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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 투자받고, 쉬인과는 맞대결하나?" C커머스와 얽히고설킨 '에이블리'

등록 2024.07.02 17:28:22수정 2024.07.02 19:4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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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블리, 중국 알리바바그룹 등에 투자 계약 종결 앞둬

누적 결손금 규모 2000억원 넘어…투자 시너지 지켜봐야

중국 이머커스 '쉬인'과 유사 사업 모델…직접 경쟁 할 듯

중국 이커머스 '쉬인'에서 판매하는 볼캡 3780원짜리와 유사한 상품이 에이블리에서는 1만원대 후반에 판매 중이다. (사진=쉬인, 에이블리 각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중국 이커머스 '쉬인'에서 판매하는 볼캡 3780원짜리와 유사한 상품이 에이블리에서는 1만원대 후반에 판매 중이다. (사진=쉬인, 에이블리 각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그룹'으로부터 투자 유치를 추진해온 국내 여성 패션앱 에이블리가 투자 계약 종결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중국 이커머스 기업 '쉬인(SHEIN)'은 국내 진출을 공식 선언해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쉬인은 1만원 미만의 초저가 의류를 빠르게 기획하고 생산하는 SPA 패션 브랜드 및 플랫폼 운영사인데, 비즈니스 모델은 에이블리와 사실상 직접적 경쟁 구도다.

에이블리는 중국 기업인 알리로부터 받은 자금을 바탕으로 국내에서 중국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묘한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에이블리는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를 포함한 일부 투자자들을 통해 2000억원 가량의 투자 유치를 마무리하고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블리는 확보한 투자금을 어디에 활용할 것인지 공표하지 않았지만, 창립 이래 쌓인 누적 결손금 규모만 2000억원 이상이라서 이번 투자가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특히 알리바바그룹은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 이커머스 시장, 특히 패션 영역에서 한국 플랫폼 기업에 대한 투자를 진지하게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패션 플랫폼 중에서 무신사, W컨셉 등이 알리바바 측의 제안을 받았으나 모두 거절했다.

하지만 2022년까지 누적으로 적자가 지속돼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에이블리만 '차이나머니'의 도움을 받는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눈여겨볼 점은 에이블리가 외부 투자, 특히 중국 자본의 힘을 빌리게 된 결정적 계기가 ‘C커머스’의 공습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C커머스 대표 주자로는 직구형 플랫폼인 알리익스프레스·테무 외에도 패션 영역에 특화된 '쉬인'을 빼놓을 수 없다.

실제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는 패션 외에 공산품과 식품 등의 비중도 높지만 쉬인은 저가형 패스트 패션을 다루는 패션 버티컬 플랫폼이라서 에이블리와 직접 경쟁한다.

게다가 판매 중인 상품군도 1만원대 미만의 티셔츠, 청바지, 잡화 등 초저가로 구성돼있다. 이는 10대 여성 고객들이 많은 동대문 쇼핑몰 중심 패션앱 에이블리와 사실상 동일하다.

에이블리에 입점된 쇼핑몰(셀러)들도 대부분 도매업자로부터 사입한 패션 상품을 '택갈이'한 이후에 최소한의 마진을 남겨 판매하는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는 모습이다.

이 과정에서 많은 셀러들이 중국에 본진을 둔 도매업체를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에이블리에는 수십개의 쇼핑몰들이 똑같은 상품을 서로 다른 가격에 판매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100원 단위의 초저가 경쟁이 실시간으로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현재 쉬인에서는 리본 자수가 새겨진 볼캡을 한국 스타일이라고 소개하며 3780원에 판매 중인 셀러가 있는데, 거의 똑같은 디자인의 상품이 에이블리 내 쇼핑몰에서는 최대 5배 이상 비싼 1만원대 후반에 판매 중이다.

쉬인이 국내에서 점유율을 늘려갈수록 에이블리·지그재그 같은 동대문 기반 패션앱이 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쉬인은 이달에 서울 성수동에서 처음으로 팝업 스토어도 열고 오프라인 공간에서 한국 소비자들과 직접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브랜드에 대한 한국 고객과의 거리감을 좁히고 제품 체험을 통한 인지도를 확대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C커머스에 대한 불안감과 개인정보 유출 의혹 등에 대한 문제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에이블리도 생존을 위한 투자금이 절실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더군다나 알리에서 투자를 받은 에이블리가 패션 시장에서 중국 기업인 쉬인과도 경쟁해야 되는 걸 보면 C커머스에 얽히고 설킨 모습이 착잡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march1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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