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마다 '지옥'…"예타 안 바뀌면 수도권 철도망 확충 어렵다"
'서울 철도망, 왜 예타 통과가 어려운가' 대토론회
"경제성 비중 높아져, 서울 철도망 추진 어려워"
"교통 혼잡도 완화 등 사회문제 해결 항목 편익화"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서울 철도망, 왜 예타 통과가 어려운가' 예비타당성 조사 제도 개선을 위한 대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2023.11.0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조현아 기자 = 과도한 경제성 평가 위주로 구성된 현재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제도로는 강남권을 제외한 서울 지역 내 철도망 추진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교통 혼잡도를 완화하고, 강남북 균형 발전 등을 위해 예타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8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전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서울 철도망, 왜 예타 통과가 어려운가'를 주제로 예타 제도 개선을 위한 대토론회를 열었다.
예타는 기획재정부에서 총 사업비 500억원 이상, 국고 300억원 이상의 공공사업을 대상으로 예산 편성에 앞서 사전 타당성을 검증하고 평가하는 제도다. 대규모 재정 사업의 신규 투자 우선순위에 입각해 예산 낭비를 막고 재정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차원에서 지난 1999년 도입됐다.
평가 항목은 크게 경제성 분석, 정책성 분석, 지역균형발전 분석 등 3개로 구분되는데, 2019년부터는 수도권 사업과 비수도권 사업의 평가 비중이 이원화됐다. 수도권 평가 항목 중 경제성 분석 비중이 기존 35~50%에서 60~70%로 높아진 반면, 지역균형발전 비중은 아예 제외됐다.
[서울=뉴시스]김기봉 서울시 균형발전정책과장 발표 자료. (사진=서울시 제공). 2023.11.08. [email protected]
주제 발표에 나선 김기봉 서울시 균형발전정책과장은 "수도권 평가 항목 중 경제성 비중이 높아지면서 높아진 공사 비용과 용지보상비 등으로 사업성(B/C) 확보에 어려움이 발생했다"며 "경제성 평가 위주의 제도가 개선되지 않으면 인프라가 구축된 강남권을 제외한 서울 지역 내 철도망 추진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9년 제도 변경 이후 서울 철도망 사업 중 예타를 통과한 사례는 한 건도 없는 상황이다.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 '강북횡단선', '목동선', '난곡선', '면목선' 등이 예타 조사로 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대표적 사례다. 특히 지난 2013년부터 추진된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 사업의 경우 지난 8월 사업타당성 부족으로 무산되면서 10년 넘게 예타의 벽을 넘지 못했다.
김 과장은 "도시철도사업 공사비는 전체 사업비 중 40~50%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매년 공사비 증가로 경제성이 더욱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서울과 수도권의 예타 기준에서 경제성·정책성 비율을 조정하고, 미래 잠재적 수요가치와 지역균형발전 비중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도심 집중화와 고밀화에 따른 막대한 사회적 비용, 글로벌 인프라 투자 방향, 삶의 질 향상 등을 감안해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데에 의견을 같이 했다.
김정화 경기대 교수는 '도심권 특성을 반영한 교통인프라 경제성 평가 항목 개선방향' 발표에서 "대도시로 인구가 집중되면서 유례없는 출퇴근 시간 교통체증, 대중교통 배차 지연 등 다양한 교통 문제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며 "경제성 평가 항목 중 교통 혼잡도 완화 등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항목을 편익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주영 한국교통대 교수는 "예타라는 것이 경직된 상태로 운영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현재는 가장 크게 비용 절감 편익에 대한 부분을 고려하고 있는데, 혼잡도 완화에 따라 사람들이 얼마나 더 비용을 더 지불할 것인지 등 효능에 대한 편익은 적용하지 않고 있다. 절감 편익만 계산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짚었다.
다만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 외에 4개의 경전철 사업에 대한 예타가 지난 2021년 10월 착수됐는데, 지금까지 끝나지 않은 것은 서울시에서 계획 타당성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지 않았느냐, 이에 대한 반성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 철도망, 왜 예타 통과가 어려운가' 예비타당성 조사 제도 개선을 위한 대토론회에서 서울 관내 철도사업과 관련된 관악·동대문·동작·서대문·성북·양천·은평·종로·중랑·강서영등포구 등 11개 구 구청장, 관계자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3.11.07. [email protected]
박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현재 계획중인 서울의 철도 사업들은 대부분 서울에서 상대적으로 개발 정도가 낮은 지역의 접근성을 향상하기 위한 사업들로 현행 경제성 분석 체계 하에서는 경제성 확보가 어려운 구조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2019년 예타 체계 개편은 당초 지방사업의 예타에 대한 장벽을 낮추는 방향의 제도 개편이었으나, 결과적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의 도시 교통, 공간구조 발전이 필요한 서울의 발전 전략에 현실적인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며 "종합평가 가중치와 평가 운영방식에 대한 전체적인 평가와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이기재 양천구청장은 "서울 도심과 강남권으로 모든 지하철망이 연결돼있지만 서울의 외곽으로는 대중교통망이 굉장히 열악하다"며 "양천구에서 신월동 같은 경우에는 지하철 역사가 한 개도 없다. 경전철망은 교통 복지 측면에서 다뤄져야 한다. 경제성 평가 관점에서 일률적으로 적용하면 서울 외곽의 도시교통망 확충은 이뤄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미경 은평구청장도 "낙후된 곳은 계속 낙후돼야 하나. 강남북 불균형을 바로 잡는 차원에서 예타 개선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이제 관광객 3000만 시대인데, 교통이 불편한 곳은 접근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이런 차원에서도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여장권 서울시 균형발전본부장은 "김포골드라인 과밀사태에서 보듯 예타 조사 과정에서 장래 교통수요가 실제 이용수요보다 과소 측정돼 열차내 혼잡도 폭증 문제를 가져온 것처럼 수요 예측이 반드시 맞지 않다"며 "더 늦기 전에 사회현실과 시민 정서와 괴리된 예비타당성 조사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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