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통증에도 이 악문 정지석 "AVC컵 동메달 분해…아파도 참아야"
AG 배구 조별리그 1차전 결장, 2차전서 팀내 최다 11득점
[인천=뉴시스]프로배구 대한항공 곽승석과 정지석. 2023.03.30.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7월 2023 아시아배구연맹(AVC) 챌린지컵에서 딴 동메달이다. 당시 대표팀은 준결승에서 바레인에 밀려 3위에 그쳤다.
굳이 여기까지 메달을 들고 온 이유가 있다.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동메달에 그쳤을 때의 아쉬움을 계속해서 다시 새기기 위해서다.
21일 중국 항저우 린핑 스포츠센터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남자배구 C조 조별리그 2차전 캄보디아와 경기 후 만난 정지석은 "AVC 때 땄던 동메달이 너무 분해서 가져왔다. 선수촌 현관문에 걸어 놓고 이걸 보면서 반성하자는 마음을 가지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단단한 각오를 다지며 항저우에 입성한 정지석의 도전은 시작부터 위기를 맞았다.
최근 허리 통증을 느끼면서 몸 상태에 빨간 불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공격과 수비가 두루 능한 정지석의 부상은 대표팀에도 악재다.
정지석은 20일 열린 한국의 조별리그 1차전 인도와 경기에서 웜업존만 지켰다.
그 사이 한국은 인도와 풀세트 접전 끝에 무너져 충격패로 대회를 출발하게 됐다. 세계 랭킹 27위의 한국이 한 수 아래로 여겼던 73위 인도에 당한 패배라 더욱 상처가 컸다.
팀의 패배를 지켜볼 수밖에 없던 정지석은 "여러 감정이 교차하더라. 소속팀에서조차 겪어보지 못한 감정이었다"며 "(대회가) 1년 연기되고, 여기까지 겨우 왔다. 저는 더 간절하다. 이 간절함을 어떻게 표출해야 할지, 혼자 목소리밖에 낼 수 없다는 게 답답했다"고 아쉬워했다.
1차전이 끝난 뒤 "내 부상보다 팀이 먼저"라고 목소리를 높였던 정지석은 캄보디아와 조별리그 2차전에 선발로 나섰다.
그리고 팀 내에서 가장 많은 11점을 따내며 한국의 셧아웃 승리를 견인했다. 조별리그 1승1패를 거둔 한국은 C조 2위로 12강 티켓도 손에 넣었다.
두 달 전 동메달을 아쉬움을 만회하기 위한, 정상을 향한 도전도 계속 이어진다.
정지석은 "(1차전 패배 후) 선수들과 '다 이기고 가자, 어차피 금메달을 따려면 이겨야 하는 상대들이다'는 이야기를 나눴다"며 "1차전에서 졌지만 분위기를 해치지 않고, 티를 내지 않으려고 서로 좋은 말을 했다"고 소개했다.
아쉽게도 정지석의 몸상태는 여전히 정상이 아니다.
"3세트를 하면서 다시 통증이 올라오기 시작하더라"고 털어놓은 정지석은 "오늘 아침 의무실에서 약을 먹으니 통증이 조금 잡히긴 했는데, 완전한 건 아니다. 그래도 어제보다 나은 경기를 해서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 내렸다.
몸이 좋지 않다 보니 경기 중에도 신경이 쓰이기 마련이다. 정지석은 "조심스러웠다. 리시브하는 데는 무리가 없었는데 공격이나 점프를 뛸 때 허리가 아프고, 스파이크를 때리려고 할 때도 통증이 오더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조심조심 때렸는데 (우리 팀엔) 좋은 세터들이 있지 않나. 그 세터들이 잘 올려줘서 다행히 큰 무리없이 경기를 마칠 수 있었다"고 동료에 공을 돌렸다.
남은 경기의 변수도 정지석의 몸상태가 될 수 있다.
정지석은 "프로선수고, 국가대표라면 몸 관리는 기본적으로 해야 한다"고 채찍질하며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몸상태를 가져오는 게 1차적 목표"라고 강조했다.
몸이 아파도 뛸 수 있는 건 태극마크가 주는 힘이다.
정지석은 "국가대표이지 않나"라며 웃은 뒤 "(AVC 챌린지컵) 이 메달을 보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 그런 마음으로 아파도 참고 해야 한다"고 단단히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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