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도 매일 만지는 슬라임·점토서 '가습기살균제 성분'…충격[中직구 안전성 논란①]
중국산 직구 제품서 유해·발암물질 잇따라 검출
'유해성 논란' 서울시, 4월부터 안전성 검사 착수
어린이용 제품 10개 중 4개 꼴로 유해물질 나와
매주 검사 결과 공개…위해성 물품 판매중지 요청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송호제 서울시 노동·공정·상생정책관이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해외 온라인 쇼핑 플랫폼 판매 제품 안전성 검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2024.05.2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조현아 기자 =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 중국 온라인 플랫폼에서 중국산 직구(직접구매) 물품이 국내 시장에 물밀 듯 밀려오면서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격이 싸다는 점에서 인기를 모았지만 최근 품질 문제를 비롯해 안전 기준치의 몇백 배, 몇천 배를 초과하는 유해·발암물질이 잇따라 검출되면서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 없던 정부는 지난 16일 '국가통합인증마크(KC)'가 없는 80개 품목에 대해 해외 직구를 금지하겠다고 발표하고 나섰지만, '지나친 규제', '설익은 정책' 등이라는 비판 속에 사흘 만에 정책을 철회하고 한 발 물러서야 했다.
우왕좌왕하는 사이 먼저 움직인 쪽은 서울시다. 해외 직구 상품에 대한 유해성 논란이 확대되자 시는 지난 4월부터 안전성 검사에 착수하며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1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4월8일 해외 직구 제품에 대한 첫 안전성 검사 결과를 발표한 데 이어 현재까지 총 7차례에 걸쳐 검사 결과를 공개했다. 매주 품목을 선정해 안전성 검사를 실시한 뒤 결과를 공유해 유해물질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4~5월 안전성 검사가 이뤄진 중국 직구 제품은 총 93개다. 시는 알리·테무·쉬인 등 중국 온라인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제품 중 어린이가 직접 만지고 사용하는 제품에 대해 우선 검사를 진행했다.
[서울=뉴시스]중국 직구 슬라임. 2024.05.09. (사진=서울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 결과 검사 제품의 43%에 달하는 총 40개 제품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10개 중 4개 꼴로 부적합 제품이 발생한 것이다. 단일 제품에서 여러 유해성분이 검출된 경우까지 합하면 총 발생 건수는 57건에 달했다.
가장 많이 검출된 유해성분은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로 중국산 완구, 학용품, 장신구 등 총 25개 제품에서 발견됐다.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는 내분비계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물질로 정자 수 감소·불임·조산 등 생식기능에 영향을 주고 접촉 시 눈, 피부 등에 자극을 일으킬 수 있다.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중 'DEHP(디에틸헥실프탈레이트)'는 국제암연구소가 지정한 인체발암가능물질(2B등급)이기도 하다.
다음으로 기준치를 초과한 유해물질은 납·니켈 등 '중금속'이었다. 중금속은 몸 밖으로 쉽게 배출되지 않고 인체에 축적되기 때문에 장기간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물질이다. 안전기준 이상 노출 시 생식 기능에 피해를 입히고, 암 위험도 증가시킨다. 임신 중 태아의 뇌 발달과 어린이들의 학습과 행동 문제도 일으킬 수 있다.
가습기살균제 원료인 'CMIT(클로로메틸이소치아졸리논)', 'MIT(메틸이소치아졸리논)'를 기준치 이상 사용한 제품도 3건이나 됐다. 특히 아이들이 손으로 직접 만지는 '슬라임'과 '점토'에서 가습기살균제 성분이 나와 소비자들에게 충격을 주기도 했다.
검사 때 마다 유해물질은 지속 검출되고 있다. 지난주 중국 온라인 플랫폼 '쉬인'에서 판매 중인 어린이용 가방, 신발, 벨트 등 가죽제품 8개에 대한 안전성 검사 결과 거의 대부분인 총 7개 제품에서 유해물질이 나왔다.
[서울=뉴시스] 서울시에서 해외 온라인 플랫폼(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 등) 제품에 대해 7차례 안전성 검사를 한 결과 43%에 이르는 40개 제품에서 최대 428배의 유해물질이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email protected]
어린이용 가죽가방 4종 중 1개 제품에서는 '폼알데하이드'가 기준치를 1.2배 초과했고 나머지 3개 제품에서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최대 153배 검출됐다. 이 중 2개 제품은 납 등 중금속 함유량도 기준치를 넘었다. 위해성이 확인된 제품에 대해서는 현재 판매 중지 조치가 취해졌다.
제대로 된 소비자 보호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은 현 상황에서는 유해물질 제품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밖에 없다. 서둘러 소비자 보호를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지난달 20일 최근 직구 논란과 관련해 "유해물질 범벅 어린이 용품이 넘쳐나고 '500원 숄더백', '600원 목걸이'가 나와 기업 고사가 현실이 된 상황에서 정부가 손놓고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문제"라며 "모래주머니라도 급하게 쌓는 게 오히려 상책"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시는 앞으로도 매주 안전성 검사를 실시하고, 어린이 용품 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많이 사용하는 식품용기, 위생용품, 어린이용 놀이기구, 화장품 등까지 검사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7월에는 물놀이 용품에 대한 안전성 검사도 실시한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에도 전문인력 10명을 투입해 검사 규모를 늘릴 예정이다.
송호재 서울시 노동·공정·상생정책관은 "수많은 유해한 제품들이 시민, 특히 아이들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며 "앞으로 안전검사 대상을 확대하고 다양한 민·관 협력체계를 구축해 시민들의 안전을 철저하게 보호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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