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아베, '방북' 폼페이오 안 만나는 이유…미국과의 거리조절?

등록 2018.07.05 08:27:31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아베, 폼페이오 방일 시점에 예정대로 지방 순회 나서

북미 정상회담 후 미국과의 거리 조절에 나섰다는 분석

아베, 자민당 총재선거 앞두고 지방순회가 더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

아베, '방북' 폼페이오 안 만나는 이유…미국과의 거리조절?

【도쿄=뉴시스】 조윤영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5~7일 북한을 방문하고 일본에 들르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따로 만나지 않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일본 외교가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8일 고노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과의 회담이 예정돼 있으나 아베 총리 예방은 잡혀 있지 않은 것으로 5일 알려졌다. 아베 총리는 7일부터 이틀간 가고시마(鹿児島)현과 미야자키(宮城)현 방문이 예정돼 있다. 아베 총리가 막판에 지방 방문 일정을 연기하거나 취소하고 폼페이오 장관을 만날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현재로서는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 일본 정계 소식통들의 전망이다.
 
 아베 총리는 그간 북한을 접촉한 한국의 고위당국자에게 설명을 듣는 등 북한 문제를 직접 챙기는 모습을 보여왔다. 특히 4월 27일 열렸던 첫 번째 남북 정상회담 다음날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급히 일본을 방문한 것은 아베 총리가 서 원장에게 회담 내용을 직접 듣고 싶다고 요청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고노 외무상이 회담 결과를 듣기 위해 서울을 방문하려했지만 아베 총리가 직접 듣고 싶어해 4월 29일부터 중동 순방을 앞두고 있는 아베 총리의 일정을 고려, 서 원장이 급히 일본을 찾았다는 것이다.

 특히 아베 총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미국으로 달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여는 등 미국과의 공조를 중요하게 생각해왔다. 북한과의 고위급 직접 접촉 채널이 없는 일본으로서는 총리가 직접 나서 한국과 미국의 북한 관련 협상 진행 상황을 챙겨오면서 한미일 3국 공조 의지를 보여 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에도 북한을 방문하고 오는 폼페이오 장관을 아베 총리가 직접 만나 방북 결과를 듣고 일본의 입장 등을 전달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 관측이었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예정돼 있던 가고시마, 미야자키 방문을 일정대로 진행하고 폼페이오 장관과의 회담은 고노 외무상에게 맡기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베 총리는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우선은 그 동안 아베 총리가 북한 이슈를 놓고 지나치게 미국에 매달리는 인상을 줄 정도로 미일 공조를 강조해왔지만 북미 정상회담 후 냉정을 찾고 미국과의 거리 조절에 나섰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마이니치신문은 오는 1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이 미일간 통상 문제 등으로 일본을 압박할 가능성이 높아 정상회담에 별로 적극적이지 않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한편으로는 일본 정부가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성과가 크게 기대할 게 없다고 예상하고 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폼페이오 장관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면담 여부도 아직 확정되지 않은 가운데 아베 총리가 폼페이오 장관과의 면담을 미리 정해 놓을 필요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결과에 따라서 일본서도 고노 외무상이 그를 만나면 충분하지 않겠냐는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폼페이오 장관과의 면담보다는 오는 9월 자민당 총재선거를 앞두고 지방 순회를 하는 것이 더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한 것으로도 보인다. 이번 가고시마, 미야자키 방문은 농업 관련 시찰이지만 사실상 총재 선거를 앞두고 지방표를 모으기 위한 방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는 7일 저녁에는 가고시마현, 8일 저녁에는 미야자키현 자민당 지부 소속 국회의원 및 지방의원과의 간담회가 예정돼 있다. 가고시마, 미야자키는 아베 총리가 지난 2012년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에게 졌던 지역이다.
 
 2012년 자민당 총재선거는 1차 투표에서 국회의원표와 지방표를 합산해 과반수 획득자가 없을 경우 국회의원만 참여해 결선 투표를 치르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당시 1차 투표에서 이시바 전 간사장은 지방표 절반 이상을 획득하면서 1위를 차지했지만 과반수는 얻지 못해 치뤄진 결선 투표에서 아베 총리에게 역전당했다. 올해 총재 선거는 결선투표에서도 지방표도 반영하기로 해 지방표의 영향력은 더욱 커졌다. 따라서 아베 총리가 총재 선거를 두달 여 앞두고 지방 표심 결집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만약 막판에 아베 총리가 폼페이오 장관을 면담한다면 이는 폼페이오 장관이 김 위원장을 면담하고 방북 성과가 기대 이상일 경우라고 보아도 될 듯하다. 따라서 이번 주말 아베 총리의 폼페이오 장관 면담 여부는 북한 문제의 진행상황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미세한 가늠자가 될 것으로도 보인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