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은 '정몽규 아웃'…문체부 "절차를 규정대로 하라는 것"
'정몽규 회장 중징계·축구대표팀 감독 다시 선임' 요구
다만 홍명보 해임 여부에는 "협회가 알아서 할 문제"
"이래라저래라 할 순 없어…FIFA가 제3자 간섭 가능성 의심"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정몽규(가운데) 대한축구협회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 등 산하 공공기관 등 종합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 국감을 지켜보고 있다. 2024.10.24. [email protected]
다만 축구협회 자율성과 독립성을 강조한 국제축구연맹(FIFA)을 의식하면서 홍명보 감독 해임 및 교체, 정 회장의 해임 등 구체적인 조치에는 "협회가 알아서 할 문제"라며 조심스러워했다.
최현준 문체부 감사관은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대한축구협회를 둘러싼 각종 논란에 대한 감사의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최 감사관은 "이번 감사로 축구협회의 27건 위법, 부당 사안이 확인됐다"며 "정몽규 회장, 상근 부회장, 기술총괄이사 등 주요 관련자 세 명에 대해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에는 "권한 없는 자가 불공정하고 불투명하게 추천해 이뤄진 것"이라며 "절차적 하자가 확인된 만큼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에서 다시 후보자를 추천해 이사회에서 선임하는 방안 등 스스로 치유할 방법을 강구하도록 협회에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문체부는 중징계 권고가 아닌 '요구'라고 강조하며, 하자는 고치는 것이 아닌 '치유'라고 표현했다.
또 징계 요구도 최종적인 판단은 축구협회 공정위원회에 돌렸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눈치를 본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문체부는 정 회장이 감독 선임 논란뿐 아니라 징계 축구인들에 대한 부적절한 사면 조치, 천안축구종합센터 건립 보조금 허위 신청 등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 등 산하 공공기관 등 종합감사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2024.10.24. [email protected]
아울러 협회가 국가대표 감독 재선임 절차를 공정하게 다시 진행한다면 계획서를 제출해 2개월보다 많은 시간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체부가 축구협회에 대한 구체적인 조처를 하지 못한 것에 최 감사관은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다. 그러면 FIFA도 제3자 간섭 가능성 등을 의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협회가 절차에 따라 규정대로 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최 감사관과의 일문일답.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 의미는.
"국가 공무원 징계령 규정을 보면 감사에서 징계를 요구할 때 경징계, 중징계로 구분하는데, 대한축구협회가 공무원 조직은 아니지만 그에 준해 경, 중징계를 구분하면 제명, 해임, 자격정지가 중징계에 해당한다. 이 세 가지 중 축구협회 공정위원회가 선택하면 될 걸로 판단한다. 중징계 요구한 이유는 축구협회장이 협회를 대표하고 사무를 총괄하는 막중한 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협회 규정, 절차를 준수하고 이사회를 존중할 책임이 있는데 감독 선임 과정에서 부당한 지시를 하거나 규정을 어기고 스스로 개입했다. 사면 과정에서도 대한체육회가 사면 규정을 폐지했고 이를 안내했음에도 무시하고 추진했다. 이는 공정위 규정상 징계 사유로 자격정지 이상 중징계가 불가피하다고 봤다."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최현준 문화체육관광부 감사관이 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대한축구협회 특정감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11.05. [email protected]
"징계 권고가 아니라 요구다. 현재 규정이 문체부가 징계를 요구할 권한이 있고 그에 대해선 축구협회 공정위가 판단하면 된다. 이번에 협회가 국민의 눈높이, 여론에 맞춰 바람직한 판단을 할 걸로 기대한다. 그렇지 않으면 협회가 공정하고 투명한 의사결정을 하는 정상적인 조직으로 거듭날 때까지 활용할 모든 정책 수단을 다 쓸 것이다. (요구가) 이행되지 않으면 이행 삼사를 할 수 있다. 솜방망이 처분이 내려지면 제도상 감독관실이 아닌 감독 부처인 체육국에서 나설 수 있는 여러 정책 수단이 있다."
-월드컵 예선 중인데 감독에 대한 조치는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
"권한이 없는 인물에 의해 감독 후보자가 최종 추천됐다. 중대한 절차적 하자에 해당하기로 협회 스스로 바로잡으라고 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홍명보 감독과 체결한 계약을 유지하든, 변경하든, 취소하든 선택지가 있을 텐데, 협회가 알아서 자율적으로 판단할 문제다."
-FIFA가 자율성을 확보하라는 것엔 저촉하지 않는지.
"이번 감사 목적은 축구협회의 독립성, 자율성을 침해하는 게 아니다. 문체부도 FIFA 정관을 존중한다. 하지만 사면과 관련해 국가적으로 홍역을 치렀고 대표팀 감독 선임에 대해 많은 분이 불공정하다고 실망했다. 감독 부처로서 감사한 것이라 FIFA 정책에 전혀 저촉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FIFA에서도 정관과 국내법을 각국 협회가 따르도록 하고 있다. 이번 감사도 굿 거버넌스(지배구조)를 이루기 위해 하는 걸로 FIFA도 이해할 걸로 안다."
-홍명보 감독 재선임과 관련해 2개월 내 진행해 통보하라고 했는데, 2개월 안에 감독을 새로 뽑으라는 것인가.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홍명보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4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2026 FIFA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5, 6차전에 나설 대표팀 명단 발표를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4.11.04. [email protected]
-감독 선임 제도를 개선하라는 의견으로 정족수라는 개념을 제시했는데, 축구협회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는 조치는 아닌가.
"문체부는 축구인들을 존중하고 자발적인 의사 결정을 해야 한다고 본다. 다만 지금 누가 누구를 추천해 어떤 과정을 거쳐 지도자가 선임됐는지 알 수 없다. 예측할 수 있는 의사결정을 하라는 것이지 전문성을 무시하는 게 아니다. 의사 정족수 등 결정 방식을 전문가들이 모여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의견을 수렴해서 정하면 된다. 불공정, 불투명하게 이뤄진 의사결정에 따라 나타난 절차적 하자를 이번에 치유하라는 의미다. 전력강화위원회를 다시 열어 홍명보 감독이 후보에 오를 수 있고, 거기서 논의해 후보자를 추천하고 이사회에서 선임하는 방안도 협회가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이렇게 하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문체부가 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라서 그렇다. 홍명보 감독과 계약을 해지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그것도 절차적 하자를 치유하는 방법 중 하나지만, 그게 옳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어떤 조직이든 의사결정 과정이 회장 한 명에게 좌우되는 건 정상적 조직이 아니다."
-정몽규 회장한테 '그만하라'는 게 아닌가.
"그건 감사 범위도 아니고 초점도 아니다. 규정과 절차를 위반한 독단적 행위에 대해서 국민을 대신해 알릴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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