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는 트럼프 뒤에서 결정을 내리는 사신(死神)-NYT
의회 합의 예산안 지지 의원 "낙선시키겠다" 위협 캠페인
트럼프, "머스크 분노 피할 예산안 마련…기다려라 메시지"
12시간 동안 글 150여 건 쏟아내다 "예산안 폐기" 허위 주장
예산안 반대 주장을 "백성의 목소리가 신의 목소리"로 포장
[서울=뉴시스]미 하원이 정부 셧다운을 막기 위해 합의한 예산안에 대대적인 반대 캠페인을 벌인 일론 머스크가 예산안이 드디어 폐기됐다며 "백성의 목소리가 신의 목소리"라는 뜻의 라틴어 문구를 올린 X포스트.(출처=머스크 X 계정) 2024.12.20.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전 세계 최고 부자인 일론 머스크 미 테슬라 회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미 하원 정부 셧다운 방지 예산 합의 거부와 관련 트럼프보다 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거짓과 호도로 선동하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머스크는 2022년 440억 달러(약 64조 원)를 들여 사들인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정부 셧다운 협상의 한 복판에 말 핵폭탄을 투하했다.
머스크는 X에 150개 이상의 글을 올리며 공화당 의원들에게 연말 정부 셧다운 방지를 위해 양당이 합의한 예산안을 거부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지지한 예산안에 찬성 표결하는 모든 의원들을 정치적으로 응징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머스크는 예산안에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이 포함됐다거나 워싱턴에 새 스타디움을 짓는 예산 30억 달러가 포함됐다는 등 허위정보를 퍼트리기도 했다.
결국 트럼프는 이날 늦게 양당 합의 예산안이 “나라에 대한 배신”이라고 선언했다.
선출 공직자가 아닌 머스크가 트럼프의 최대 메가폰 역할을 하는 놀라운 국면이다.
머스크 팔로워 트럼프 2배 넘고 재산은 65배 이상
트럼프의 X 팔로워는 9620만 명이지만 머스크는 2억790만 명이다. 머스크의 재산은 4420억 달러(약 640조 원)이지만 트럼프는 66억1000만 달러(약 9조6000억 원)에 불과하다.
머스크는 X에 글을 쏟아낸 뒤 트럼프와 마러라고 저택에서 만찬을 했다. 당초 예정에 없다가 중간에 합류한 것으로 전해진다.
트럼프가 결국 19일 오전 자신이 머스크의 분노를 사지 않고 정부가 셧다운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찾고 있으니 민주당에 투항하지 말라고 존슨의장을 위협하는 발언을 했다.
트럼프는 폭스 뉴스 디지털과 가진 인터뷰에서 “의장이 과단성 있고 단호하게 처신해 경제적으로 또 다른 방식으로 우리나라를 파괴하는 민주당 의원들의 함정들을 모두 제거하면 의장직을 유지하기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분노하는 의원, 눈치보는 의원, 냉소하는 의원, 환호하는 의원
의원들은 정치자금 기부자가 자신이 지지한 후보가 선거에서 승리하자 대놓고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시도한 것은 머스크가 처음이라며 우려한다.
그러나 머스크의 정치적 영향력에 목을 매는 공화당 의원들도 있다.
19일 하원 의원들은 의원이 아닌 머스크가 의회 운영에 대해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성토했다. 글렌 톰슨 농업위원장은 자신이 직접 논의에 참여해 마련한 예산안이 무산된 것에 대해 “머스크는 투표권이 없다”면서 “머스크가 평범한 근로자들의 처지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비난했다.
머스크 때문에 지역구 예산이 무산된 의원들의 사무실에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
그러나 의원들은 투표하는 동안에도 머스크가 올리는 글들을 보고 있었고 머스크가 위협을 행동에 옮겼을 때 피해를 보지나 않을까 걱정했다.
재계에 비판적인 버니 샌더스 무소속 상원의원은 머스크가 대통령이라고 냉소했다.
그는 X에 올린 글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이 몇 달 걸려 협상한 합의안을 지구에서 가장 돈이 많은 일론 머스크 대통령이 싫어했다. 공화당 의원들이 왕의 반지에 입맞춤을 할 것인가? 억만장자들이 정부를 좌지우지하도록 내버려 두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머스크를 지지하는 의원들도 있었다.
앤디 바 하원의원은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한 미국인들이 원하는 일이 바로 이것”이라고 말했다. 댄 비숍 하원의원도 머스크가 예산안 지지 의원들을 “낙선시킬 것”이라고 위협한 것을 두고 “의회에 근본적 변화가 있기를 기다려왔는데 드디어 시작됐다”고 환호했다.
공화당 일부 의원들은 하원의장이 현직 하원의원이 아니어도 된다며 존슨 의장을 머스크로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폈다.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이 “일론 머스크를 하원의장으로 뽑고 싶다. 의회 지도부가 산산조각 나야 한다. 이번이 기회”라고 썼다.
트럼프 머스크 시기해 잘라낼 수도
트럼프가 주변 사람들이 자신보다 주목받는 것을 싫어한다는 점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첫 대통령 임기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돼 정치 풍자 프로그램인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에서 스티브 배넌 백악관 고문을 대통령 뒤에서 결정을 내리는 죽음의 사신으로 묘사하자 즉각 경질한 적도 있다.
머스크가 의회 예산안에 대해 글을 올리기 시작한 것은 18일 새벽 4시15분이다. “예산안이 통과되면 안 된다”고 썼다.
그는 계속해서 예산안을 “범죄”라고 비난하고 예산안에 대한 허위 정보를 퍼트리고 “우리 세금 도둑질을 멈추라”는 구호를 띄웠다.
머스크는 X에서 가장 많은 팔로워를 가진 영향력을 의원들에 대한 채찍으로 사용해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려 했다.
그리고 이날 오후부터 예산안에 반대했던 상하원의원들이 X에 자신들은 “반대” 투표했다며 머스크의 정부 효율화를 위한 예산 삭감 요청을 지지한다는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머스크는 결국 오후 4시 직전 “끔찍한 예산안이 폐기됐다”는 허위 주장을 폈다. 그는 “백성의 목소리는 신의 목소리”라는 뜻의 라틴 문구 “복스 포풀라이, 복스 다이(Vox Populi, Vox Dei)”라는 글을 마지막으로 올렸다.
머스크는 2022년 11월 트위터를 매수한 직후 트럼프 계정을 복원할 때도 이 문구를 사용했었다.
트럼프 당선을 위해 2억5000만 달러(약 3620억 원) 넘게 쓴 머스크는 이번에 자신의 행동이 곧 미국 시민들의 의지라고 강변했다.
머스크는 “도널드 트럼프가 취임하는 1월20일까지 어떤 예산안도 의회에서 가결되면 안 된다. 절대 안 된다”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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