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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난' 노원 주민들 "교통·일자리 대책 없이 아파트만 짓나" 반발

등록 2021.08.25 16:5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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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태릉골프장 부지에 6800가구 공급 계획

노원구 "태릉CC역 신설 등 교통대책 마련해야"

주민들, 노원구청에 공급대책 반대 의견서 제출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서울환경운동연합과 초록 태릉을 지키는 시민들 회원들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유네스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계유산 태, 강릉 보전을 위해 태릉골프장 개발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2020.10.08.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서울환경운동연합과 초록 태릉을 지키는 시민들 회원들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유네스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계유산 태, 강릉 보전을 위해 태릉골프장 개발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2020.10.0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예슬 기자 = 정부가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 부지에 당초 계획하려던 1만 가구의 주택공급계획을 30% 넘게 줄였지만 지역 주민들과의 입장차가 여전하다. 주민들은 베드타운화가 더 심해지는 것을 결사반대하고 있고, 노원구도 교통대책이 해결되지 않으면 정부 대책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했다.

국토교통부는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태릉골프장 부지에 1만 가구를 짓기로 했던 계획을 6800가구로 줄이고, 나머지는 대체물량을 확보해 목표에 차질이 없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여의도공원 규모 호수공원을 조성하고, 기존 폐선길·태릉과 연계한 광역 녹지축도 구축할 계획이다.

노원구 주민들은 교통난과 녹지공간 훼손 등을 이유로 해당 부지에 아파트를 대규모 공급하는 데 대해 반대해 왔다. 이에 정부는 저밀개발과 녹지확충을 약속한 것이다. 정부는 이번 사업으로 마련되는 공공임대주택의 일정 부분을 지역주민에 우선권을 제공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정부의 계획 수정에 대해 노원구는 지자체의 요청이 대체로 받아들여졌다고 보는 분위기다. 노원구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이 정도의 저밀도 개발이면 노원구의 요구가 상당 부분 반영됐다고 판단한다"며 "6800세대 중 임대는 법정 최소한도인 35% 비율로 짓기로 했고, 그 중 50%는 신혼부부와 청년 위주로 노원구민에게 우선 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교통문제만큼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강경하게 못 박았다. 노원구는 "지하철 6호선 태릉CC역(가칭) 신규 건립 등 효과적 교통대책 마련을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원구는 "현재 화랑로 일대는 상습정체구역으로 인근 갈매지구, 별내지구에 이어 태릉골프장이 개발되면 이 일대 교통체증은 불보듯 뻔하다"며 "6호선 화랑대역에서 태릉골프장을 거쳐 별내역까지 지하철 건설과 화랑로 일대 획기적 교통대책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공급물량이 당초보다 줄었고 공원 등 녹지 조성과 임대주택 지역주민에 우선공급하는 등의 인센티브, 지하철역 신설 가능성 등에도 주민들은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박민석 기자 = 태릉골프장 그린벨트 훼손 반대 집회가 열린 9일 오후 서울 노원구 롯데백화점 노원점 입구에서 집회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2020.08.09. mspark@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민석 기자 = 태릉골프장 그린벨트 훼손 반대 집회가 열린 9일 오후 서울 노원구 롯데백화점 노원점 입구에서 집회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2020.08.09. [email protected]


태릉골프장 주택공급을 저지하려는 주민들이 모인 '초록태릉을지키는시민들'(초태시)은 노원구청에 국토부의 공급대책을 반대하는 의견서를 제출하고 있다. 900명 가까이 모인 오픈 카톡방에서는 태릉골프장을 비롯해 노원구에 대규모 주택을 지으려는 국토교통부와 정부안을 받아들인 노원구에 대한 성토가 끊이질 않고 있다.

한 주민은 "6호선 연장계획은 가능성 없는 것을 알고서도 내놓은 눈 가리고 아웅식 임기응변일 뿐이고 화랑로 연장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국토부나 노원구나 태릉골프장 개발에 앞선 교통대책은 있지만 없는 것과 같다"고 비꼬았다.

또 다른 주민은 "일자리는 부지가 없다면서 아파트 지을 곳은 턱턱 만들어낸다"며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여의도공원만한 공원을 만들어준다는데, (태릉을)가만히 두면 여의도공원이 여러 개", "집값은 둘째 치고 당장 사는 게 문제다", "아침 6시 반에 출근하는데도 지하철에도 사람이 많고 도로도 막힌다" 등의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국토부는 2023년 상반기까지 지구계획을 승인하고 2024년 입주자 모집, 2027년 주민입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쉽지 않은 목표인데다, 공급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태릉지구 추진은 계획보다 시간이 더 소요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기존 택지 고밀화를 통해 목표했던 물량을 채울 수 있긴 하지만 한 택지의 일괄공급이 아닌 공급시기 분산으로 공급효과의 극대화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사업이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해 원하는 인프라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노원구는 일자리와 편의시설의 확충이 필요한 지역"이라며 "도봉면허시험장 등이 이전할 계획인 만큼 기업들이 들어와 일자리 창출이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지영 R&C연구소장도 "운전면허시험장이 외곽으로 이전되고 그 곳에 일자리가 공급되면 부동산 호재로 연결되고 주민들의 삶의 질이 높아질 것"이라고 봤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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