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토학살 101년 지나도 도쿄 등 日지자체, 조선인 희생자수 집계 안 해
도쿄신문 조사…도쿄·이바라키·도치키 등 "파악 안 해"
전문가 "도쿄 등 사료 보존하고 있는데…조사해야"
"행정 역할 완수 안 해, 역사 모독…조선인 죽인 건 차별·편견"
[도쿄=AP/뉴시스]간토(關東)대지진 당시 조선인들이 학살된지 1001년이나 지났으나 현지 지방자치단체들은 희생자 수를 집계하지 않고 있다고 2일 도쿄신문이 보도했다. 사진은 지난해 3월 도쿄 긴자 쇼핑가 일대 모습.2024.09.02.
[서울=뉴시스] 김예진 기자 = 간토(關東)대지진 당시 조선인들이 학살된지 101년이나 지났으나 현지 지방자치단체들은 희생자 수를 집계하지 않고 있다고 2일 도쿄신문이 보도했다.
신문은 간토대지진 101주년을 맞이해 간토 지방인 도쿄(東京)도·이바라키(茨城)현·도치기(栃木)현·가나가와(神奈川)현·사이타마(埼玉)현·지바(千葉)현·군마(群馬)현 등 7개 지자체에게 조선인 학살 희생자 수를 파악하고 있는지 조사했다.
신문의 조사 결과 도쿄도·이바라키현·도치키현은 "파악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사망자 수 등이 명기된 일본 국가 관청 기록까지 있으나 도쿄도 담당자는 "어디까지나 나라가 파악한 내용이다. (도쿄) 도는 조사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센슈(専修)대 다나카 마사타카(田中正敬) 교수는 "학살에 대해 정부, (도쿄) 도(都)도 사료를 보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도의 답변이 "지금까지의 조사, 연구를 무시하는 것으로 간과할 수 없다. 과거에서 배우기 위해 제대로 조사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가나가와현은 조선인 희생자 수가 11명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9월 시민단체가 공표한 문서에 담긴 희생자 수 ‘145명’은 반영하지 않았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이 문서는 가나가와현이 내무성에 제출한 것으로 추정되는 문서다.
군마현은 "후지오카(藤岡) 사건으로 불리는 사건이 발생한 것은 알고 있다"고 답했다. 후지오카 사건은 자경단 등이 후지오카시 경찰서가 보호하고 있던 조선인 17명을 학살한 사건이다.
지바현은 지바현사료연구재단이 출간한 역사서에 근거해 총 96명 희생자를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이타마현은 정부 조사 결과, 사이타마현 역사서, 행정사 등을 바탕으로 최소 94명이라고 답했다.
간토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을 취재해 책을 출간한 저널리스트 야스다 고이치(安田浩一)는 "도쿄도 등 답변에서 사태를 파악하려는 자세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행정의 역할을 완수하지 않고 있다. 역사에 대한 모독이다"고 비난했다.
야스다는 도쿄에는 수많은 학살 관련 증언이 남아있어, 도쿄도의 학살을 마주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며 "'기록이 없다고 정부가 말하니까, 없는 것이다'라는 자세는 본말전도"라고 꼬집었다. "지자체는 스스로 조사해 정부에 보고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원래 행정의 작업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신문의 조사에서 각 지자체의 답변을 살펴보면 "지진 혼란 속" 학살이 있었다고 썼으나 "혼란이 조선인은 죽인 것은 아니다"고 야스다는 지적했다.
그는 "조선인을 죽인 것은 지진이 아닌 일본 사회가 떠안고 있던 차별과 편견이다. 그것이 없었다면 살해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차별이 존재했던 데 대한 인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가해 책임을 제대로 행정, 나라가 짊어져야 한다. 가해 책임을 언급한 답변이 없는 것은 문제다"고 비판했다.
1923년 9월 1일 일본 간토대지진 당시 "재일조선인(또는 중국인)이 폭도로 돌변해 우물에 독을 풀고 방화·약탈을 하며 일본인을 습격하고 있다"라는 유언비어가 나돌면서 일본 민간인들이 자경단을 조직해 6000여명에 이르는 재일조선인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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