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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도 고용기간 늘린다"…노사, '계속고용' 바람 속 동상이몽

등록 2024.07.29 06:20:00수정 2024.07.29 07: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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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인구 급감…"2032년 기준 89만명 부족"

숙련공 62세까지 근무 허용한 현대차·GM

社 "성과 중심 개편…취업규칙도 완화해야"

勞 "연령으로 차별하는 것…노인빈곤 우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지난 3월 서울 동작구 50플러스 센터에서 어르신들이 일자리 교육 안내문을 보고 있다. 2024.03.13. ks@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지난 3월 서울 동작구 50플러스 센터에서 어르신들이 일자리 교육 안내문을 보고 있다. 2024.03.1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권신혁 기자 = 저출생, 고령화로 노동인구(생산가능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가운데 올해 현대자동차, 한국GM 등이 기술 숙련공을 62세까지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논의하면서 산업계에 '계속 고용' 바람이 불고 있다.

정부도 경영계와 발맞춰 지원에 힘을 쏟겠다는 방침이지만 계속 고용 방식을 두고 노동계와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모습이다. 정부와 경영계는 임금을 삭감해 고용을 유지하자는 입장이나 노동계는 이러한 방식이 연령차별과 노인 빈곤을 유발한다고 보고 있다.

인구 고령화에 따라 노동 연령을 상향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됐지만,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산업계 전반에 계속 고용이 자리 잡기까지 상당 시간이 걸릴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노동인구 2042년엔 77% 감소…계속 고용 추진하는 산업계

계속 고용 논의가 활발해지는 것은 우리나라 노동인구가 부족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8일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2022년 대비 2032년에 91%, 2042년에는 77% 수준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의 '2022~2032년 중장기 인력수급 전망 및 추가 필요 인력 전망' 연구에서도 인구구조 측면에서 노동 공급은 노동수요 인력에 비해 2032년 기준 약 89만명이 부족할 거라고 내다봤다.

출생아는 줄고 고령자는 늘어나는 '인구절벽'에 놓이자, 기업에서도 계속 고용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해 현대자동차와 한국GM은 최근 노사 교섭을 통해 기술 숙련공이 정년보다 2년 더 일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현대차는 정년을 마친 기술직 근로자를 재고용해 2년간 추가로 일할 수 있게 합의했다. 법정 정년은 60세이나 사실상 고용을 62세까지 연장해 주는 셈이다.

한국GM도 유사한 방식을 긍정적으로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정 정년을 단기간에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당장 노동력 감소에 대응하고자 이 같은 조처를 한 것이다.
[울산=뉴시스] 지난 15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본관 동행룸에서 '2024년 임금협상 조인식'이 개최된 가운데 현대차 이동석 대표이사(오른쪽)와 문용문 현대차 노조 지부장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2024.07.1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울산=뉴시스] 지난 15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본관 동행룸에서 '2024년 임금협상 조인식'이 개최된 가운데 현대차 이동석 대표이사(오른쪽)와 문용문 현대차 노조 지부장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2024.07.1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정부·경영계 "연공급 임금체계는 걸림돌"

계속 고용 흐름이 더딘 배경에는 '고용 방식'을 두고 정부·경영계와 노동계의 입장이 크게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정부와 경영계는 계속 고용의 정착과 확산을 위해 연공급 임금체계를 성과 중심으로 개편하고 취업규칙 변경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업무 성과와 관계없이 나이가 많으면 임금을 많이 받는 연공급 임금체계가 문제라고 보고 있다. 직무와 성과에 따른 차등 보상이 어려워 고용을 연장하는 데 차질이 생긴다는 것이다. 현 체계에서 고령층 근로자를 계속 고용하기 위해서는 고임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사업주에게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도 지난 24일 한국폴리텍대 정수캠퍼스에서 열린 중장년 고용정책 방향 관련 전문가 간담회에서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는 계속 고용 확산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경영계 및 정부는 직무,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용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100인 이상 사업장의 55.2%가 호봉급(연공급)을 도입했으며 100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68%에 달한다.

이와 관련해 엄상민 경희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24일 열린 전문가 간담회에서 "정년퇴직자 재고용제도 운영 사업체의 특징을 분석한 결과 직무급 또는 직능급을 운영하거나 연공급을 사용하지 않는 업체일수록 재고용제도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계속 고용을 위해 임금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본 셈이다.

임금체계 개편을 위해서 취업규칙 변경 절차를 완화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취업규칙은 사업장에서 근로자가 준수해야 할 규율과 근로조건에 관한 세칙을 정한 규칙을 의미한다. 임금의 결정, 계산, 지급 방법 등에 관한 사항이 포함된다.

근로기준법 제94조에 따르면 사측이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할 경우 근로자 혹은 노동조합 과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에 따라 직무급, 직능급 등으로 임금체계를 바꾸는 절차에서 근로자의 의견이 중요해진다.

경총이 지난해 30인 이상 기업 1047개사를 대상으로 '고령자 계속 고용정책에 대한 기업 인식 조사'를 실시한 47.1%가 계속 고용제도 도입 및 정착을 위해 취업규칙 변경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지난해 9월1일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 공청회가 열리는 서울 강남 코엑스 앞에서 국민불신 조장 연금개악 부추기는 재정계산위원회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09.01.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지난해 9월1일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 공청회가 열리는 서울 강남 코엑스 앞에서 국민불신 조장 연금개악 부추기는 재정계산위원회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09.01. [email protected]

노동계 "임금피크제로 귀결…질 낮은 일자리 우려"

반면 노동계는 경영계와 정부의 주장을 두고 "기업의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수단일 뿐, 고용을 유지한다는 명목으로 질 낮은 일자리와 더 적은 임금을 지급하는 임금피크제로 귀결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임금피크제는 근로자가 일정 연령에 도달한 시점부터 임금을 삭감하고, 그 대신 근로자의 고용을 유지하는 제도다.

대법원은 2022년 정년을 그대로 둔 채 고용을 유지하는 '정년 유지형' 임금피크제와 관련해,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임금 등을 차별하는 것이라며 무효라고 봤다.

또 서울고등법원은 2021년 대교의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을 무효라고 판결한 바 있다.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법)을 위반한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이라는 해석이다.

노동계는 경영계 방식의 정년 유지형 계속 고용이 산업계에 자리잡을 경우 노년층의 빈곤을 낳을 것이라고도 우려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지난 24일 "임금 감소를 동반한 고용연장으로 가기 위한 수순"이라며 "연령을 이유로 한 임금 차별은 비정규 노동을 확산하고 노인 빈곤 문제를 더욱 고착화시킬 뿐"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노동계는 계속 고용 방식이 아닌 법적 정년 연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법에 명시된 정년을 늘려 고령 근로자의 안정된 노동을 보장하자는 것이다. 중장년층의 소득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년 연장을 통해 주된 일자리에서의 퇴직 연령을 늦춰야 한다는 의미다.

이 근거로 노동계가 제시하는 것은 국민연금과의 연계다. 연금 수급 연령을 정년과 일치시켜 중장년 근로자의 소득을 보장하자는 주장이다. 현재 국민연금 개시 연령과 법정 정년은 일치하지 않아 최대 3~5년간 소득의 공백이 생긴다. 다만 이는 경영계가 주장하는 '유연성'과 상반된다는 점에서 또 다른 충돌을 유발할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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