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돌풍…1000만 관중 시대 원동력은[프로야구 흑자전환 토대①]
역대 최다 1088만7705명 관중…젊은 팬·여성팬 증가
ABS 도입으로 스트라이크존에 대한 부정적 인식 지워내
·유뷰트 등 SNS로 젊은 팬층에 가깝게 다가섰다는 평가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26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 대 LG 트윈스의 경기를 찾은 관중들이 응원을 하고 있다. 2024.09.2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2024 프로야구는 1000만 관중 시대라는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1982년 KBO리그가 출범한 뒤 42년 만에 일궈낸 성과다. 총 720경기를 치르면서 1088만7705명의 관중을 불러 모았다. 2017년 기록했던 역대 최다 관중 840만688명은 훌쩍 뛰어넘었다.
올림픽이란 스포츠 빅이벤트와 역대급 폭염이라는 악재도 뜨거운 프로야구의 흥행 열기를 막을 순 없었다.
▲젊어진 야구장…여성 관중도 증가
가득 찬 야구장에서 젊은 팬들의 증가는 단연 눈에 띄었다.
올해 139만7499명의 관중이 들어 10개 구단 중 최다 관중을 기록한 LG 트윈스도 젊은 관중이 늘었다. 구단 티켓 구매자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15~19세 구매자는 6132명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9월까지 1만437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20~24세 구매자도 지난해 2만8674명에서 올해 9월까지 3만5098명으로 늘었다.
올 시즌 130만1768명의 관중이 든 두산 베어스도 비슷하다. 두산 홈 경기 예매자를 살펴보면 20대가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이 중에서도 20대 여성이 24.6%로 가장 많다. 20대 남성 예매자 비율은 19.3%다.
지난 7월 열린 올스타전 예매 성향 분석 결과도 비슷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 발표에 따르면 예매자 중 20대 여성 비중이 39.6%로 가장 높았고, 30대 여성도 19.1%를 기록했다. 지난해 20대 여성 35.4%, 30대 여성 13%와 비교해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관중 증가 요인으로 공연이나 영화 관람보다 프로야구가 저렴한 비용으로 즐길 수 있는 가성비 좋은 콘텐츠라는 분석도 나온다.
KBO가 시즌 중 경기를 관람한 적이 있는 2006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도 이러한 결과를 살필 수 있다.
전년 대비 관람 횟수가 늘었다는 응답자 중 56.0%는 관람 빈도 증가가 응원팀 성적과 무관하다고 답했다.
이들 중 복수 응답이 가능한 방문 세부 이유로 '응원 문화가 재미있어서'가 49.3%로 가장 많았다. '가족·지인이 야구장에 더 자주 가자고 해서'(39.2%), '나들이·데이트를 하기 위해서('39.1%) 등의 이유가 뒤를 이었다. '다른 놀이 대비 야구 관람 비용이 합리적이어서'라는 답변도 26.2%를 기록했다.
승패를 가리는 스포츠를 넘어서 프로야구 관람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를 잡았다는 걸 알 수 있다.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연일 관중 신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는 프로야구가 900만 관중 달성을 앞둔 가운데 28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키움 히어로즈 경기에서 관중들이 열띤 응원을 하고 있다. 2024.08.28. [email protected]
▲ ABS 도입부터 유튜브까지
야구가 이같이 팬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었던 데는 그간 KBO리그와 각 구단이 시도한 다양한 변화와 노력이 존재한다.
KBO 관계자는 "세계 최초로 도입한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 도입 효과도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까지도 볼·스트라이크 판정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굉장히 컸는데, 이러한 부분이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또한 "유튜브·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긍정적 효과를 불러일으킨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3월 KBO가 CJ ENM과 뉴미디어 중계권 계약을 맺으면서 '숏폼(짧은 영상)' 등에 대한 제작 제한을 풀면서 야구가 젊은 팬층에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는 풀이다.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34만7000명의 유튜브 구독자를 보유한 한화 이글스는 올해 홈에서 치른 71경기 중 47경기에서 표를 모두 팔아 KBO리그 한 시즌 최다 매진 신기록을 썼다.
지난해까지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뛰던 류현진의 복귀와 신축 구장 이전 마지막 시즌 등 여러 흥행 요인이 있었지만, 구단이 공들여온 마케팅이 인기몰이에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구단 관계자는 "실제로 구단 유튜브 채널인 이글스 TV를 보고 유입된 팬들도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이글스 TV, SNS 등 구단 자체 제작 콘텐츠의 다양성이 확대되면서 경기 외 콘텐츠의 2차 소비가 급증해 야구 관람이 트렌디한 문화로 소비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두산 베어스 김택연과 '망그러진 곰' 캐릭터. (사진 = 두산 베어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젊은 층 공략을 위한 각 구단들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LG 구단 관계자는 "젊은 팬 유치를 위해 수 년 전부터 영화, 예능프로그램, 유튜브 협업 등을 통한 구단 홍보는 물론 응원, 먹거리, 굿즈 등 관람 문화 소개를 지속해 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특정 경기에만 운영되는 스페셜 티켓과 포토 카드 운영으로 꾸준히 팬들의 관람을 유도를 이끌었다" 분석하고 있다. 두산 관계자는 "MZ 세대들에게 인기가 있는 콘텐츠와 컬래버를 하는 마케팅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두산은 올해 인기 캐릭터 '망그러진곰'과 협업으로 내놓은 굿즈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LG도 네이버 웹툰인 '마루는 강쥐'와 컬래버레이션을 한 다양한 상품이 호평을 받았다.
신규 팬 유입과 함께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한 KBO리그는 이제 어떻게 이를 지속해나갈 지를 고민하고 있다. KBO 관계자는 "올해 KBO리그에 관심을 가진 팬들을 어떻게 코어 팬으로 흡수할 것인지에 대해 다양한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일본프로야구 관중도 증가 추세
프로야구 관중은 미국과 일본도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지난 2일 MLB 사무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30개 구단 총 관중은 7134만8366명으로 지난해 7074만7365명보다 0.85%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의 활약과 더불어 투구 시간을 제한하는 피치 클록 등 경기 시간을 줄이려는 MLB 사무국의 노력이 관중 증가를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일본프로야구(NPB) 관중은 2688만1715명으로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의 2653만6962명보다 약 15만명 늘었다.
일본 NHK는 "5년 만에 최다 관중을 갱신했다"며 "각 구단이 팬서비스를 강화하며 20대를 중심으로 한 젊은 팬이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지난해까지 금지됐던 육성 응원이 해제되면서 야구장을 찾는 팬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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