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변경 위반' 범칙금 회수에 약식기소…대법 "적법 절차"
범칙금 돌려받아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기소
2심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취지 반해" 공소 기각
대법 "법령이 정한 요건에 따라 이뤄져" 파기환송
[서울=뉴시스]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2024.12.01. (사진 = 뉴시스DB)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진로 변경 위반으로 사고를 낸 운전자가 벌점 부과 처분에 반발해 범칙금을 돌려받은 경우 수사기관이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지난 10월31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공소를 기각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지난 2022년 4월 서울 서초구 한 도로에서 진로 변경을 하던 도중 과실에 의해 교통사고를 냈다. 경찰은 교통사고 조사 후 A씨가 진로변경 방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범칙금 3만원과 벌점 20점을 부과했다.
A씨는 범칙금을 납부했다가 벌점 처분을 받은 것이 부당하다는 이유에서 돌려받았다. 이후 경찰은 A씨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A씨를 약식기소했다.
재판의 쟁점은 종합보험에 가입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으로 기소하지 못하는 경우, 교통사고의 원인이 된 과실 행위를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기소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일반적으로 도로교통법을 위반한 과실로 교통사고를 내 타인에게 상해를 입힌 경우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으로 입건되고, 별개로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범칙금 부과 처분을 받게 된다.
이 사건의 경우에도 A씨가 12대 중과실을 범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도로교통법 위반 행위에 대해 범칙금을 납부하게 되면 수사기관에서 기소할 수 없게 된다. 가벼운 과실에 형사책임을 지게 돼 전국민을 전과자로 양산할 수 없다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의 취지에서다.
1심은 A씨의 혐의를 인정해 벌금 1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하지만 2심은 직권으로 1심 결과를 파기하고 공소를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교통사고에 대해서는 기소하지 않고, 사고의 원인이 된 진로변경방법 위반으로 A씨를 기소한 것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취지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교통사고의 원인이 되는 개별 과실 행위를 별도로 기소할 수 있다면 사소한 과실로 인해 교통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도 여전히 과실 행위에 대해 형사책임을 져야 할지 모르는 불안한 입장에 놓이게 되며, 그에 따른 처벌 여부는 전적으로 검사의 기소 여부에 좌우되게 되는 불합리한 결과를 낳게 된다"고 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이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보고 사건을 다시 심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검사가 처음부터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으로 기소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공소권을 남용해 도로교통법 위반을 별도 기소한 것이 아니라, A씨가 범칙금을 회수해 기소됐다는 점에서 공소제기 절차가 위법하다고 평가할 수도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면허벌점 부과가 부당하다는 이유로 이미 납부한 범칙금을 회수한 후 범칙금을 납부하지 않은 결과로 후속절차가 진행돼 공소 제기에 이르렀다"며 "공소 제기 절차는 관련 법령이 정한 요건과 절차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라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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