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배원이 이런 일까지도?…5월 발족한 부산 우정순찰대
빈집 찾고 씽크홀 찾는 우정순찰대
월남전 참전 용사에게 명예 제복 전달
부모님이 좋아하는 ’현금‘ 전달
[부산=뉴시스] 우수 우정순찰대원으로 선정된 집배원들이 11월6일 오전 부산경찰청에서 시상식을 갖고 있다. 사진 왼쪽 끝은 김수환 부산경찰청장, 오른쪽 끝은 강도성 부산우정청장. (사진=부산 우정청 제공) 2024.12.0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뉴시스]백재현 기자 = 지난달 14일 오전 부산 영도우체국 소속 황교명 집배원은 영도구 남항동에서 우편물을 배달하던 중 조금 열린 대문 사이로 마당에 잠자듯 누워 있는 사람을 보았다. 마네킹인가 싶었지만 손을 뻗어 만져 보고 사람인 것을 확인한 황 씨는 급히 119에 신고했다.
잠시 후 도착한 119 대원들은 자전거 열쇠가 채워져 있던 대문을 커터로 자르고 들어가 누워 있던 할아버지에게 제세동기를 사용하는 등 응급조치를 취했다. 안타깝게도 할아버지는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곳은 평소 사람의 왕래가 드문 곳이라 황씨의 신고가 없었다면 자칫 오래 방치될 뻔한 상황이었다.
앞서 지난 9월5일에는 동부산 우체국 소속 강대중 집배원이 배달 중 길에 쓰러진 노인을 발견하고 119에 신고해 무사히 집으로 모시기도 했다.
집배원 황씨와 강씨는 모두 부산우정청의 우정순찰대 대원들이다. 우정순찰대는 부산지방우정청과 부산지방경찰청이 지난 5월 치안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발족했다.
우정순찰대가 하는 일은 위급한 시민에 대한 구호 신고뿐만 아니라 범죄예방신고, 고장난 공공시설물 신고, 빈집 찾기, 소외 의심 가구 찾기 등 다양하다. 우편물이 장기방치되거나 집에서 악취가 나는 것 등을 통해 소외 의심 가구를 찾고, 신호등이 고장 나거나 도로에 씽크홀이 발생한 경우도 신고 대상이다, 불법 다단계가 의심돼 신고한 경우도 있다.
부산지방우정청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우정순찰대는 활동 6개월 남짓만인 지난 11월 말 기준으로 총 745건의 시민안전 정보를 경찰에 제공했다. 현재 부산 우정청에는 2499명의 집배원이 있다.
황 집배원은 “배달 오토바이에 우정순찰대 로고가 부착돼 있는데 이를 볼 때마다 내가 집배원이면서 동시에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이라는 자부심이 든다”고 말했다.
디지털시대에 보통우표 한 장 가격이 430원인 사실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을 만큼 편지 배달 건수가 줄어든 요즘 집배원은 단순히 우편물을 배달하는 이상의 일을 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월남전 참전 60주년을 기념해 참전유공자들에게 명예 제복을 집배원들이 전달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생존해 있는 월남전 참전 유공자 17만8000명에게 제복을 전달한 것이다.
집배원들은 또 현금을 선호하고 은행 창구가 없어 어려움을 겪는 고령자나 농촌 등을 대상으로 현금 배달 서비스도 2018년부터 하고 있다. 자녀들이 부모님께 매월 드리는 용돈을 집배원이 현금으로 배달해 드림으로써 부모님이 즐거워하는 이벤트 효과도 거두고 있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부산 중구와 사하구 1000가구에 집배원을 활용한 보훈대상자 찾기를 실시한 적도 있었다.
강도성 부산 우정청장은 “집배원은 전국적인 조직을 갖추고 있으며 국민들의 삶 속 깊은 곳까지 접촉하는 조직이어서 우편물 배달 외에도 시대에 맞는 다양한 공익적 역할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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