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사건도 국가 폭력, 진상 조사해야"…71주년 추념식
광화문광장서 추념식…유족, 시민들 참여
"역사 기록 남기고파", "진상조사 나서야"
현직 경찰청장 첫 방문…"희생자에 애도"
국방부도 참석 예정…71년 만 공식 사과
【서울=뉴시스】이윤청 수습기자 = 민갑룡 경찰청장, 이용선 시민사회수석,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주 4·3 사건 추념식에서 추모곡을 제창하고 있다. 2019.04.03. [email protected]
'제주 4·3 범국민위원회'와 '제주 4·3 평화재단' 등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추념식인 '제주 일흔한 번째 4·3' 행사를 진행했다. 행사에는 서울에 거주하는 유족들과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 시민 등 200여명이 함께했다.
행사에서는 추모시 낭송, 헌화, 유족 발언 등이 있었다.
한 유족은 연단에 올라 "아이들에게 할아버지가 왜 29살에 아내와 어린 자식을 두고 눈을 감지도 못하고 저 세상에 가게 됐는지를, 역사의 기록으로 남길 수 있도록 하고 싶다"면서 울먹이는 목소리로 숨진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었다.
외삼촌이 4·3 사건 당시 운명을 달리했다는 김모(51)씨는 기자와 만나 "4·3 역시 국가 폭력 사건이 아니냐"면서 "연좌제 피해를 우려해서 스스로 밝히지 못했던 분들이 더 있을 것이다. 진상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4·3 사건 당시 사망자의 제사를 지내고 있다는 오모(64·여)씨는 "나라가 몇 십 년이 지나도록 나 몰라라 했던 사건이다. 사람들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고, 사회적 관심도 크지 않다"며 "억울하게 숨진 이들과 관련한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사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부모, 형제, 자식의 이름조차 지워야 했던 아픔을 대물림 해왔다"며 "진상규명과 치유에 이를 수 있도록 온 국민이 함께 제주의 봄을 키워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민갑룡 경찰청장도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무고하게 희생된 양민들의 영전 앞에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비극적인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있었던 우리 경찰의 행위에 대해서도 반성적으로 성찰하면서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민주, 인권, 민생 경찰로 거듭나겠다"고 했다.
【서울=뉴시스】이윤청 수습기자 = 민갑룡(왼쪽부터) 경찰청장, 이용선 시민사회수석, 박원순 서울시장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4370+1 봄이 왐수다’ 추념식에서 추모곡을 제창하고 있다. 2019.04.03. [email protected]
오전 행사 이후에는 4·3 희생자를 추모하는 불교 천도제가 진행됐다. 이어지는 오후 행사에는 국방부 측 인사가 방문할 예정이다. 이날 국방부는 "제주4·3특별법의 정신을 존중하며 진압 과정에서 제주도민들이 희생된 것에 대해 깊은 유감과 애도를 표한다"고 입장을 냈다.
현직 경찰청장이 4·3 사건 관련 행사에 직접 참석해 사과의 뜻을 밝히고, 국방부가 공식적인 사과 의사를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4·3 사건'은 지난 1947년 3·1절 군중을 향한 경찰의 발포를 시작으로 1948년 4월3일을 포함, 1954년 9월21일 한라산 통행금지령이 해제될 때까지 7년7개월간 제주 전역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과 군·경 진압 과정에서 다수의 희생자가 발생한 사건을 말한다.
제주4·3사건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는 당시 1만245명이 숨지고, 3578명이 실종된 것으로 집계했다. 실제 인명 피해는 그 이상인 2만5000명~3만명으로 추정되며, 당시 제주 인구의 10분의 1 이상 목숨을 잃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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