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위, 형제복지원·삼청교육대 피해자 추가 확인
형제복지원 146명·삼청교육대 111명 상대 추가 진실규명
중앙정보부, 형제복지원 범죄 의혹 알고도 내사 종결
'학생 삼청교육대' 운영·국가의 지속적인 감시 사실 확인
삼청교육대 낙인…직장에서 부당 조치 당하거나 해고도
[서울=뉴시스] 전재훈 기자 = 경찰에게 수용 의뢰된 부랑인이 형제복지원으로 들어가는 모습. (사진=진실화해위 제공) 2022.08.24.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전재훈 기자 =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원회)가 146명의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와 111명의 삼청교육대 사건 피해자를 추가로 확인했다.
이로써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는 총 337명, 삼청교육대 사건 피해자는 총 152명으로 늘어났다.
진실화해위는 지난 7일 서울 중구 남산스퀘어빌딩에서 제51차 전체위원회를 열고 두 사건에 대한 추가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고 9일 밝혔다.
중앙정보부, 형제복지원 존재 인지했지만 묵인
당시 중정은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해 '부산시 부랑인을 수용, 선도함으로써 범죄의 사전 예방 및 건전한 부산 시가를 형성하는 데 이바지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이번 2차 진실규명을 위한 조사 과정에서 형제복지원 피해자가 잃어버렸던 가족을 찾아내기도 했다.
1975년 형제복지원에 강제 수용된 유모씨는 제적등본 및 주민등록 자료 추적 끝에 지난달 26일 어머니와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또 다른 피해자 안모씨도 제적등본과 주민등록 추적 결과 형제 중 1명의 생존을 확인했으며, 이미 사망한 피해자 이모씨의 유가족들은 지난달 그의 납골당을 방문하기도 했다.
1960년부터 1992년까지 운영된 형제복지원은 사회 통제적 부랑인 정책 등을 근거로 공권력이 직간접적으로 개입, 부랑인으로 분류된 사람들을 강제 수용해 강제노역·폭행·가혹행위·사망·실종 등을 겪게 한 사건이다.
진실화해위는 지난해 8월 형제복지원 인권침해 사건을 "국가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이라고 규정하고, 국가가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공식 사과할 것을 권고했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지난해 8월24일 오전 서울 중구 위원회 대회의실에서 개최한 형제복지원 인권침해 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 기자회견에서 생존 피해자 연생모(왼쪽 두번째) 씨가 트라우마로 인해 고통스러워 하고 있다. 진실화해위는 형제복지원 사건의 사망자가 기존에 알려진 552명보다 105명 많은 657명이라고 밝혔다. 또 위원회는 수용자들에게 정신과 약물을 강제로 먹여 무기력한 상태로 통제한 사실과 국가가 실상을 알면서 묵인한 정황도 등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생존 피해자들은 이 자라에서 트라우마를 치유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2022.08.24. [email protected]
'학생 삼청교육대' 확인…퇴소 후 국가가 감시하며 관리
진실화해위에 따르면 계엄사령부는 '학생 불량자' 600명을 대상으로 제11공수여단에서 2단계 순화교육을 진행했다. 학생 피해자들은 수업 시간에 연행되기도 했는데, 당시 교사들은 '삼청교육도 교육이다'며 연행된 학생들을 결석 처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진술 기록을 보면 피해자 김모씨는 서울 중구 남산공업전수학교(현 리라아트고등학교) 재학 중 삼청교육대상자로 신고됐다. 그는 도피 끝에 검거돼 제11공수여단 62연대 유격장에 입소했는데, 해당 부대에는 전국의 중·고등학생만 있었다고 한다.
경기 화성 송산고에서는 수업을 받던 도중 연행된 피해자 홍모씨에 대해 '1980년 9월 수업 도중 연행된 후 행방이 묘연하다가 약 4주 후에 본교에 복귀한 사실이 있음'이라는 기록이 발견됐다.
진실화해위는 "국가는 귀가한 사람을 '순화교육 이수자'라는 명칭으로 전과자와 같이 관리, 감시했다"며 "국가가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들을 관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1981년 1월25일 계엄 해제 이후에도 동·면사무소는 '순화교육 이수자 사후관리 기록카드'를 만들어 피해자들을 관리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는 1981년 2월6일 각 구에 경찰의 협조를 받아 유동자 및 행불자가 없도록 조치하라며 '순화교육 이수 귀가자 사후관리 철저 재강조 지시'를 하달하기도 했다.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원회) 김광동 신임 위원장이 지난해 12월12일 서울 중구 남산스퀘어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취임식을 갖고 있다. (사진=진실화해위 제공) 2022.12.12 *재판매 및 DB 금지
삼청교육대 낙인…직장에서 해고 등 부당대우도
진실화해위가 입수한 1980년 9월27일 노동부(현 고용노동부)의 근로기준과 '순화교육 이수 근로자에 대한 부당처우 방지' 문서에 따르면, 당시 노동청은 대한석탄공사 및 A운수에 부당처우 시정 특별지시를 하달했다.
대한석탄공사는 순화교육 이수를 이유로 화순광업소 채탄보조공 김모씨 외 30여명을 타 광업소로 발령 조치했고, A운수는 소속 운전기사 박모씨의 순화교육 기간을 무단결근을 간주해 해고 조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노동청은 이러한 조치가 근로기준법상 명백히 부당해고 및 부당처우에 해당하기 때문에 시정하도록 특별 지시를 내린 바 있다.
삼청교육 피해 사건은 1980년 8월4일 계엄포고 제13호에 따라 6만755명을 검거하고, 그중 약 4만명을 군부대에 설치된 ’삼청교육대‘에 수용해 순화교육, 근로봉사, 보호감호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불법구금, 구타 등 가혹행위 등이 발생한 대규모 인권침해 사건이다.
진실화해위는 지난해 6월 삼청교육 피해 사건을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발생한 대규모 인권침해 사건'으로 규정하고 진실규명을 결정했다. 당시 진실화해위는 '삼청교육피해자의 명예회복 및 보상에 관한 법률'(삼청교육피해자법)을 개정해 국가가 적극적으로 피해구제에 나서야 한다고 권고하기도 했다.
김광동 진실화해위 위원장은 "삼청교육 피해사건은 피해자만 4만명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낙인효과로 인해 피해 사실 드러내기를 주저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이번 결정으로 많은 피해자들의 명예회복과 피해구제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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