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가 남자라니!'?...'가족각본'
[서울=뉴시스] 가족각본 (사진 = 창비 제공) 2023.08.0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며느리가 남자라니!" 텔레비전 드라마에 동성커플이 등장하자 상영을 반대하며 일간지 1면에 실린 광고의 구호다.
책 '가족각본'(창비)은 2007년 등장해 지금까지 인구에 회자되는 이 강력한 문구를 곱씹는 데서 시작한다.
'며느리가 뭐 길래 남자는 안 되는 걸까.' 하필 며느리를 내세워 등장한 이 구호는 한국 사회에서 가족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는 단서를 제공한다.
동성결혼 합법화에 거센 반대를 겪는 일이야 한국도 여느 나라와 다를 것 없겠지만, 그렇다고 며느리가 이토록 핵심적인 반대 이유로 등장하는 나라가 있을까?
이 책의 저자 김지혜 강릉원주대 다문화학과 교수는 우리가 너무나 당연한 듯이 받아들여 온 가족제도에 숨은 차별과 그에서 비롯되는 불평등을 추적한다. 특히 가족각본에서 부여한 며느리의 역할이 무엇이고, 왜 하필 여성에게 그 역할을 안겼는지 질문한다.
성소수자 이슈가 기존의 가족에 만들어내는 이러한 균열들을 쫓아 우리 삶에 깊숙이 파고들어 있는 가족각본을 드러낸다. 1장에서는 '며느리가 남자라니!'라는 구호를 시작으로 가족각본에서 부여한 며느리의 역할이 무엇이고, 왜 하필 여성에게 그 역할을 안겼는지 질문한다.
이어지는 2장에서는 동성결혼과 출생률 저하를 연결 짓는 한 정치인의 발언에서 시작해 결혼을 하면 출산하는 게 당연하고, 결혼을 하지 않으면 출산해서는 안 된다고 여기는 결혼과 출산의 절대공식을 낯설게 본다. 3장은 장애인, 한센인, 혼혈아 등 어떤 사람들의 출산과 출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기며 국가가 가족각본에 맞지 않는 이들을 추방하고 배제해온 잔인한 과거를 들여다본다. 4장은 아이에겐 엄마와 아빠가 있어야 한다는 익숙한 생각, 동성커플이 키우는 아이는 불행할 것이라는 염려를 통해 가족과 사회에 깊이 뿌리박힌 성별분업 관념을 드러낸다.
과연 우리 사회의 가족각본은 누구를 위해 유지되고 있는 걸까? 앞으로의 가족은 어떤 모습이 될까?
이 책이 묻는다. 이제 우리, 가족각본을 벗어날 때도 되지 않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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