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보 붙인 학생은 무죄"…서울여대, '성추행 교수' 규탄 시위[현장]
학생 500여명, 노원경찰서 앞 가득 메워
"성추행은 겨우 감봉, 대자보는 경찰 고소"
경찰서 향해 '피고소인 무혐의' 처분 촉구
[서울=뉴시스] 조성하 기자 = 서울여대 학생 등 500여명(주최 측 추산)이 '명예훼손 무죄 결정'을 촉구하며 서울 노원구 노원경찰서 앞에 집결했다. 2024.11.1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19일 서울여대 학생 수백명이 참석한 집회에서 발언대에 선 신현숙 서울여대 독어독문학과 교수가 발언했다.
신 교수는 오는 21일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서에 출석하겠다며 자대 학생들에게 연대를 표했다. 신 교수는 "성폭력을 저지르는 교수 앞에서 학생들은 무력하고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모레 고소당한 학생들을 위해 경찰에 진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전 서울여대 학생 등 500여명(주최 측 추산)이 '명예훼손 무죄 결정'을 촉구하며 서울 노원구 노원경찰서 앞에 집결했다. 성추행 의혹을 받는 인문대 소속 A교수가 자신을 대자보로 비판한 학생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것에 대한 대응 차원이다.
노원경찰서 앞 인도와 1개 차로는 해당 교수를 규탄하는 플래카드를 든 서울여대 재학생·졸업생, 타대생들로 가득 메워졌다.
이들은 영하권에 머무는 체감온도에도 맨바닥에 앉아 '대학 안전을 지키려는 학생들은 죄가 없다' '성추행은 겨우 감봉, 대자보는 경찰 고소' 등 구호를 외쳤다.
이번 집회를 주최한 서울여대 페미니즘 동아리 '무소의 뿔' 측은 성명문을 낭독하며 "성추행 교수가 반성은커녕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며 학생들을 고소한 현 상태를 규탄하고자 집회를 열었다"며 "경찰이 성실하고 정당한 법리적 결정을 내리기를 바란다"고 무혐의 처분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대자보를 부착한 이유는 성범죄 은폐를 막고 학습 공동체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목적이 있었다"며 "특정인을 비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피해자 연대와 성범죄 재발 방지를 위한 공익적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18일 서울 노원구 서울여자대학교의 한 건물에 성추행 의혹을 받는 A교수와 학교 측의 대처를 규탄하는 붉은색 래커가 칠해져 있다. 2024.11.18. [email protected]
동덕여대 재학생 A씨는 "여성의 목소리를 눈치 보지 않고 낼 수 있는 여대에서 명예훼손이라며 고소라니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서울여대는 지금부터라도 학생들을 방법과 수단을 가리지 않고 보호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화여대 재학생 B씨도 "학생을 안전하게 보호해야 할 학교에서 위계형 성범죄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이유는 (학교 측이) 학내 성폭력을 해결할 의지가 없고 여성을 동등한 학생으로 대우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지난해 7월 학생에 대한 성희롱·성추행 신고를 접수 받은 서울여대 인권센터 심의위원회는 A교수의 부적절한 행동을 성폭력으로 결론 내렸다. 학교 측은 같은 해 9월 인사위원회에서 A교수를 감봉 3개월 징계 처분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A교수에 대한 징계 조치가 미흡하다며 지난해부터 학교의 공개 사과,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 피해자 보호 강화 등을 요구하는 대자보를 붙여왔다. 이후 A교수가 대자보 내용이 명예훼손이라며 지난달 작성자를 서울 노원경찰서에 고소하며 학생들의 교내 시위가 본격화했다.
현재 서울 노원구에 있는 서울여대 50주년 기념관 등 캠퍼스 곳곳에는 '성범죄자 교수 OUT' '배움 위해 왔는데 성범죄가 웬 말이냐' '서울여대는 네 룸살롱이 아니다' 등의 문구가 래커로 쓰여있다.
서울여대 학생누리관 외벽에는 '학생을 가르치기 전에 수치심을 먼저 배워라' '학교가 학생을 지켜야 학교지, 성범죄자를 지키면 학교냐' 등이 쓰인 메모지도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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