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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뭐가 있는데?"…점자블록 걷던 그들이 멈춘 이유는

등록 2024.06.28 14:38:18수정 2024.06.28 16:3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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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 유튜버 원샷한솔, 맹학교 어린이와 식당 찾아가

'점자블록 위 자전거' '희미한 안내음성' 등 수많은 난관

20분 거리였던 목적지 결국 '1시간' 걸려 도착해

영상 시청한 누리꾼들, '후진국 소리 들어도 할 말 없다'

[서울=뉴시스] 지난 21일 유튜브 채널 '원샷한솔'에는 '어린이고 뭐고 아니 뭐 세상이 이러나'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사진= 유튜브 채널 '원샷한솔' 캡처 ) 2024.6.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지난 21일 유튜브 채널 '원샷한솔'에는 '어린이고 뭐고 아니 뭐 세상이 이러나'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사진= 유튜브 채널 '원샷한솔' 캡처 ) 2024.6.2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구지윤 리포터 = "버스 타기를 좋아하는 태윤이랑 버스를 타고 밥 먹으러 가보려고 합니다"

지난 21일 유튜버 원샷한솔(30·김한솔)은 한 어린이와 함께 밥을 먹으러 가는 여정을 담은 영상을 올렸다. 원샷한솔과 태윤이는 모두 시각장애인이다.

둘은 흰지팡이 끝으로 길바닥을 더듬으며 점자블록을 함께 찾아다녔다. 하지만 블록을 찾은 지 몇 초 되지 않아 태윤이 "여기 뭐가 있는데"라며 발걸음을 멈췄다.

그들의 가이드라인과도 같은 점자블록 위에는 자전거가 있었다. 살펴보니 공유 자전거부터 개인 소유로 보이는 자전거까지 종류가 다양했다. 모두 점자블록을 가리고 있었다.

한솔은 태윤이의 몸을 잡고 "이거 피해 가야 해"라고 말했다. 그들은 자전거로부터 조금 떨어져 걸었다.
[서울=뉴시스] 점자블록 위 자전거가 모두 점자블록을 가리고 있다 (사진= 유튜브 채널 '원샷한솔' 캡처 ) 2024.6.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점자블록 위 자전거가 모두 점자블록을 가리고 있다 (사진= 유튜브 채널 '원샷한솔' 캡처 ) 2024.6.2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하지만 얼마 걷지 않아 자전거 무더기가 보도를 침범할 정도로 주차돼 있어 다시 발걸음을 멈춰야 했다.

현행법상 점자블록이 포함된 일반 보도 위에 개인형 이동 수단을 비롯한 모든 차는 정차·주차할 수 없다.

따라서 점자블록 위에 개인형 이동장치를 주차하는 것은 불법이다.

결국 원샷한솔은 "그냥 우리 점자블록 따라가지 말자"고 말했다. 둘은 점자블록을 포기하고 보도 가운데로 걸었다.

신호등을 건넌 이후에는 태윤이 먼저 "(점자블록에) 세 번 이상 장애물이 있으면 그냥 이쪽으로 가요"라고 말했다. 한솔은 "점자블록 걸으면서 이렇게 걱정을 해야하나"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버스 정류장에 도착한 후 원샷한솔은 "3413이나 3412를 타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 중에 3413 버스가 정류장 앞을 지나쳤지만 알 수 없었다.

또 버스가 오는 소리가 들리자 그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원샷한솔이 태윤에게 "(우리 버스 기사에게 다가가서) 버스 몇 번이냐고 물어볼까"라고 했지만 버스는 빠르게 떠났다.

세 번째 버스를 기다리며 태윤은 "버스 카드를 찍어보고 싶었다. 이제 방송 나오는 소리 귀 쫑긋 세우고 잘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내 음성이 잘 들리지 않았고 한솔은 "아니 방송 소리가 안 들린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리고 태윤은 "버스 정류장에 어떤 기능이 있었으면 좋겠어?"라는 질문에 "이 버스는 몇 번 버스입니다, 이렇게 (방송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대답했다.

이어 영상에는 한솔이 미국에서 '말하는 버스'를 탔던 장면이 짧게 등장했다. 해당 버스에서는 "6번 버스입니다. 잭슨파크행입니다"라는 목소리가 명확하게 송출됐다.
[서울=뉴시스] 그들은 안내음성이 잘 들리지 않자 귀를 가까이 가져다 댔다 (사진= 유튜브 채널 '원샷한솔' 캡처 ) 2024.6.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그들은 안내음성이 잘 들리지 않자 귀를 가까이 가져다 댔다 (사진= 유튜브 채널 '원샷한솔' 캡처 ) 2024.6.2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후 둘은 안내 음성을 듣기 위해 귀를 바짝 가져다 대는 등 다가오는 버스의 번호를 알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버스에 승차하며 카드를 찍으려고 했지만 단말기를 한 번에 찾기 어려웠고, 자리에 앉기 전에 버스가 출발해 몸이 휘청이기도 했다. 다행히 시민들의 도움으로 자리에 무사히 앉을 수 있었다. 

하지만 버스에서 내린 후에는 점자블록을 곧바로 찾지 못해서 일정한 간격에 맞춰 조성된 가로수 밑 부분을 봉 끝으로 치며 걸었다.

원래 20분 거리였던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는 총 1시간이 경과한 상태였다.

해당 영상을 시청한 누리꾼들은 "우리도 버스 정류장 도착 안내 음성이 꼭 필요하다" "점자블록 위에 세워 둔 자전거, 정신 차리자" "후진국 소리 들어도 할 말 없다" 등 개선돼야 할 부분을 지적했다.

원샷한솔은 시각장애인의 일상을 보여주는 영상을 통해 장애인 정보접근성 인식 제고와 공감대 형성에 앞장서고 있는 유튜버다.

◎튜브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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