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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망했다"…노빠꾸밴드 '은하수'가 전하는 위로

등록 2024.06.01 09: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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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개봉하는 영화는 보통 100편이 넘습니다. 흥행작들에 가려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가는 영화를 조명해봤습니다.

[서울=뉴시스] 영화 '은하수' 포스터. (사진=영화특별시에스엠씨) 2024.06.0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영화 '은하수' 포스터. (사진=영화특별시에스엠씨) 2024.06.0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전재경 기자 = 잘 들어 바보들아 우리가 왔다/홍대 바닥 전국 팔도 씹어 먹겠다/평범하고 매력 없는 것들 꺼져라…(노래제목 '왔노라 보았노라 은하수밴드')

이생망! 이번 생은 망했다/어차피 이번 생 망인데/내 마음대로 끌리는 대로/선 넘지마 충고 따윈 거부할게…('이생망')

어딘가 엉성해 보이는 3인조 밴드 '은하수'는 도발적인 가사가 담긴 노래를 외쳐대며 개성을 강조하지만 오디션에서 번번이 "매력 없다" "겉멋만 들었다"는 혹평을 듣고 제대로 된 무대에 설 기회를 얻지 못한다.

엎친 데 덮친 격 대리 운전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은하수' 맏형 동은(윤제문)은 주식으로 전 재산을 날리고 월세방에서 쫓겨난다. 멤버 은하(이시아)·은수(김지훈) 커플의 옥탑방에서 신세를 지게 된 동은은 밴드 계좌에 있는 273만원을 몽땅 자신의 주식 계좌로 빼돌리고 사라진다. 분노한 멤버들은 동은의 기타를 중고 거래를 통해 음치 고등학생 탄영(김낙연)에게 팔아버린다.

'B급 감성'이 물씬 풍기는 이 영화는 은하수 세 멤버가 동은의 '심장과 같은' 기타를 되찾으러 다니며 다양한 사람들의 삶과 마주하고, 음악에 대한 진정성을 깨닫는 이야기를 다뤘다.

'고령화 가족'(2013)에서 발군의 백수 연기를 선보였던 윤제문은 이 작품에서도 비슷한 류의 연기로 익숙한 웃음을 전한다. 극 중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몰래 방귀 끼다 한 여성의 눈치를 보고, "아니야 아니야, 여기 안이야 밖 아니야" 같은 아재 개그를 한다. 기타를 돌려받기 위해 고등학생에게 무릎을 꿇는 그의 모습은 안쓰럽기까지 하다.

이 작품엔 김현정·박선주·노브레인 이성우 등 적잖은 뮤지션들이 카메오로 출연해 깨알 같은 웃음을 선사한다. '플라워' 고유진의 버스킹 공연과 모노제이가 부르는 '세월이 가면'은 잠깐이지만 영화의 깊이를 더한다.

'하이틴 로맨스'를 곁들여 극 중반까지 경쾌하게 흘러가던 '은하수'는 40분을 남겨둔 시점에서 조폭 출신 전당포 주인 우기룡(조동혁)의 등장과 함께 방황한다. 잦은 회상 장면과 상투적인 이야기가 맞물려 피로감을 부추긴다. 105분. 12세 이상 관람가.


◎공감언론 뉴시스 for364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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