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인원' 보험 위해 허위 서류…법원 "설계사 등록 취소 타당"
홀인원 보험 가입한 이후 실제로 홀인원
결제 취소된 영수증 첨부해 보험금 수령
'보험사기' 혐의 입건됐으나 기소유예
1심 "보험사기 충분히 인정…취소 타당"
"실손 보험 취약성 이용한 사기 의심"
[서울=뉴시스] 허위 영수증을 제출하고 홀인원 비용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더라도 보험설계사에 대한 등록 취소는 타당하다는 1심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사진은 서울가정법원·서울행정법원 [email protected]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박정대)는 지난 6월13일 A씨가 금융위원회(금융위)를 상대로 "설계사 등록취소 처분을 취소 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보험설계사로 근무했던 A씨는 골프 경기 중 홀인원을 한 경우 총 500만원의 한도로 홀인원 비용을 받을 수 있는, 이른바 '홀인원 보험'에 가입했다.
A씨는 지난 2014년 11월께 한 골프장에서 홀인원을 한 뒤 골프용품점에서 500만원을 신용카드로 결제한 직후 취소했다. 그는 결제가 취소된 영수증을 첨부해 보험금을 청구했고 500만원을 받았다.
이후 A씨는 '보험사기' 혐의로 입건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고 454여만원을 반환했다. 검찰은 'A씨가 실제 홀인원을 한 것으로 보이는 점, 잘못을 인정하고 있고 보험사와 합의한 점' 등을 참작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기소유예란 범죄 혐의는 인정되지만 피고인의 연령, 혐의 관련 정황 등을 고려해 검사가 공소제기는 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 금융위는 지난해 4월께 A씨의 보험설계사 등록을 취소하는 처분을 내렸다. 이에 A씨는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A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개별건별로 영수증을 첨부해 보험사에 제출하는 게 번거로워 일단 500만원을 결제하고 취소했던 것"이라며 "편취의 고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보험사기 행위를 했다고 보고 보험설계사 등록을 취소한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또 "보험사기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A씨는 보험금을 초과하는 홀인원 비용을 지출했기 때문에 계획적인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며 "보험설계사 등록이 취소될 경우 고객들이 피해를 입게 되는 점을 감안하면 등록 취소 처분은 부당하다"고 했다.
하지만 1심은 A씨의 보험사기행위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보고 보험설계사 등록취소 처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A씨)는 결제 취소된 허위 영수증을 제출해 보험금을 받은 바, 이런 행위가 보험사기에 해당함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보험업에 종사하면서 알게 된 실손 보험제도의 취약성을 이용해 계획적으로 보험사기를 저지른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고가 피해 보험사에 피해금을 일부 변제하고 합의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이는 원고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자 어쩔 수 없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원고에게 유리한 사정으로 고려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원고가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점 등을 고려해도 감경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원고의 보험설계사 등록이 취소되어도 2년 후에 다시 보험설계사 등록이 가능한 점 등을 감안하면 설계사 등록취소 처분 사유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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