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은 촉매·소나무는 불쏘시개…최악 조건 만나 '괴물산불' 키웠다
이번 산불, 역대 최대 규모 산불 피해
전문가 "건조·강풍은 불 키우는 촉매"
"침엽수·솔방울, 비화·수관화 내는 불쏘시개"
![[의성=뉴시스] 김금보 기자 = 26일 경북 의성군 옥산면 신계2리 기룡산에서 민가 방향으로 산불이 번지고 있다. 2025.03.26. kgb@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3/26/NISI20250326_0020748821_web.jpg?rnd=20250326235944)
[의성=뉴시스] 김금보 기자 = 26일 경북 의성군 옥산면 신계2리 기룡산에서 민가 방향으로 산불이 번지고 있다. 2025.03.26. kgb@newsis.com
[서울=뉴시스] 오정우 기자 = 2000년 동해안 산불과 2022년 울진-삼척 산불을 넘어 사상 최대 규모의 산림 피해가 발생한 영남권 대형 산불의 확산 원인은 강풍과 침엽수가 많은 산림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27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전문가는 건조한 날씨 속에서 강풍이 불어 산불이 비화(불기둥으로 상승한 불똥이 강풍을 타고 날아가는 현상)해 대형 산불로 이어졌다고 분석한다.
서재철 녹색연합 연구위원은 "모든 인화성 물질은 건조하면 더 잘 타기에 고온 건조한 날씨는 통상 불을 키우는 촉매 역할"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바람이 강하게 불면 상승기류가 형성되는데 소나무와 송진을 태운 뒤 검은 연기를 내면서 불똥을 더 키운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앞서 기상청은 지난 20일 정례 예보 브리핑을 통해 "주말(22~23일)에는 서풍이 강원영동 부근 산맥을 넘으면서 경북북부동해안에 강한 바람이 예상된다"며 "건조한 날씨를 보이는 경상권 등에는 화재를 유의해야겠다"고 예보한 바 있다.
산사면을 타고 서풍이 산 정상까지 오르다가 공기 통로가 좁아져 한층 풍속이 세진 바람이 동해안 쪽에 강하게 분다는 게 기상청 설명이다.
특히 22일까지 ▲강원영동 ▲경북북동산지 ▲경북북부동해안에는 초속 25m 이상의 매우 강한 바람이 불 수 있고 경북남부와 경남권은 건조한 상태가 지속돼 화재 예방이 필요하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의성=뉴시스] 김정화 기자 = 산불 발생 닷새째인 26일 경북 의성군 신평면 교안리의 한 민가 뒤 야산에 불이 확산하고 있다. 2025.03.26. jungk@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3/26/NISI20250326_0001801774_web.jpg?rnd=20250326214742)
[의성=뉴시스] 김정화 기자 = 산불 발생 닷새째인 26일 경북 의성군 신평면 교안리의 한 민가 뒤 야산에 불이 확산하고 있다. 2025.03.26. jungk@newsis.com
또 소나무를 비롯한 침엽수림도 산불 확산 요인으로 꼽힌다. 통상 침엽수는 활엽수보다 많은 열에너지를 가져 불이 지속되는 시간이 2배 이상 길기 때문이다. 특히 소나무와 송진·솔방울은 인화성이 큰 불쏘시개가 돼 산불을 키우는 주범으로 지목돼 왔다.
산림청이 2022년 발표한 '2022년 산림기본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임상별 산림면적 중 침엽수림은 38.8%를 차지하고 있다. 이 중 경북의 침엽수림 비율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2022년 3월4일 소나무의 자생지로 꼽히는 경북 울진에서 발생한 산불은 삼척까지 번져 213시간 만에 주불이 잡히는 등 1만6301㏊에 달하는 피해 면적을 낳았다.
서 위원은 "소나무는 거의 휘발유에 가깝다"며 "소나무와 솔잎에 불이 붙으면 삽시간에 불기둥을 형성하고 나무의 윗부분에 불을 붙이는 수관화 현상을 동반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낙엽을 태우면서 남아있는 습기가 상당한 연기를 내뿜는다"며 "강풍이 부는 악조건 속에서 진화 인력이 투입되기 어려워 진화에 애를 먹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기준 산불로 인한 사망자는 경북 22명, 경남 4명 등 26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중상자는 경북 3명, 경남 5명 등 8명, 경상자는 경북 16명, 경남 4명, 울산 2명 등 22명이다.
산림 피해 면적은 3만5810㏊로, 역대 최대 피해를 냈던 2000년 동해안 산불의 피해 면적(2만3794㏊)을 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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