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연기, 하늘이 준 기회"···마음 다잡는 수험생들
【서울=뉴시스】김지은 기자 = 2018학년도 수능 고사장인 서초고등학교 입구에서 선배를 격려하는 후배들이 모여있다. 2017.11.23
【서울=뉴시스】김지은 기자 = "작년에 시험 보고 올해는 재수인데, 수능이 연기됐을 때 오히려 신이 준 기회라고 생각하고 일주일 더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23일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지는 서울 서초구 서초고등학교 앞. 이날 오전 6시35분께 동행한 부모님의 격려를 받으며 첫 입실자로 들어선 강휘중(19)군은 "한 주 연기된 수능에도 초조해하지 않고 더 공부에 박차를 가했다"고 밝혔다.
서초고에 들어서는 학생들 중 다수가 부모님의 인사를 받으며 입실했다. 자연재해로 인한 사상 초유의 수능 연기로 인해 더 초조했을 자녀들을 바라보는 부모들의 눈에는 걱정이 섞여 있었다.
고3 수험생 아들을 배웅 나온 제성희(42)씨는 들어가는 아이의 손을 꼭 잡아준 후 건물 안으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뒷모습을 바라봤다. 제씨는 "지진이 나서 (수능이 연기된 것 때문에) 몸까지 아팠다. (아이가) 동요 없이 하던대로 잘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차를 타고 와서 아들과 포옹을 한 후 들여보낸 한 학부모는 연신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에 "(방해하면) 안된다. 우리 아들은 이번에 꼭 잘 봐야 한다. 하나도 안 틀려야 한다"고 거듭 말하기도 했다.
서초고 정문 앞에서는 서울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 15여명 가량이 모여 입실하는 선배들이 보일 때마다 응원전을 펼쳤다. 학생들은 둥글게 모여 서서 "서울! 서울! 꼰데쓰 무스까! 빅토리!"라고 외치며 분위기를 돋구었다.
서울고 1학년에 재학 중인 오규원(16)군은 "선배들이 응원을 해 달라고 부탁할 때마다 이 구호를 외쳐 드린다"며 "정확한 뜻은 모르지만 아프리카 부족이 전투하기 전에 하는 구호로 30년의 역사 동안 내려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후배들의 응원을 받으며 들어선 한 수험생은 "추울 텐데 이렇게 와서 응원해줘서 고맙다"며 "많이 떨렸는데 일단 아는 건 다 맞추고 포기하지 않는 게 오늘의 목표"라고 다짐했다.
경북 포항 지진으로 한 차례 연기돼 이날 시행되는 이번 수능은 전국 85개 시험지구 1180개 시험장에서 치러진다. 올해 수능 응시생은 지난해보다 1만2460명 감소한 59만3527명(포항 지역 6098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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