학병원 전공의 A씨는 "업무개시명령은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집단으로 휴업하거나 폐업해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경우 내릴 수 있다"면서 "지난달 보건복지부 박민수 차관이 “의료대란은 과장된 표현”이라고 한 만큼 타당하지 않은 명령을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에 응하지 않고 의료 현장에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를 대상으로 면허 정지 처분 절차를 밟아왔다.

전공의들은 직업선택의 자유라는 헌법상의 권리를 바탕으로 사직서를 제출한 만큼 업무개시명령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전공의법) 10조의 3항에는 수련병원 등이 수련계약을 체결할 때 전공의의 자유 의사에 따라 공정하게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대통령실이 의대 증원 규모인 2000명에 대해 조정 가능하다고 밝혔지만,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서울의 주요 대학병원 전공의 B씨는 "선거를 앞두고 갑자기 대통령과의 만남이 추진되는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의료계와의 약속을 수 차례 파기한 전례가 있다.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정부와 의사단체의 약속으로 2001년부터 초진료를 의원급 기준 1만2530원으로 인상했지만 정부의 일방적 결정으로 9950원으로 다시 인하됐다. 2020년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추진 등으로 인한 의료계 총파업 당시에도 보건복지부는 의정협의체에서 대한의사협회와 협의하고, 의대 정원 통보 등 일방적 정책 추진을 강행하지 않겠다고 합의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대통령과 전공의들의 만남이 성사되기까진 시간이 다소 소요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서울의 주요 대학병원 B 교수는 "대통령이 의대 2000명 증원을 원점 재논의하자고 선언하면 전공의, 교수, 의협과 향후 대책에 대해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현재로선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오는 10일 국회의원 선거 이후 대화가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