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신고 못하는 '그림자 외국인 아이' 국내 4천명…법 개정은 하세월
'그림자 아이' 보호 출생통보제, 외국인 아동 제외
국내서 태어나 출생신고 못한 외국인 아동 4025명
영국·독일·일본 등 주요 선진국 외국인도 출생신고
입법조사처 "22대 국회에서 외국인 출생등록 논의"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출생 미신고 아동보호를 위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8월17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에서 열린 출생 미신고 아동 사망 예방과 출생 등록 권리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아동들의 권리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서 있다. 2023.08.17.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박영주 기자 = 정부가 출생 신고되지 않은 '그림자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지난 7월부터 '출생통보제'를 실시한 가운데 외국인 아동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 태어난 외국인 아동들을 보호할 수 있는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13일 정부 등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 7월19일부터 '출생통보제'를 시행하고 있다. 출생통보제는 아동이 태어나면 의료기관이 직접 출생 정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의료기관에서 출생한 아동의 기본적인 정보를 관리해 출생신고 누락으로 '유령 아이'가 발생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출생통보제 대상에서 외국인 아동은 제외됐다. 현행 가족관계법에 따르면 부모 등은 아이가 출생한 뒤 1개월 이내에 출생신고를 해야 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기간 내 출생신고를 하지 않으면 5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해야 한다. 하지만 여기에 외국인은 제외된다.
이에 따라 부모가 모두 외국인인 아동은 우리나라에서 가족관계등록법에 따른 출생신고를 할 수 없다. 출생신고를 하려면 부모의 국적국 법령에 따라 국내 주재하는 재외공간에서 출생신고를 하거나 본국으로 돌아가 직접 출생신고를 해야만 한다. 아버지가 한국인, 어머니가 외국인이고 혼인 외의 관계로 자녀가 출생하더라도 자녀는 외국인으로 간주해 출생신고를 할 수 없다.
이러한 법의 공백으로 인해 국내에서 다수의 외국인 아동이 출생신고를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감사원 발표에 따르면 2015~2022년 4025명의 아동이 출생신고를 하지 못해 외국인등록번호를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사례를 비춰볼 때 2014년 이전에도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채 살아가는 아동의 수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유엔아동권리협약에는 아동이 태어난 즉시 출생 등록될 권리가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주요 선진국에서도 국적과 상관없이 태어난 아이의 출생신고를 허용하고 있다.
영국은 1953년 출생 및 사망등록법에 따라 모든 아동은 출생 등록하게 돼 있다. 독일은 신분등록법에 따라 아동이 출생하면 부모의 국적, 주소를 불문하고 부모가 출생 후 일주일 이내에 출생신고를 하게 돼 있다. 호주 내 출생은 부모의 국적에 상관없이 해당 주정부 및 준주정부에 신고해야 한다. 일본 역시 외국 국적의 아동도 출생신고를 해야 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외국인 아동의 출생신고 입법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현재 외국인 아동 출생등록을 위한 방안으로는 아동이 태어난 의료기관에 출생신고 의무를 부담하도록 하는 '출생 자동등록제'와 국적, 체류자격 등 부모의 법적 지위와 상관없이 국내에서 출생한 모든 아동에 대해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보편적 출생등록제'가 논의되고 있다.
국회에서도 지난달 4일 김남희 의원 대표 발의로 '외국인 아동 출생등록법안'이 발의됐다. 김 의원은 법안 제안 이유로 "국내에서 출생한 외국인 아동의 처우개선 토대를 마련하고 선진적 인권 정책의 수립·이행을 도모하려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입법조사처는 "주요 선진 국가에서는 출생한 아동의 내·외국인 여부를 불문하고 출생등록을 허용하고 있다"며 "출생 등록될 권리는 헌법재판소와 UN에서 인정된 인류 보편의 인권이므로 아동의 출생등록은 국적 문제 등과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22대 국회에서는 출생 등록될 권리의 보호라는 관점에서 외국인 아동 출생등록에 대한 입법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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