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기업 밸류업 공시 참여 쓴소리…왜?
두 달째 참여율 1%대 '불과'…예고 공시 포함 14곳뿐
동력 못된 세제개편안, 거래소 "상장사 밸류업 교육 준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8일 오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산운용사 CEO 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기업 가치 제고 계획(밸류업) 자율공시를 시작한지 두달이 넘었지만 여전히 참여율은 1%대에 그치고 있다. 지난달 나온 정부 세법개정안에는 '주주환원 촉진세제'란 이름으로 밸류업 계획 자율공시 강화 인센티브가 담겼지만, 실제 시행은 불투명한 만큼 기업들의 자율적 움직임을 더 이끌어내진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밸류업 운전대를 쥔 한국거래소는 상장사 대상 공시 교육 등 소통 창구를 넓히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까지 ▲키움증권 ▲에프앤가이드 ▲콜마홀딩스 ▲메리츠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신한지주 등 6개사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했다.
계획 공시 시점을 예고하는 '예고 공시'를 낸 기업까지 합쳐도 ▲KB금융 ▲DB하이텍 ▲HK이노엔 ▲콜마비앤에이치 ▲BNK금융지주 ▲카카오맹크 ▲KT&G ▲컴투스 등 14개사에 불과하다.
예고 공시까지 합쳐서 코스피 시장 기준 밸류업 공시 참여율은 1.4%에 그친다. 코스닥 참여사는 4곳뿐이다.
공시를 마친 6개사 중 4개사는 시장에서 밸류업 공시 모범 업권이 될 것이라 예상한 금융업종이다. 금융지주, 은행 등은 정부의 정책 호응이 높기도 하고 주주 환원에도 적극적이라 밸류업 공시에 선제적으로 나설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있었다. 만성적 저평가 업종이란 점에서도 투자자와의 소통 등 공시 유인이 컸다.
금융지주 공시에 대한 시장 반응도 긍정적인 편이다. 주주 권리 및 이익 보장과 관련해 목소리를 내고 있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가장 처음 공시를 한 키움증권에는 'C학점'이라고 평가했지만 이후 메리츠금융, 우리금융, 신한금융에 대해서는 각각 A+, A-, A0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공시 기업 수가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에는 밸류업 기업에 대한 상속세 완화, 배당소득세 분리과세 등 다양한 방안들이 포함됐지만 상장사들은 아직 법 개정까지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는 분위기다.
기업들의 공시 참여가 활발하지 않으면 다음 스텝인 3분기 중 밸류업 지수 산출, 4분기 중 밸류업 상장지수펀드(ETF) 운용, 내년 5월 밸류업 우수 기업 10개사 선정 등에도 힘이 빠지게 된다.
특히 계획 공시를 시간이 어느 정도 흘러야 기업들이 공시 내용을 충분히 준수하고 노력했는지 평가가 가능한 만큼 밸류업 지수가 구성되기 전에 일정 수 이상의 기업들이 자율 공시에 참여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상장사 업계 관계자는 "아직 어떠한 세제 혜택도 입법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업들이 섣불리 공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혜택이 보다 가시화된다면 기업들의 자발적 움직임이 더 생겨날 것"이라고 전했다.
미진한 밸류업 공시 참여를 의식한듯 전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마친 뒤 "이 자리를 빌려 간곡히 대주주와 CEO들께 부탁 말씀 드린다"며 밸류업 자율공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줄 것을 주문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규제적 방법으로 기업 행위를 유도하기보다 자율적, 제도 혜택 등을 통해 밸류업을 이루고자 하는게 정부 입장"이라며 "일부 정치권에선 제가 보기에 다소 규제적 방향으로 기업 의사결정을 강요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들도 논의되고 있는데, 주요 기업들이 경각심을 갖고 봐주지 않으면 정부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있다"고 관심을 촉구했다.
밸류업 지수 개발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거래소는 최근 상장사를 대상으로 한 밸류업 공시 교육을 확대하는 등 상장사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한편 밸류업 공시는 상장사들이 자율적으로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을 투자자들에게 알리고 이를 이행하도록 하기 위해 6월27일 시행됐다. 자기자본이익률(ROE), 주주환원율, 주가순자산비율(PBR) 등 기업이 특성에 맞는 지표를 골라 구체적인 목표치를 설정하고 이를 통해 주주 가치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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