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때 軍버스 실려간 '4살 남아' 영상 발견, 무명열사?
1980년 5월27일 이동춘 목포과학대 교수가 남아 안고 상무대로
검시 조서·총기사고 유사 사건 등 근거로 무명 열사 일치 가능성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아시아월스트리트저널 아시아지부 노먼 소프 기자가 광주 도심에서 촬영한 사진. 사진 속 빨간 네모 안에는 이동춘 목포과학대 현 교수가 한 아이를 안고 있다. 이 아이는 항쟁 한 달 뒤 암매장 상태로 발견된 4살 무명열사로 추정된다. (사진=뉴시스DB) 2021.05.0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1980년 5·18민주화운동 마지막 날 군용 버스에 실려 가던 4살 남자 아이의 모습이 담긴 영상과 사진이 41년 만에 발견됐다.
현재까지 행방이 밝혀지지 않은 이 남아가 총을 맞고 숨진 뒤 야산에 암매장된 채 발견됐다가 국립5·18민주묘지에 묻힌 '4살 5·18 무명열사와 같은 인물이 아니냐'는 추정이 나온다.
10일 문화체육관광부 옛 전남도청 복원추진단(추진단)에 따르면, 최근 '5·18 당시 남성의 품에 안겨 군용 버스에 실려 가던 4살 남아의 모습'이 국외 방송·신문사가 촬영한 영상·사진으로 발견됐다.
아이를 안고 상무대로 갔던 이동춘(62) 목포과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의 증언으로 이러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 교수는 5·18항쟁 마지막 날인 1980년 5월 27일 옛 전남도청 본관 2층 부지사 비서실에서 끝까지 투쟁하다 공수부대원들에게 붙잡혔다.
당일 오전 5시 30분께 도청 앞마당으로 끌려갔는데, 자신보다 먼저 와 있던 남녀 고등학생 2명으로부터 네다섯살 정도의 남아를 건네받았다.
이 교수는 아이를 안은 채 군용 버스에 올라 상무대 영창으로 끌려갔다. 이후 분류 심사를 받으면서 헌병에게 아이를 인계했다.
당시 버스 안에서 이 교수가 아이를 안고 있는 모습은 영국 BBC방송과 노먼 소프 전 아시아 월스트리트 저널 기자가 촬영한 영상·사진에 담겼다.
영상에서 빨간색 상의를 입은 아이는 불안한 듯 버스 밖을 물끄러미 응시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 아이의 행방은 41년째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 교수는 10년 전 친동생의 지인(5·18 당시 상무대 헌병)으로부터 '그때 시민군이 안고 왔던 아이를 기억한다. 군 막사에서 보호하고 있던 아이가 갑자기 사라져 군에 비상이 걸렸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이 교수는 자신이 헌병에게 건넨 아이가 총기 사고로 숨져 국립 5·18민주묘지에 묻힌 무명 열사일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했다.
'4살 무명열사(4-97)'는 1980년 6월 7일 광주 남구 효덕초 건너편 야산(과거 인성고 앞)에서 암매장된 채 발견된 뒤 5·18묘지에 묻혔다.
검시 조서엔 '왼쪽 뒷목에 탄알이 박힌 채 숨졌다'고 기록돼 있다. '30대 여성이 사망자(아이)를 군 짚차(군인 지프차)에 싣고 와서 효덕동 소재 인성고등학교 앞산에 매장하고 그 차로 갔다'는 경찰 관계자의 적혀 있다.
이 교수는 "1980년 5월 27일~28일 사이 이 아이가 상무대 부내 내에서 총기 사고를 당해 국군통합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숨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같은 기간 또다른 유사 사건이 있었던 점, 검시 보고서상 아이의 사망 시점(1980년 6월 7일 검시, 10~15일 전 사망 추정)을 토대로 한 추정이다.
이 교수는 또 "아이의 주검을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가 통합병원 여성 장교가 암매장했을 것"이라고도 추론했다.
1980년 6월 7일 이 아이의 주검을 수습했던 광주시청 사회과 전 직원 조성갑씨는 "바짝 말라가지고 웃옷이 줄무늬 문양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영상·사진으로 단서가 확보돼 증언할 수 있게 됐다. 5·18진상조사위 차원의 조사로 군 영창으로 실려 갔던 4살 어린이와 5·18민주묘지에 묻혀 있는 4살 무명열사가 일치하는지 밝혀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광주시는 옛 5·18묘지에 안장된 무명열사 묘 11기를 새 묘역으로 이장하는 과정에 행방불명자 가족의 유전자를 비교·분석해 2002년 3명, 2006년 3명의 신원을 확인했지만 4살 남아 등 5명의 신원은 밝혀지지 않았다.
이 교수가 아이를 안고 있는 사진은 지난 7일부터 옛 전남도청 별관 2층에 전시 중(노먼 소프 특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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