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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수 "지금 우울해서 미칠 것 같다고요?"[조수원 BOOK북적]

등록 2024.07.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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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줄도 모르고 살아가는

요즘 어른을 위한 마음공부' 출간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아픈 줄도 모르고 살아가는 요즘 어른을 위한 마음공부' 저자 김병수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이 17일 서울 서초구 의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7.17.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아픈 줄도 모르고 살아가는 요즘 어른을 위한 마음공부' 저자 김병수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이 17일 서울 서초구 의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7.1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조수원 기자 = "이십 년 넘게 진료하고 있지만 날마다 매번 새로운 우주를 만납니다. 시간이 오래 흘러도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나 마찬가지처럼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한참 동안 환자의 이야기를 들었는데도 블랙홀을 들여다본 것처럼 눈에 잡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정신과 의사로서 부족한 내 능력 탓이겠지만, 그래도 꼭 짚고 넘어가고 싶은 다른 이유가 하나 있습니다. 그건 바로 자기 마음인데도 그걸 제대로 표현할 줄 모르는 이들이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5~6쪽)

'아픈 줄도 모르고 살아가는 요즘 어른을 위한 마음공부'를 펴낸 김병수 정신과 의사는 "정신적인 문제는 환자가 자기 상황을 표현하고 자신의 느낌을 묘사할 때 실체가 드러난다"고 했다.

"정신과에서는 환자를 객관적으로 관찰하기도 하지만 환자가 자기세계를 보여줘야 해요. 보여주는 건 전부 '말'입니다."

그는 "환자들이 자신을 보여주는 감정적인 언어가 부족하다"며 "진단 기준을 명확히 알아야 한다"고 했다.

"우울증에 걸렸으니까 표현이 위축돼 어쩔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하지만 그럼에도 자기 세계를 보여주는 언어들이 필요합니다. 표현력이 필요한데 현실에서 제한적인 것 같아요."
"우울증이라는 이름 때문일 텐데, 우울증 환자는 당연히 우울한 기분에 푹 젖어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실제로는 '우울감 없는 우울증 환자'가 많습니다. 제 임상 경험에 비춰보면 “나는 지금 우울해서 미칠 것 같아요”라는 환자보다 “감정이 무뎌졌어요. 좋은 것도 싫은 것도 느껴지지 않아요”라고 호소하는 사례가 더 많습니다. 취미에 대한 관심이 싹 사라지고 친구가 재밌다며 권한 영화를 봐도 아무런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하는 식입니다. 총천연색 컬러 텔레비전이던 세상이 흑백 무성영화처럼 보이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김병수 의사는 "개인의 아픔과 상황에 대한 묘사를 잘못한다"며 "의사로서는 묘사를 못 하면 우울증을 속단할 수도 없기에 '다음에 보자'라는 얘기가 결국 제일 안전한 진단과 치료"라고 토로했다.

그래서 낸 이 책에는 스트레스와 번아웃, 우울증에 대한 심리적 원인과 효과적인 관리법을 풀어냈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아픈 줄도 모르고 살아가는 요즘 어른을 위한 마음공부' 저자 김병수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이 17일 서울 서초구 의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7.17.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아픈 줄도 모르고 살아가는 요즘 어른을 위한 마음공부' 저자 김병수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이 17일 서울 서초구 의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7.17. [email protected]



과도한 스트레스에 번아웃이 오고 이것이 반복되고 심해지면 우울증까지 겪을 수 있다. 그럼에도 약한 자신을 강하게 다독이고 ‘멘탈 강화’를 다짐하며 살아간다. 아픈 줄도 모르고, 아플 수도 없는 마음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요즘 어른의 삶이다.

우울증에 걸린 환자들은 현재 우울한 기분을 설명하기 위해 원인을 되뇌는 행위를 반복한다고 한다.

김병수는 "이를 반추라고 하는데, 환자들은 무기력한 상태에서 벗어나려는 원인을 찾는다고 착각한다"며 "반추의 역기능은 생각할수록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더욱 수렁에 빠지는 느낌이 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반추에 빠진 사람은 이 행위가 자신을 더 힘들게 만든다는 인식조차 못 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머릿속에서 생각이 라면 면발처럼 꼬여 있는 현상을 반추라고 합니다. 반추는 '되새김하다'에 해당하는 라틴어 Ruminat에서 파생된 단어인데 소가 음식물을 되새김질하듯 한 가지 이상의 인지적 주제를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곱씹어 생각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울증 환자의 특징적인 병리 현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울 반추에 빠지면 전형적으로 자기 자신과 자신이 얼마나 불쾌한 기분을 느끼고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생각합니다. 반추에 빠진 우울증 환자는 변화하기 위한 행동을 취하기보다는 부정적인 내적 기분에만 몰입하는 특징이 있습니다."(204~205쪽)
주변인들이 우울증 환자를 돕기 위해서는 꾸준한 상호작용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연결이 돼 있다는 느낌이 들게 사람을 바꾸려고 하지 말고 자기 얘기도 편하게 하면서 상호작용을 이어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아픈 줄도 모르고 살아가는 요즘 어른을 위한 마음공부' 저자 김병수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이 17일 서울 서초구 의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7.17.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아픈 줄도 모르고 살아가는 요즘 어른을 위한 마음공부' 저자 김병수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이 17일 서울 서초구 의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7.17. [email protected]



"우울장애의 진단 범주는 넓어서 진료 시간이 짧으면 의사가 환자의 궁금증을 다 풀어주기 어렵습니다. 이거다, 저거다 발병 이유를 딱딱 짚어주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경과를 지켜보는 과정에서 진단이 바뀔 때도 있고요. '이 의사를 믿어도 될까?' 의심하는 환자도 아마 적지 않을 겁니다. 근본적으로 우울증에 대해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벌어집니다."(183~184쪽)
그는 "환자가 너무 비관적인 이야기만 빠져 있는 경우엔 '많이 힘들어서 그런 얘기를 하는 거구나'라는 점을 고려해 '죽고 싶다'가 아닌 '얼마나 괴로우면 그런 얘기를 할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울증은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지만 재발률이 높다.
"주요우울장애 환자의 50~85%가 최소한 1회 이상 재발하고 평균 재발 빈도는 4회이며, 한 번 재발할 때마다 재발 위험은 16%씩 높아지고 안정기는 짧아집니다."(222쪽)
김병수는 "살다 보면 스트레스가 당연히 생기고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지칠 수도 있다"며 "(완치 이후 우울증이) 재발할 수 있으니 함부로 완치라고 말을 못 하지만 분명히 치료하면 증상은 다 좋아진다"고 말했다.

그는 "심하지 않은 경도의 우울증, 정상과 우울증의 경계인 환자들은 자기 관리만 잘해도 증상을 없앨 수 있고 일반적인 의미에서 우울증 증상은 다 없앨 수 있다"고 했다.

우울증은 전문가와의 상담과 치료가 우선되어야 하지만, 넘치는 정보 때문에 오해와 왜곡 또한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에 매몰되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다른 사람이 좋아하는 게 아니라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게 뭐지?’ 하고 끊임없이 묻고 답하는 과정을 겪지 않은 사람이 많습니다.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내 본성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호기심을 갖지 않고 관심도 안 기울인 거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묻기 전에 내가 원하는 게 무언지 생각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때 가장 필요한 것이 자기 확신입니다. ‘나는 꽤 좋은 사람이야. 나는 나름대로 잘 살고 있어’라는 믿음을 잃지 않는 것이죠. 이런 믿음이 있어야 스트레스를 견딜 수 있습니다."
책에는 내 마음이 아플 때 스스로 점검해볼 수 있는 것들, 전문가에게 치료를 받기 전에 알면 좋은 것들, 가족이나 지인이 우울증에 걸렸을 때 필요한 지식 등 긴요하게 활용할 만한 정확한 지식과 정보를 간추려 담았다.

"감정도 항상 좋을 수만은 없어요. 우울한 느낌을 우리가 어느 정도 안고 가야 하는 어쩔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받아들이는 자세도 필요합니다."
"역기능적 완벽주의는 번아웃의 원인입니다. 완벽함에 집착하면 할수록 마른 수건을 짜는 것처럼 에너지와 시간을 쓸데없이 소모하게 됩니다. 덫에 걸린 완벽주의자는 이미 충분한데도 더 완벽하게 만들려고 애씁니다. 별것 아닌 것도 큰 실수인 것처럼 느끼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자기 자신을 더 열심히 쥐어짭니다. 어떤 성취를 해도 만족감이 없고 설령 만족의 순간이 찾아와도 또 다른 흠결을 찾아다니느라 성취감을 느낄 여유조차 갖지 못합니다. 노력하면 할수록 스트레스는 쌓이고 몸과 마음은 더 지쳐갑니다. 다른 사람에게도 완벽을 강요하게 되고 그러면 관계가 틀어집니다. 완벽의 반대는 실패가 아니라 수용임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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