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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원 모르는 1007명의 경고…"방역망 밖 집단감염 가능성"

등록 2020.09.01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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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18~31일 2주간 감염경로 조사 중 1000명 넘어

역학조사보다 확산 빠르단 방증…속도 높이면 감소

그만큼 지역사회 내 방역망 밖 집단감염 있을 수도

1007명 10명씩만 접촉해도 추적할 접촉자 1만명↑

정은경 "접촉자 조사·격리 한계…그래서 거리두기"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서울시 등 관계부처 직원들이 22일 새벽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현지 역학조사를 하고 있다. (사진=보건복지부 제공) 2020.08.22.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서울시 등 관계부처 직원들이 22일 새벽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현지 역학조사를 하고 있다. (사진=보건복지부 제공)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임재희 기자 = 최근 2주간 발견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 가운데 감염 경로를 알 수 없어 조사 중인 환자가 1000명을 넘어서면서 방역당국이 초긴장하고 있다.

감염원을 모르는 환자가 1000명 있다는 건 그만큼 방역당국이 모르는 집단감염이 지역사회 내에 존재하고 있다는 의미이면서 이들을 시작으로 새로운 집단감염이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신속한 역학조사를 통해 감염 경로를 규명하지 못한 신규 확진자들이 우선 '조사 중' 사례로 분류됐다가 뒤늦게 역학적 연관성이 확인되는 경우도 늘 수 있다.

결국 지금 상황에선 검사·확진(test)→역학·추적(trace)→격리·치료(treat)로 이어지는 한국 방역체계만으로 확진자 규모를 억제하는 데엔 한계가 왔다는 신호다. 당국이 거리 두기를 대폭 강화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1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0시부터 31일 0시 기준으로 2주간 신고된 확진 환자 4432명 중 감염 경로를 알 수 없어 '조사 중'인 확진자는 1007명이다.

지난달 16일 처음 100명을 넘어선(117명) 이후 보름 만에 8.6배가 증가해 2주간 감염 경로 통계 집계 이래 처음 1000명대로 증가한 것이다. 전체 확진 환자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2.7%로 집계 이후 최고치다.

감염 경로 조사 중인 환자를 감염 경로 불명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지만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2주간 감염 경로 조사 중 환자 수를 보면 전체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는 가운데 22일 494명에서 23일 453명으로 감소한 적이 한 번 있다.

23일 0시 기준 신규 확진 환자는 397명으로 400명대에 육박했다. 이렇게 많은 확진 환자가 발생했는데도 조사 중 환자 수가 감소했다는 건 추가 역학조사 등을 통해 기존 환자와의 역학적 연관성을 찾아냈다는 얘기다.

반대로 생각하면 역학조사 속도가 빨라진다면 감염 경로 조사 중인 환자 수도 그만큼 줄어들 수 있다는 뜻이다.

이들 1007명은 신천지나 이태원 클럽처럼 감염 경로를 밝혀내기 어려운 사례라기보다, 아직 감염 경로를 찾고 있는 환자 수라고 당국은 설명한다.

정은경 방대본 본부장이 지난달 31일 정례 브리핑에서 "정확한 용어는 '감염 경로 조사 중'인 사례라고 표현하는 게 맞다"며 "한달 이상 지나서 더 이상 조사를 해도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감염 경로 불명' 사례로 분류하지만 최근 2주에 보고되고 있는 사례들은 아직은 조사가 진행 중인 사례로 봐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감염 경로를 아직 조사 중이고, 역학조사로 찾게 된다면 괜찮을까.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다는 건 이 확진 환자가 기존 확진자의 접촉자이거나, 확진자와 동선 등이 겹쳐 검사 대상자로 분류되지 않은 채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뜻이다.

지금 2주 동안 국내 지역사회에서 기존 감염 이외에서 1007명의 개별 감염이 발생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만큼 감염원이 존재할 수 있고, 따라서 방역당국이 미처 파악하지 못한 감염이 지역사회 내에서 진행 중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기존 집단감염과 역학적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으면 방역당국은 이 환자를 집단감염 내 첫 확진자(지표환자)로 보고 이 환자로부터 접촉자 추적에 나선다. 1007명의 감염 경로 조사 중 환자가 발생했으니 1007건에 대한 역학조사가 필요한 셈이다.

한국은 환자 치료에 집중하면서 상대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을 통해 집단면역을 시도한 스웨덴과 달리 확진자 1명 발생시 동선을 추적, 접촉자를 최대한 많이 찾아내 이들을 검사·격리, 추가 감염을 차단하는 억제 전략을 택했다.

추적해야 할 집단감염이 1007건이라는 것도 큰 부담이지만 확진자 1명당 만난 사람이 10명이라고만 해도 소재를 파악해 자가격리 및 검사를 통보해야 할 사람만 1만명이 넘는다는 얘기다. 심지어 다중이용시설 등은 접촉자가 수백명에 달하는 경우도 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역학조사관은 방대본 등 중앙정부에 95명, 각 지방자치단체에 61명 등 총 156명이 전부다. 수도권에서 확진 환자가 급증하고 전국 각지에서 확진자가 산발하자 방대본은 기존 현장 역학조사관은 물론, 연구나 통계 업무를 담당하는 역학조사관도 현장에 투입하고 있다.
 
감염 경로 조사 중 확진자 1007명은 확진자 발생 속도를 역학조사가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면서 한국 방역체계의 구심점인 역학조사에 과부하를 일으키는 숫자다.

따라서 역학조사를 통한 선제적인 차단이라는 방역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선택지는 하나밖에 없다. 시민 한명 한명이 스스로 방역 주체가 돼 추가 감염을 막고 다른 확진자의 접촉자가 되지 않는 길,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유행 확산세 억제라는 기본 목표 외에 접촉자 감소라는 측면에서 방역망 통제력을 유지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다.

현재 1007명이 2000명이 될지, 10명으로 내려갈지도 현재로선 사회적 거리 두기 준수에 달렸다. 확진자 억제는 물론 역학조사가 속도를 내기 위해서라도 1명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그 환자로부터의 접촉자 수를 줄여야 돼서다.

정은경 본부장도 "역학조사를 통해서 감염원들을 일일이 다 추적하고 접촉자 조사로 격리하는 데에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고 판단을 했기 때문에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화한 것"이라며 "현재는 열심히 역학조사를 통해서 접촉자를 찾고 격리하는 조치도 하지만 그것과 더불어서 사람 간의 전파를 최소화시키는 사회적 거리 두기 이 두가지 조치로 유행을 통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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