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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미싱 문자로 대출 피해…법원 "문서 효력 없다" 왜?

등록 2024.08.08 07:00:00수정 2024.08.08 08:4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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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결에 클릭한 문자 메시지…나 몰래 대출

경찰에 피해 신고하고 대출 무효 소송 제기

1심 "금융기관이 본인확인 더 엄격했어야"

"스미싱으로 작성된 문서, 효력 미치지 않아"

[서울=뉴시스] 스미싱 범죄로 자신도 모르게 대출이 이뤄지거나 저축 해지 피해를 당한 사안에서 본인이 하지 않은 계약은 무효라는 1심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금융기관이 본인확인 절차를 더욱 엄격하게 했어야 한다는 취지다. 사진은 서울법원종합청사. 뉴시스DB

[서울=뉴시스]  스미싱 범죄로 자신도 모르게 대출이 이뤄지거나 저축 해지 피해를 당한 사안에서 본인이 하지 않은 계약은 무효라는 1심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금융기관이 본인확인 절차를 더욱 엄격하게 했어야 한다는 취지다. 사진은 서울법원종합청사. 뉴시스DB

[서울=뉴시스]박현준 기자 = 스미싱 범죄로 자신도 모르게 대출이 이뤄지거나 저축 해지 피해를 당한 사안에서 본인이 하지 않은 계약은 무효라는 1심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금융기관이 본인확인 절차를 더욱 엄격하게 했어야 한다는 취지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83단독 한나라 판사는 지난 5월22일 A씨가 케이뱅크와 미래에셋생명보험, 농협은행 등 세 곳을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확인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지난해 3월30일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모바일 청첩장 문자메시지를 받고 무심결에 URL(인터넷 주소)을 클릭했다. 하지만 해당 문자메시지에는 악성코드가 내장되어 있었다.

이후 A씨의 개인정보와 금융정보 등을 빼돌린 스미싱 범죄 집단은 비대면 거래를 이용해 그의 명의로 8000여만원이 넘는 대출을 받거나 A씨의 주택청약종합저축을 해지해 돈을 빼돌린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 사실을 뒤늦게 안 A씨는 경찰에 피해를 신고하는 한편 은행과 금융사가 본인확인조치 및 피해방지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출 및 저축 해지 효력이 무효라고 주장하며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은행과 보험사 측은 금융실명법상 본인확인조치를 이행할 의무가 없고, 설령 의무가 있다하더라도 관련 법령의 본인확인조치를 모두 했기 때문에 계약이 유효하다고 맞섰다. 또, 계좌 비밀번호 등을 안전하게 관리하지 못한 A씨의 과실도 참작되어야 한다고 변론했다.

하지만 1심은 최근 급증하는 스미싱 등 범행의 특수성을 고려해 은행과 보험사가 본인확인을 더 엄격하고 철저히 해야 했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한 판사는 "비대면 전자금융거래가 일반화되며 이를 악용한 보이스 피싱, 스미싱 등의 전자금융사기 범행도 점차 지능화되고 있다"며 "이 사건의 쟁점은 비대면 전자금융거래에 있어 금융기관의 본인 확인 의무 준수 여부와 스미싱 범죄로 인한 피해의 귀속 문제"라고 짚었다.

이어 "금융기관 등이 비대면 실명확인방안 절차를 준수했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고도화된 금융거래사기 범행 및 기존 비대면 본인확인 절차의 허점 등을 감안해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A씨 사건에서 진행된 금융기관 세 곳의 본인확인 절차를 차례대로 설명하며 "당시 전자금융거래 이용자가 본인인지 확인하는 조치를 다 할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이 사건 대출거래약정, 보험약관대출, 저축 해지는 성명불상자가 스미싱 범행에 의해 작성해 송신한 전자문서에 의한 것"이라며 "이에 대한 전자문서의 효력은 명의자인 원고(A씨)에게 미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다시 말해 제3자가 스미싱 범행으로 획득한 A씨의 개인정보 등을 도용해 맺은 계약은 무효라는 취지다. 한 판사는 소송비용 또한 금융기관들이 부담하라고 판시했다.

케이뱅크와 미래에셋생명보험 측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했고 현재 항소심이 심리 중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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