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갑자기 입장 바꿨나"…금감원 , 삼성SDI·한화 유증 지원 이유는
문제의 유증 중점심사 한다더니…한달 만에 "적극 지원"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불과 한달 전 주주 권익 훼손 우려가 있는 유상증자를 중점심사해 엄격히 살피겠다고 예고한 금융감독원이 돌연 최근 발표된 기업 유상증자 계획에 잇달아 '긍정적'이란 표현을 쓰며 적극 지원 방침을 강조하고 있다. 그간 금감원이 상장사 자금조달에 제동을 걸며 있지도 않은 인허가권을 남용한다는 비판이 일자 이를 의식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다만 투자 위험 분석 등 꼼꼼한 심사를 위해 도입된 중점심사 제도는 한달도 안돼 제 구실을 못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2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삼성SDI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에 대해 중점심사에 돌입했다.
삼성SDI는 보통주 1182만1000주, 예정 발행가액 16만9200원 기준 약 2조원을 유상증자할 예정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공시를 통해 3조6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금감원은 두 기업이 대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하자마자 중점심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유상증자 중점심사란 금감원이 지난달 27일 일반 주주 권익 훼손 우려가 있는 유상증자에 대해 보다 밀착 심사하겠다는 취지에서 도입한 제도다. 중점심사 대상이 되면 유상증자의 당위성, 의사결정 과정, 이사회 논의 내용, 주주 소통계획 등 기재 사항을 면밀히 심사하게 된다. 신고서 제출 1주일 내 집중심사를 원칙으로 하며 최소 1회 이상 대면 협의도 실시한다.
선정 기준에 따르면 증자비율과 할인율 측면에서 주주 가치 희석 우려가 있는 기업, 신사업 투자나 경영권 분쟁 발생 등 일반주주 권익 훼손 우려가 있는 기업 등이 해당한다. 또 재무구조가 부실한 한계기업, 주관사 증권사가 과거 기업공개(IPO) 실적을 과다 추정했거나 다수 정정 요구를 받은 경우도 중점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즉 문제 소지가 있는 기업이 금감원 중점심사 대상이 될 것이란 예상에 중점심사 1호 기업이 누가 될지에 시장 관심이 쏠리기도 했지만, 금감원은 이번 1·2호 중점심사 기업에 대해 긍정적 시각부터 내비쳤다.
이복현 원장은 지난 19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주식 거래 특성상 장기 투자보다는 단기 리스크를 수반할 수 있는 유상 증자가 악재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기업의 가치가 사업 투자의 성격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경우가 많고 오히려 더 일반적이기 때문에 모든 유상증자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을 저희는 수용하기 어렵다"고 발언했다.
또 삼성SDI에 대해 "우리나라 선도 기업이 시장에서 수긍할 만한 내용으로 투자에 나선다는 건 고무적"이라며 "투자자들이 알아야 할 정보가 충분히 기재됐는지만 정리되면 최대한 신속히 며칠 내라도 신고 효력이 발생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전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에 중점심사를 예고하면서도 금감원은 "최근 보호무역주의 경향 강화 등 대내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회사가 'K-방산'의 선도적 지위 구축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이번 유상증자를 추진한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유상증자에 대해 회사와 적극 소통하며 증권신고서 작성 등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삼성SDI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금감원이 한달 전 밝힌 중점심사 대상 기업 선정 기준인 7가지에 해당하는 케이스는 아닌 것으로 전해진다. 그보단 시장 영향이 큰 대기업이며 이례적으로 큰 규모의 유상증자란 점에서 포괄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증자 비율, 할인율 등 기준이 고려되진 않았고 포괄적인 항목을 적용했다"며 "증자 비율이 과도하다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기업의 적극적 투자 활동을 위한 자금 조달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방침이지만, 아직 증권신고서가 통과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표현이 시장에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단 지적도 나온다.
시장 반응도 싸늘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대규모 유증 발표 다음날인 이날 장중 15% 넘게 빠졌다. 삼성SDI는 이사회 결정이 난 14일 6.18% 하락 마감했다.
증권가도 두 종목의 목표가를 잇달아 낮췄다. 정경희 LS증권 연구원은 삼성SDI에 대해 "이번 유증으로 회사는 약 5조원으로 추정하는 올해 자본적지출(CAPEX) 상당 부분을 진행할 자금 여력을 확보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이미 보유 중인 매각 가능 자산이 있음에도 자기자본 펀딩 방식을 취한 점은 주식 투자자 관점에서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고 평가했다.
이지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대해 "공격적인 투자가 필요한 시기"라면서도 "연간 투자 목표액이 한해 2조원을 초과하지 않기에 연간 영업이익이 2조원을 웃도는 회사의 이익체력만으로 가능했을 것이란 아쉬움이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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