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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제 기구?…방통위 사실상 '개점휴업'

등록 2024.07.03 06:01:00수정 2024.07.03 10: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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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2인 체제 의결 지적…이동관·김홍일 모두 '탄핵→사퇴' 수순

국회 몫 3인 공석 이후 野 추천 최민희 임명 무산으로 2인 체제 지속

5인 '합의제 기구' 무색…수장 공백 반복으로 정상 업무 처리 우려

"여야 합의제 기구 설립 취지 입각해 상임위 구조 정상화 해야" 지적


[과천=뉴시스] 황준선 기자 = 김홍일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2일 오전 경기 과천시 방송통신위원회에서 퇴임식을 마친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2024.07.02. hwang@newsis.com

[과천=뉴시스] 황준선 기자 = 김홍일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2일 오전 경기 과천시 방송통신위원회에서 퇴임식을 마친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2024.07.02. hwang@newsis.com


[서울=뉴시스]심지혜 기자 = 방송통신위원회가 또다시 개점휴업 상태가 됐다. 김홍일 위원장이 취임 6개월 만에 자진 사임하면서다. 전임인 이동관 전 위원장도 석달 만에 자진 사퇴했다. 모두 '독단 운영'을 이유로 야당의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그만 뒀다. 탄핵안이 가결될 경우 최장 180일간 방송통신위원장직 수행이 어려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선택이다.

방송통신위원장은 방송 정책 독립성을 명분으로 법령에 의해 임기(3년)를 보장 받는데 일년도 안 돼 2명의 위원장을 새로 앉히게 됐다. 방통위 파행 운영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우려다. 방통위 설립 취지대로 여야 합의제 기구로서의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게 근본적인 이유라고 방송통신업계에선 말한다.

방통위가 정상 운영되기 위해선 후임 위원장 인선도 단행해야 하지만, 5인 상임위원 구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독임부처도 아닌데 2인 체제 의결 강행으로…'위원장 탄핵→사퇴' 도돌이표

김홍일 방통위원장이 2일 전격 사퇴했다. 지난해 12월 29일 취임한 지 6개월 만이다. 김 위원장이 이날 오전 사임 의사를 밝혔고 윤석열 대통령은 곧바로 김 위원장의 사의를 수용했다.
 
김 위원장의 자진사퇴는 공모절차에 돌입한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을 교체하기 위한 고육책이란 해석이 나온다. 야당 의원들은 김 전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전날 국회 본회의에 보고하고 3~4일에 처리할 예정이었다. 탄핵안이 국회 본회의에 보고되고 24시간 이후부터 72시간 이내에 표결로 통과되면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위원장 직무가 중단된다. 헌재는 180일 이내 처분을 내려야 한다.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될 경우 위원장직 업무가 정지돼 방통위 업무 공백이 불가피하다. 이에 차기 위원장을 임명하는 게 공백 기간을 최소화하고 방문진 이사진 교체를 계획대로 진행할 수 있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퇴임사를 통해 "지난해부터 국회가 방통위 탄핵소추를 두 번이나 추진하고 위원장이 사퇴하는 작금의 현실이 정말 불행하고 안타깝다. 이번 저의 물러남이 반복되는 혼란과 불행의 마지막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현 정부 들어 방통위는 그야말로 파행운영이 거듭돼왔다. 전 정부에서 임명된 한상혁 전 위원장은 지난해 5월 30일 면직되면서 김효재 전 방통위 상임위원이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았다. 그러나 임기가 만료되는 8월 23일까지 신임 위원장이 오지 않아 결국에는 이상인 부위원장이 직무대행을 맡았다.

이후 약 일주일 만에 이 전 위원장이 왔지만, 방통위는 2인 체제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반쪽짜리’라는 비판을 숱하게 받았다. 그럼에도 YTN 최대주주 변경과 지상파 방송사 재허가 심사, 종편 재연장 등을 의결했다.

그러다 이동관 전 위원장이 100일이 채 안 된 12월 1일 자리에서 물러났고, 이 부위원장 직무대행 체제를 또다시 맞게 됐다. 그러다 김홍일 전 위원장이 같은달 29일 임명되면서 한 달 만에 직대 체제를 벗어났지만 여전히 2인 위원진으로 운영됐다.

김 전 위원장은 이 전 위원장이 ‘보류’ 시킨 YTN 최대주주 변경을 허가했고 최근에는 MBC 대주주 방문진, KBS 등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를 추진하면서 거센 비난을 받았다. 특히 야권에선 2인 체제에서 의결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이에 야권은 김 전 위원장에 대한 탄핵을 추진했다. 그러나 김 전 위원장은 또 자진 사퇴를 선택했고, 취임 반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과천=뉴시스] 홍효식 기자 = 김홍일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위원장이 28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KBS, MBC, EBS 임원 선임 계획에 관한 건 등 제32차 방통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06.28. photo@newsis.com

[과천=뉴시스] 홍효식 기자 = 김홍일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위원장이 28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KBS, MBC, EBS 임원 선임 계획에 관한 건 등 제32차 방통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06.28. photo@newsis.com


5인 합의제 기구인데…어쩌다 반쪽짜리 됐다

한상혁 전 위원장의 면직을 시작으로 방통위는 1년여 동안 위원장을 세 번이나 갈아치우는 꼴이 됐다. 이로 인해 방통위는 5인을 모두 채우지 못한 채 반쪽짜리 운영을 이어갔다. 방통위는 위원장을 포함한 2명을 대통령이 지명하고 국회가 추천하는 3명(여당 1명, 야당 2명) 등 총 5인 상임위원으로 구성된 합의제 기구다.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가 2인 체제를 지속하면서 마치 독임제 부처처럼 운영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야당 몫 방통위 상임위원 추천으로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임명되지 않으면서부터다.

최 의원은 지난해 3월 국회 본회의까지 거쳐 상임위원 후보가 됐으나 방통위는 과거 민간 협회인 한국정보산업연합회에서 상근부회장직을 수행한 이력이 방통위 설치법상 결격사유에 해당될 수 있다며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요구했다. 이로 인해 최 의원에 대한 윤 대통령의 임명도 미뤄졌다. 7개월이 지나도록 임명이 이뤄지지 않자 최 의원은 결국 지난해 11월 스스로 후보자에서 사퇴했다.

이후 최 의원은 22대 국회에 출마해 당선됐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으로 선출됐다.

나머지 2인의 상임위원도 채워지지 못했다. 당시 김효재·김현 방통위 상임위원 임기가 지난해 8월 23일 자로 만료되면서 국민의힘은 여당 몫으로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을 추천했으나, 민주당은 후임자를 추천하지 않았고 김 전 사장에 대한 국회 본회의 표결도 거부했다.

최 의원에 대한 임명도 이뤄지지 않은 데다, 방통위원이 모두 채워질 경우 안건 표결에서 수적으로 열세한 위치에 놓인다고 본 것이다. 그렇다고 2인 체제를 인정한 것은 아니다. 2인 체제에서 방통위가 의결하는 것이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그간 YTN 매각을 비롯해 KBS 수신료 분리징수, KBS 이사 해임 등의 안건을 처리한 것을 문제 삼아왔다.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이상인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3.10.19. 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이상인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3.10.19. suncho21@newsis.com


또다시 직무대행 체제…현안 처리 우려

또다시 위원장 직무대행 체제가 된 방통위는 당분간 혼선이 지속될 전망이다. 의결이 필요한 주요 안건들은 부위원장 혼자 처리하는 게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로 인해 차기 위원장이 올 때까지 사실상 식물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셈이다.

방통위는 이 부위원장 직무대행 체제였던 지난해 말에도 유효기간이 끝나는 지상파 등 방송사 141곳에 대한 재허가를 제 때 의결하지 못했다.

현재 김 전 위원장 후임으로 이진숙 대전MBC 사장과 장제원 전 국민의힘 의원 등이 거론된다. 문제는 차기 방통위원장이 선임된다해도 이동관·김홍일 전 방통위원장과 비슷한 수순을 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야당이 2인 체제의 위법성을 강조하며 잇따라 탄핵을 추진한 만큼 2인 체제 속 안건 의결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방송통신위원회 출범 취지에 맞춰 여야가 5인 상임위원 체제를 갖추지 않는다면, 방통위 파행 운영이 앞으로도 불가피할 것"이라며 "공영방송 이사진 및 경영진 공방에만 여야가 혈안이 돼 있다 보니 방송 재허가·통신 및 플랫폼에 따른 이용자 보호 업무 등 다른 주요 현안정책들의 공백이 장기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imi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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