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 증거인멸 치밀했다…"비밀의 방 있어" 증언
옵티머스 대규모 환매 중단 관련 사기 혐의
금감원 직원 "생각 못한 곳에 사무실 있었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옵티머스자산운용(옵티머스) 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국회 국정감사 여야의 주요 공방으로 떠오른 지난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 사무실이 굳게 닫혀 있다. 2020.10.12. [email protected]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허선아)는 30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김재현 옵티머스 자산운용 대표 등 5명의 2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은 현재 금융감독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정모씨가 증인으로 나왔다. 정씨는 옵티머스 관련 사건을 담당하며 서면검사 확인 내용을 검찰에 통보하기도 했다.
당시 통보 내용에 대해 정씨는 "옵티머스 펀드 환매 중단이 연기됐는데, 애초 설정 때부터 돌려막기가 있었다"며 "공공기관 매출 채권에 투자한다고 했지만, 다른 데 사용된 것을 보고 위법 사항을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옵티머스 관련 사건 검사를 실시하게 된 경위에 대해서는 "라임 사태 이후에 실태 점검을 했고, 일반 개인에 많이 판매한 운용사 10개 정도를 선정했는데 옵티머스가 포함됐다"고 밝혔다.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현장 검사 대신 서면 검사를 실시했는데, 이 기간 동안 김 대표와 송모 사내이사는 불러 문답을 진행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김 대표 등은 명확하게 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지난 6월19일 환매 중단 관련 긴급히 현장에 나갈 필요성이 있다고 보여 현장검사반이 나가 검사를 실시했지만, 제대로 검사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이후 "검사에 대비해 컴퓨터를 다 교체했다"는 직원들의 진술을 확보했다며 정씨는 "주말에도 옮겼고, 논현동 창고도 옵티머스 관련 컴퓨터를 가져놨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또 '비밀의 방'이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고 증언했다.
정씨는 "별도 사무실인데 있을거라고 생각 못 한 곳에 김 대표 사무실이 있었다"면서 "펀드 자금을 공공기관 매출채권이 아니고 제안서와 다르게 사용한 증빙서류가 많이 모여 있어 김 대표 동의 하에 도어락을 열고 봉인했다"고 말했다.
검찰이 '자료들이 있었나'고 묻자 정씨는 "PC도 있었고 가구는 새로 장만했던 것 같다. 펀드 자금으로 회사나 개인들에게 빌려준 차용증이랑 수표, '펀드 하자 치유 문건' 같은 것들을 저희가 그때 확인했다"고 답했다.
'펀드 하자 치유 문건'은 김 대표가 작성한 것으로 펀드 부실 원인과 향후 계획 등이 담겼다. 문건에는 '정부 및 여당 관계자들이 프로젝트 수익자로 일부 참여돼 권력형 비리로 호도될 우려가 있다'는 내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검찰이 '펀드 자금이 이렇게 투자될 거라고 개인 투자자들이 알았다면 펀드가 이렇게 잘 팔렸겠나'고 묻자 정씨는 "이게 공공기관 매출 채권이라고 해서 안전한 펀드로 인식했고, 수익률이 좋다고 해 많이 팔렸다고 판단된다"고 대답했다.
김씨 등은 지난 2018년 4월부터 올해 6월까지 공공기관 발주 관급공사 매출채권에 투자하겠다고 한 뒤 약 2900명으로부터 1조2000억여원을 편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조사 결과 김씨 등이 편취한 금액은 공공기관 매출채권이 아닌 부실채권 인수, 펀드 돌려막기 등에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옵티머스 등기이사 겸 H법무법인 소속 변호사 윤씨를 통해 허위 내용의 매출채권 양수도 계약서 등을 만들고, 이같은 서류로 금융당국 적격심사를 통과한 것처럼 판매사들을 속인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김씨가 연루된 사기 편취 금액이 2099억원 가량 더 늘어났다며 이를 적용해 추가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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