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의 0점, 그래도 주저앉지 않은 김예지…"인생은 계속되니까"[파리 2024]
파리 올림픽 최고 스타로 떠올라…주 종목서 본선 탈락
"실망스럽지만 여정의 일부…4년 뒤 금메달 보여줄 것"
딸의 것으로 알려진 코끼리 인형…"사실 코치의 선물"
[샤토루=AP/뉴시스] 오예진(오른쪽)과 김예지가 28일(현지시각) 프랑스 샤토루 슈팅 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사격 공기권총 10m 결선에서 각각 금메달과 은메달을 따낸 후 시상대에 올라 태극기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오예진은 결선에서 총점 243.2점으로 올림픽 신기록과 함께 금메달을, 김예지는 총점 241.3점으로 은메달을 따내며 한국의 이틀 연속 메달 소식을 전했다. 2024.07.28.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이 대회가 내 커리어나 인생을 정의하진 않으니까요."
2024년 여름, 파리의 최고 스타로 떠오른 사격 대표팀 김예지(임실군청)가 자신의 첫 번째 올림픽을 마무리했다.
김예지는 2024 파리 올림픽을 통해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스타로 떠올랐다. 특유의 무심한 사격 자세와 표정이 화제를 모은 가운데 지난 5월 국제사격연맹(ISSF) 바쿠 사격 월드컵 25m 권총 결선에서의 모습이 신드롬에 불을 붙였다.
세계신기록을 작성하고도 대수롭지 않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 그를 두고 인터넷상에서 폭발적인 관심이 일었다. 키아누 리브스가 출연한 영화 '존 윅'에도 비교되는가 하면, 엑스(X·구 트위터) 소유주인 일론 머스크까지 나서 "따로 연기할 필요가 없다. 액션 영화에 캐스팅하자"고 관심을 보였다.
그야말로 일약 스타가 된 김예지는 더 충격적인 반전으로 대회를 마쳤다. 지난달 28일 공기권총 10m 여자에서 은메달을 따낸 뒤 금메달을 노렸던 주 종목 권총 25m 본선에서 탈락한 것이다.
그는 2일(한국시각) 열린 권총 25m 본선에서 완사를 마친 후 급사를 소화하다 사격 시간 3초를 넘겨 0점을 기록했다. 결국 이 통한의 한 발을 만회하지 못하고 본선 27위로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대회조직위원회가 운영하는 마이인포에 따르면 김예지는 경기 후 "3초 안에 쏠 시간이 있었는데 놓쳤다. 이런 실수는 나에게 드문 일이다. 오늘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큰 실수를 저질러서 큰 사건이 벌어졌다. 많은 분들이 기대를 많이 하셨는데 실망하신 것 같아 죄송하다"고 보탰다.
아쉬움이야 말로 다할 수 없지만, 그는 사람들을 매료시켰던 특유의 '쿨'한 자세는 잃지 않았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다음 올림픽에 대한 준비를 시작할 것"이라며 "다음에는 0점을 받지 않아야 한다. 실망스럽긴 하지만 내 여정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이 대회가 내 커리어나 인생을 정의하진 않는다"고 똑부러지게 말했다.
"한 발을 놓쳤다고 울지는 않았다. 인생은 계속되고 이건 하나의 대회일 뿐이다. 사격은 내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의미 있는 일이다. 슬프지만 더 열심히 노력해서 4년 뒤에는 더 좋은 결과를 목표로 삼겠다"고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을 향한 응원에 좋은 결과로 화답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숨기지는 못했다.
김예지는 "내가 받은 모든 사랑과 응원에 감사드린다. 약속드린 것을 다 못 보여드려 죄송하지만 계속 노력하겠다. 4년 뒤에는 금메달을 보여드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가 미안한 사람은 또 있다. '엄마 선수'인 그를 응원하고 있는 딸 민소다. 이전에도 그는 훈련과 대회 참가로 인해 유치원생인 딸과 떨어져 있는 시간이 길어져 미안한 마음을 드러낸 바 있다.
"민소에게 금메달을 못 가져다줘서 미안하다. 다음에는 더 열심히 해서 가져다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김예지는 "4년 뒤에는 여름방학 때 나와 함께 올림픽에 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진천=뉴시스] 김진아 기자 = 27일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사격 국가대표 미디어데이에서 10m 공기권총과 25m 권총 출전하는 김예지가 훈련을 하던 중 자세를 취하고 있다. 2024.05.27. [email protected]
김예지가 인기를 끈 데는 '딸의 것'이라고 알려진 코끼리 인형이 있다.
인터넷에서 그가 화제되면서 바지에 달고 있는 코끼리 인형도 주목을 받았는데, 시크한 표정과 달리 귀여운 인형으로 메력이 배가 됐다.
이에 대해 김예지는 "코끼리 인형에 대해 말할 것이 있다. 딸이 준 것이 아니라 코치가 화약을 닦으라고 선물한 것"이라며 "귀여워서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 같다"며 멋쩍어했다.
올해 파리의 여름은 여러모로 강렬했던 기억을 남게 됐다.
김예지는 "스트레스나 부담보다 재미있고, 기억에 남는 시간이었다"고 첫 올림픽 경험을 돌아보며 "이번 큰 실수조차도 나에게 소중한 경험이었다. 예상치 못한 '0점'이라는 점수가 충격과 재미를 선사했길 바란다. 응원해주시고 이해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