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감염자 10배 이상"…무증상자 전파 '속수무책'
확진자 연일 세자릿수…"2차 대유행 시작"
무증상 감염자 많아 '깜깜이 전파' 속도 빨라
"확진자의 10배 정도 감염돼 있다고 봐야"
"개인들 경각심 떨어지고 정부 정책 느슨해진 탓"
"초기보다 전파력 너무 강해"…변이 가능성 제기
[서울=뉴시스] 이윤청 기자 = 금란교회 교인들이 19일 서울 중랑구 금란교회에 설치된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고 있다. 18일 서울시, 중랑구, 금란교회 등에 따르면 사랑제일교회를 방문한 서울 중랑구 금란교회 교인 1명이 지난 1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2020.08.1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중대 고비를 맞고 있다. 야외 활동이 많아지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느슨해지면서 한 때 한자릿 수까지 줄어들었던 일일 확진자 수는 연일 세자릿 수로 폭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신천지나 이태원 집단 감염 때보다 상황이 심각해 이미 2차 대유행에 진입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현재 상황이 매우 심각한 이유는 무증상·경증 감염자가 이미 사회 도처에 누적돼 있어 코로나19가 더욱 빠른 속도로 확산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 감염됐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늘어나면 정부의 방역망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될 가능성이 높다.
20일 보건 당국에 따르면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는 지난 14일 103명, 15일 166명, 16일 279명, 17일 197명, 18일 246명, 19일 297명으로 6일 연속 세자릿수를 기록했다.
최근 코로나19에 대한 경계심이 약화되면서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623명), 서울 롯데리아 종사자 모임(18명), 파주 스타벅스(55명), 경기 용인시 우리제일교회(154명) 등 외부 활동을 통한 집단 감염이 폭증하는 상황이다.
특히 무증상·경증 감염자에 의한 '깜깜이' 전파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고, 개인간 거리가 밀착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전파력이 매우 강하다는 점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최근 많은 확진자가 발생한 파주 스타벅스에서는 매장 2층에 머물던 1명의 감염자로 인해 23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10분만 2층에서 머물다 떠났거나 2층 화장실을 잠깐 사용한 사람도 감염됐을 정도로 전파력이 강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곳에서 나온 확진자 중 상당수는 무증상 감염자였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지난 16일 정례브리핑에서 "지금 수도권에는 지금껏 진단되지 않았던 무증상·경증 감염자가 누적돼 있다"면서 "코로나 감염의 위험은 고위험 시설에만 국한되지 않고 우리가 일상에서 매일 접하는 식당, 카페, 주점, 시장 등 어디서든, 누구라도 코로나 감염에 노출될 위험이 매우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코로나19 사태가 새 국면을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가사이 다케시 WHO 서태평양지역사무국장은 화상 브리핑에서 "전염병 양상이 변하고 있다"며 "20∼40대가 확산을 주도하고 있으며 대다수는 감염 사실을 모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가 활동이 많은 젊은층을 중심으로 확산하면서 더 취약한 계층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파주=뉴시스] 고승민 기자 = 19일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스타벅스 파주야당역점에 휴점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이날 확진자 4명이 추가 발생해 스타벅스 파주야당역점 연관 확진자는 현재 누적 54명이다. 2020.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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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 초기 보건 당국은 무증상 감염자나 잠복기 감염자를 통한 전파 가능성을 큰 위험으로 인식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무증상 감염자의 전파력이 유증상 환자와 차이가 없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순천향대서울병원 감염내과 이은정 교수 연구팀이 지난 3월 6일~26일 천안 생활치료센터에 격리된 코로나19 확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유증상자와 무증상자의 바이러스 배출량(Ct·Cycle threshold)에는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현재 공식 통계에 집계되지 않은 무증상·경증 감염자가 실제 확진자 규모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확진자의 10배 정도가 진단이 되지 않고 이 사회에서 돌아다니면서 전파를 시키고 있다고 보는게 일반적"이라며 "얼마 전 항체 검사에서 (항체 보유자가) 많이 안 나와서 코로나19가 생각보다 덜 번졌다고 생각했지만 완벽하지 않은 검사였다"고 말했다.
이렇게 감염 규모가 폭증하게 된 것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사태 초기보다 완화되고 코로나19에 대한 개인들의 경계심이 낮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최근 팬데믹 피로감이 만연되다 보니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이 떨어지고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었다"며 "정부가 여행과 쇼핑을 독려하는 등 방역 정책도 상당히 느슨해져 있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여름철이 되면서 사람들이 많이 이동하고 휴가지에서 긴장감이 떨어진 것도 한가지 요인일 수 있다"며 "최근에는 집회도 많이 열렸는데 앞으로 1~2주 사이에 안좋은 영향으로 나타나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무증상 감염을 늘리고 전파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이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유전자 염기서열 차이로 인한 아미노산의 변화를 기준으로 S, V, L, G, GH, GR 등 6개 유형으로 분류된다. 국내 유행 초기에는 S형이, 신천지 집단감염 때는 V형이 주로 검출됐지만 현재는 변이형인 GH형이 유행을 주도하고 있다. 이태원 클럽발 감염과 부천 쿠팡물류센터 집단 감염때 검출됐던 GH형은 기존 바이러스에 비해 전파력이 훨씬 강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1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열린 보수단체 8·15 대규모 집회 참가자들이 경찰 저지선을 뚫고 사직로에서 청와대로 가는길로 몰려와 경찰들과 대치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집회 참가자들이 경찰 버스를 넘어트리려는 듯 밀고 있다. 2020.08.15. [email protected]
또 최근 말레이시아에서 발견된 G그룹의 바이러스(D614G)는 전염력이 10배 이상 강해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최근 외국에서도 변이된 바이러스가 훨씬 많다고 돼 있고 국내에서도 검사를 해보면 그럴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며 "지금 스타벅스 감염, 양평군 감염 등 지역사회 감염 사례들을 보면 (확진자와) 접촉한 시간에 비해 너무 많은 감염들이 나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천 교수는 "바이러스가 세포를 침투하는 능력 자체가 변이되면서 초반에 비해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며 "바이러스도 숙주를 계속 살려야 전파가 잘 되기 때문에 증상은 심하지 않고 전파력은 강한 쪽으로 변형을 계속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바이러스가 이미 광범위하게 펴져 있어 개인들이 철저하게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지 않으면 확산세는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될 수 있다. 정부와 전문가들이 이미 2차 대유행의 초기 단계에 진입했다고 진단하는 이유다.
김 교수는 "당초 가을과 겨울에 대규모 확산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했는데 지금부터 그런 사태가 시작될 수 있다"며 "정부가 강력하게 대응 정책을 펴고 국민들과 의료계가 얼마나 잘 연대하느나갸 관건"이라고 언급했다.
또 "지금은 '눈먼 자들의 도시(주제 사라마구의 소설)'와 비슷한 상황"이라며 "멀쩡한 사람도 감염원이 될 수 있다. 마스크 쓰기를 일상화 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철저히 지키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안 가는게 개인들의 현명한 대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방역 정책도 더욱 철저해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천 교수는 "우선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전하 2단계로 격상해서 고위험시설을 닫고 관찰을 더 해보다가 이번주를 경계로 확산세가 줄어들지 않는다면 3단계까지도 고려해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접촉점이 없는 사람들까지 무작위로 검사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지만 접촉자들만 철저히 검사를 해도 그 안에는 무증상자들이 많이 나올 것"이라며 "8·15 집회때 모였던 사람들만 해도 어마어마할 것이다. 원칙대로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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