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의사들, 어디에…'미래'도 붕괴 위기[환자의 눈물, 이제 끝내자④]
"수업복귀" 기대했지만…돌아오지 않는 의대생들
연대, 휴학 허가 결단…타 대학까지 확산 가능성
수험생·학부모, 입시 피로감 극에 달해…"분통 터져"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의정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지난 22일 오후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한 의대교수가 교수연구동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4.04.22. [email protected]
"수업복귀" 기대했지만…돌아오지 않는 의대생들
지난 19일 정부는 대학별 2025학년도 의대 증원분을 최대 절반까지 줄여서 모집하는 것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에 이를 요청한 6개 국립대들만 모집인원을 줄인다고 가정하더라도 증원 규모는 최소 1700명대로 축소된다.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이 일보 후퇴한 셈이지만, 학내 갈등은 수습되지 않는 분위기다. 의대생들은 학교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사직서를 제출한 의대 교수들도 '증원 원점 재검토' 입장을 되풀이하면서 제출한 사직서를 거둬들이지 않고 있다.
영남권 한 의대 관계자는 "아주 소수의 학생들만 학교에 나오고 있다"며 "의대생들이 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나 태스크포스(TF) 방침대로 움직이고 있어서 대다수가 학교에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수도권 의대 관계자도 "학생들의 수업 거부에는 변함이 없는 상태"라며 "50% 범위 내 자율 감축 등 근래 의대 관련 긴박하게 상황이 돌아가고 있어 상황을 좀 더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의과대학의 대량 유급 사태를 막기 위해 수업을 재개한 지난 15일 대구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강의실이 비대면 수업으로 텅 비어있다. 2024.04.15. [email protected]
의대생들의 수업 복귀가 요원해지자 휴강을 반복해오던 대학들은 학생들의 휴학 승인을 저울질하고 있다.
그간 의과대학들은 '동맹휴학은 휴학 사유가 될 수 없다'는 교육부 방침에 따라 의대생들이 제출한 휴학계 승인을 보류해왔지만, 매 학년도 15주 이상인 법정 수업일수를 고려하면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임계점에 다다랐다고 호소한다.
당초 예고됐던 대로 휴강 마지노선인 '4말 5초'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의대생들이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자 '휴학 승인'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이는 집단 유급을 피하기 위한 차선책 성격이 크다. 수업을 시작하면 출석하지 않는 의대생들은 결석 처리되고 수업일수의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이 되는 시점을 넘기면 이들은 낙제돼 자동 유급 처분된다. 유급된 의대생들은 등록금을 돌려받지 못한다.
연세대 의대는 수업 재개 시점을 기준으로 2주가 지나면 휴학을 승인하겠다고 했다. 이은직 연세대 의대 학장은 지난 19일 홈페이지에 게재한 서신을 통해 "국민의 건강과 사회에 봉사하는 의사를 양성해야 하는 책무를 수행하기 위해 휴학 승인을 포함한 모든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권 사립대 의대 1곳도 개강 이후 2주가 지나도 학생들이 돌아오지 않을 경우 휴학을 허가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다른 대학들로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전국 의대 학장 단체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지난 주말 의대생들이 제출한 휴학계 승인 절차를 진행할 수 밖에 없게 됐다고 밝혔다.
문제는 의대생들의 휴학계 승인이 미봉책에 불과해 내년에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올해 휴학한 의대생들과 함께 진급하는 의대생들이 한 강의실에서 수업을 받게 되고, 정상적인 실습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본과 4학년들이 단체로 휴학하게 될 경우 당장 내년 의사 수급에도 문제가 생기게 된다.
[인천=뉴시스] 전진환 기자 = 지난 9일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종로아카데미 주최 '의대 모집정원 확대, 향후 대학입시 영향력 긴급 분석' 설명회에서 학부모 등 참석자들이 강연을 듣고 있다. 2024.04.09. [email protected]
입시 피로감 호소하는 수험생·학부모들…"답답하고 분통 터져"
정부는 연초 의대 증원 정책을 발표하면서 이에 따른 대학별 정원 배분을 지난달에 마쳤지만 그 과정에서 증원 규모 조정 가능성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과 전공의 대표의 만남, 4·10 총선 등 정치적 이벤트에 따라 '2000명 증원'이 흔들릴 수 있다는 추측이 난무해왔다.
이는 올해 대입을 치르는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더구나 지난 19일 정부가 결국 의대 증원 규모 조정을 시사하면서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모인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의대 증원 등을 둘러싼 입시 변수들로 인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수험생 부모라고 자신을 밝힌 A씨는 "공부에 왕도는 없으니 국영수를 기본적으로 공부하면서 5월 말까지 기다리면 된다지만, 최상위권의 눈치를 봐야 하는 입장에서는 어느 방향성도 설정할 수 없어 피로감이 우울감으로 이어진다"고 호소했다.
A씨는 "부모도 이렇게 냅다 도망치고 싶은데, 견뎌내는 아이들은 오죽할까 생각하니 너무나 결정권자들이 혐오스럽다"고 적었다.
B씨는 "마음 잡고 공부하기도 힘든 고3들에게 왜 이리 입시판을 흔들어 놓냐"며 "갈수록 더 답답하고 분통 터진다"고 했다.
이런 혼란은 대학들이 수시 모집요강을 발표하는 5월 말까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입시 전문가들은 말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의대 모집인원이 당초 계획보다 줄어들어서 또 어떻게 예측을 해야 되는지 등등 여러 이야기가 무수히 나올 수 밖에 없다"며 "7~8월에는 여러 이야기들을 종합해서 9월에 수시 원서접수를 시작해야 되는데, 이런 입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입시환경"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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