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美 10개 도시서 불법이민 소탕 작전…폭풍전야
ICE, 추방 명령받은 2000명 목표로 삼아
단속 대상 도시 시장들, 이민자 편에 서
【시카고=AP/뉴시스】13일(현지시간) 시카고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예고한 대대적인 이민 단속에 항의하며 수천명의 시민들이 ICE 시카고 본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한 '아기 트럼프' 풍선과 "이 아기를 감옥에 넣어라"고 적힌 손팻말이 눈에 띈다. 2019.07.14.
14일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인 NPR, 뉴욕타임스(NYT), NBC 등은 이민 단속을 공습(raid)에 비유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는 대규모 불법 이민 단속을 단행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 일제 단속 계획을 발표했다가 의회에 시간을 주겠다며 한 차례 연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여론조사 다수에서 2020년 대선 민주당 유력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의 양자대결에서 밀려 지지율 전환의 계기가 필요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야 말로 대선 공약인 반(反) 이민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작심한 듯 12일 "일요일(14일)부터 사람들을 그들의 나라로 데리고 갈 것이다. 혹은 범죄자들을 감옥에 넣거나 그들 나라의 감옥으로 넘기겠다"고 밝혔다. 그는 "그들(이민자)은 불법적으로 들어오고 우리는 합법적으로 데리고 나간다"고 덧붙였다.
NYT에 따르면 단속 범위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ICE는 법원으로부터 추방 명령을 받은 최소 2000명의 이민자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지만, 우연히 현장에서 발견된 불법 이민자도 잡아들일 가능성도 있다. ICE가 겨냥한 2000명은 대개 범죄 기록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NPR은 전했다.
ICE 대변인 매슈 버크는 성명을 통해 안전과 보안을 보장하기 위해 세부 사항은 밝히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대통령 소셜미디어 총회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2019.07.14.
작전은 최소 위 10개 도시에서 며칠 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ICE는 허리케인 배리가 강타한 루이지애나주의 뉴올리언스에서는 주말 동안 이민 단속을 하지 않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정책에 반대해온 마이클 행콕 콜로라도주 덴버 시장은 "단속은 18일까지 계속될 것이고 부수적인 추방(collateral deportations)도 이뤄질 수 있다"고 말하며 현장에서 불법 이민자 신분이 발각되면 구금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각 지역은 이민 사회의 두려움을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NPR에 따르면 주말 사이 뉴욕 맨해튼, 로스앤젤레스 도심 등 단속 대상 지역 곳곳에서 수백, 수천명 단위의 반대 시위가 열렸다.
12일 오후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ICE 본부 앞에서 열린 '일어나라'(Rise Up) 집회는 이민 아동 구금센터 폐쇄와 뿔뿔이 흩어진 이민 가족의 만남을 요구했다.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이민자 지원 단체 (CHIRLA)는 이민자들에게 "두려움 없이 여기서 살라"고 독려하고 있다. 이들은 단속에서 끌려간 이민자를 위한 법률 핫라인(긴급전화)을 위해 변호사들을 섭외했다. 300명의 변호사가 여기에 참여했다.
덴버의 행콕 시장은 이민자들이 가족과 지낼 수 있도록 강제 추방을 저지하는 데 드는 법률 비용을 부담해줄 기금이 있다고 강조했다.
실베스터 터너 텍사스주 휴스턴 시장은 "이번 작전이 우리 도시 사람들의 불안을 키웠다"고 비판했다. 휴스턴도 이민자를 위한 핫라인을 마련했다.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버나드 잭 영 시장과 마이클 해리슨 경찰청장은 ICE의 단속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영 시장은 성명을 통해 "볼티모어를 집으로 생각하는 이민자들이 추방과 가족과의 이별을 두려워하며 살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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