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문건' 조현천 구속영장 내란음모 혐의 제외 이유는?
검찰, 직권남용, 군형법상 정치관여 혐의 적시
내란음모죄 등 제외…현 단계 소명 어렵다 판단
[인천공항=뉴시스] 고승민 기자 = 박근혜 정부 당시 계엄령 문건 작성 의혹 핵심 인물인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해외 도피 6년만인 지난 29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입국, 검찰 체포돼 이송되던 중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03.2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준호 기자 = 검찰이 5년여 만에 도피 생활에서 귀국한 '기무사 계엄 문건'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에 대해 본격적인 신병확보에 나선 가운데 구속영장 청구서에 내란음모 혐의가 제외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정인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30분께 조 전 사령관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했다.
앞서 검찰은 조 전 사령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죄목으로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와 군형법상 정치관여 혐의만 적시했다. 계엄령 문건 관련 핵심 혐의인 내란음모죄는 청구서에서 제외했다.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누군가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만들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것을 말한다. 검찰은 조 전 사령관이 지난 2016년 민간보수단체인 한국자유총연맹 회장 선거에서 특정 후보가 당선되도록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관여죄는 군인이나 군무원이 불법으로 정치 단체에 들어가거나 금지된 방법으로 정치 활동을 했을 때 적용된다. 검찰은 조 전 사령관이 기무사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집회와 시위를 연 것으로 보고 해당 혐의를 적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반면 검찰은 '계엄령 문건'의 핵심 혐의인 내란음모죄 등은 이번 구속영장에서 제외했는데, 현 단계에서 해당 혐의에 대한 소명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내란음모죄는 2명 이상이 계획을 실행에 옮긴다는 구체적인 합의가 있어야 하고 실질적인 위험성이 인정돼야 하는데, 조 전 사령관은 "검토 수준에 머물렀다"며 해당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검찰은 직권남용과 정치관여 혐의를 우선 적용해 신병을 확보한 뒤 내란음모 관련 수사를 보강하겠다는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내란예비, 음모 등 혐의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기무사 계엄 문건 의혹은 기무사가 2017년 2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 결과를 앞두고 '비상계엄' 발동 및 조치 사항을 점검하는 내용의 문건을 작성했다는 것이 골자다.
탄핵 심판 이후를 가정해 계엄령을 검토한다는 내용과 군대를 투입해 집회와 시위 등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고 국회와 언론을 통제하는 등의 구체적인 내용이 담겼다.
시민단체가 조 전 사령관 등을 내란예비음모 및 군사반란예비음모 혐의로 고발한 이후 군과 검찰의 군·검 합동수사단(합수단)이 설치돼 수사가 시작됐다.
하지만 조 전 사령관은 2017년 12월 미국으로 출국한 상태였고, 합수단이 수 차례 출석을 요구했으나 이에 응하지 않았다. 여권무효화 조치까지 내려졌으나 도피는 이어졌고, 합수단은 끝내 기소중지 처분으로 수사를 잠정 중단했다.
도피생활을 이어오던 조 전 사령관은 지난 29일 5년3개월 만에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해 검찰에 체포됐다. 검찰은 약 42시간에 걸친 고강도 조사 끝에 이날 새벽 조 전 사령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오전에 영장실질심사가 약 50분간 진행됐다.
법원은 검찰과 조 전 사령관 양측 주장을 검토한 뒤 이르면 이날 오후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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