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원대 환율에 식품업계 예의주시 "강달러 지속시 수익성 악화 우려"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한국의 라면 수출액이 월간 기준 1억 달러를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19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라면 수출액은 1억859만달러(약 1470억원)로 저년 동기(7395만달러)대비 46.8% 증가했다.한국 라면 수출의 상당 부분은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이 차지하고 있다. 한국 라면 수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이다. 삼양식품은 연결기준 올해 1분기 매출액 3천857억원과 영업이익 801억원을 거뒀다고 지난 16일 공시했다. 작년 동기와 비교해 매출은 57%, 영업이익은 235% 각각 증가했다.19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 불닭볶음면이 진열되어 있다. 2024.05.19. [email protected]
지난달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강달러'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이후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며 한때 1440원을 돌파하는 등 패닉에 가까운 반응이 나타나기도 했다.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오후 2시 18분 현재 원·달러는 전일 종가(1402.9원) 대비 7.9원 오른 1410.8원에 거래 중이다.
식품 기업들은 아직 원자재 등의 재고를 보유하고 있어 당장은 큰 문제가 없지만, 이 같은 '강달러' 추세가 지속될 경우 수익 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향후 환율 변동에 대한 영향을 살피고 대책 마련 나서고 있다.
향후 트럼프 대통령이 '보호 무역'을 강화하는 등 후보 시절 공약이 본격 실행될 경우 원·달러 환율이 더 상승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수출 비중이 높은 일부 식품 기업의 경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반면 해외에서 원자재를 구입해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 대부분의 식품 기업들은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환율 상승이 수출 기업에 무조건 유리한 것 만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원화 가치 하락은 단기적으로는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매출을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있는 삼양식품은 환율이 상승하면 수익성이 늘어날 수 있다. 다만, 장기화할 경우 원가 부담이 커져 상황은 달라진다.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높은 외식물가 영향으로 내식 소비가 늘고 해외에서 K-푸드가 인기를 끌며 국내 식품기업들이 올해 1분기 호전된 실적을 거뒀다. 기업별로는 CJ제일제당이 49%, 삼양식품은 235%, 롯데웰푸드는 101%, 대상은 92% 등 영업이익이 증가 했다. 사진은 17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식품 매대 모습. 2024.05.17. [email protected]
삼양식품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널뛰기 환율 보다는 안정적인 환율이 수출 기업에도 도움이 된다"며 "밀가루, 팜유 등 많은 원자재를 수입해서 쓰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부담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전체 매출의 절반 가량을 해외에서 벌어 들이고 있는 CJ제일제당도 환율에 따른 영향을 예의 주시 중이다.
CJ제일제당은 밀가루, 설탕 등 소재 사업도 영위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내부적으로 환율 10% 상승 시 올 3분기 기준 세후 이익이 약 142억원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를 위해 외화사채 20억 달러(2025년 1월 만기)에 대해 환율 위험을 회피하는 통화 스와프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의 올 3분기 말 기준 해외매출 비중은 48.2%다.
이 가운데 미국 매출이 3분기 말 3조4000억원 가량으로 해외 매출(4조1000억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CJ제일제당은 미국 등 해외에 20여개의 공장을 두고 있는데 해외에서 생산해 판매 하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수출은 거의 없고 해외에서 직접 생산해 판매하고 있어 원화 약세에 따른 영향은 제한적으로 보면 된다"며 "설탕, 밀가루 등 소재 등의 경우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환율로 인한 영향이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등에 현지 공장을 두고 있는 농심도 원화 가치 하락에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해외의 경우 현지에서 생산해 판매하기 때문에 환율 영향이 크지 않지만, 내수의 경우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이익이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농심에 따르면, 올 3분기 전체 매출 중 해외매출 비중은 37%다. 이 중 수출 비중이 26.1%로 해외 매출의 70% 가량을 현지에서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해외법인은 현지에서 달러로 구입해 달러로 판매 대금을 받고 있어 환율 영향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며 "반면 국내의 경우 밀가루 등 원재료 원가 상승, 물류비 상승 등으로 이익에 부정적인 영향이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농심 신라면 푸드트럭에서 신라면을 즐기는 미국 현지 소비자들. (사진= 농심 제공)
빙그레는 올 3분기 말 기준 해외 매출 비중이 약 12% 정도고, 오뚜기도 약 10% 수준이다. 두 기업 모두 해외 현지 생산이 아닌 대부분을 수출하고 있다.
빙그레 관계자는 "현재 수입 자재의 충분한 재고를 보유하고 있고 해외 수출 역시 원활히 진행되고 있어 단기적 영향은 없는 편"이라면서도 "고환율에 따른 영향에 대해 분석 중이며 추세가 장기화 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뚜기 역시 고환율로 인해 기업 이익이 줄어들 수 있는 만큼 예의주시하고 있다.
오뚜기 관계자는 "식품 회사의 경우 원재료를 상당 부분 수입 하기 때문에 환율 영향을 많이 받을 수 밖에 없다"며 "고환율이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웰푸드도 "원재료 수입이 많은 기업이다 보니 환율 영향을 많이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롯데웰푸드는 3분기 기준 해외 매출 비중이 25% 수준이다.
업계는 내수 비중, 수출 규모, 수입 원자재가 차지하는 비용, 외화 부채 규모 등에 따라 원화 가치 가격 하락이 복잡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출 기업의 경우 해외에 팔 때 달러로 받다 보니 환율이 오르면 돈을 더 벌 수 있는 건 맞다"며 "다만, 수출 기업들의 경우에도 환율이 계속 상승하게 되면 원자재 가격도 오르고, 대금 지급 등 현금 운용에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어 환율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