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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2위 車동맹 '르노·닛산' 갈등 표면화하나

등록 2018.11.20 11:5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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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 추진해온 카를로스 곤 회장, 비리혐의로 체포

마크롱 "르노에 해 없도록 경계 단단히 할 것"

【도쿄=AP/뉴시스】과감한 구조조정과 비용 절감으로 ‘코스트 커터(cost cutter)’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카를로스 곤 일본 닛산 자동차 회장 겸 공동 최고경영자(CEO)가 오는 4월 CEO직에서 물러나고 회장직만 유지한다. 하진은 지난 2016년 10월 20일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갖는 곤. 2017.02.23 

【도쿄=AP/뉴시스】과감한 구조조정과 비용 절감으로 ‘코스트 커터(cost cutter)’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카를로스 곤 일본 닛산 자동차 회장 겸 공동 최고경영자(CEO)가 오는 4월 CEO직에서 물러나고 회장직만 유지한다. 하진은 지난 2016년 10월 20일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갖는 곤. 2017.02.23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세계 2위의 자동차동맹 '르노·닛산 얼라이먼트'를 이끌어온 카를로스 곤 회장이 금융상품거래법 위반혐의로 체포된 가운데 르노·닛산간 주도권 다툼이 표면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0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외신에 따르면 곤 회장은 유가증권 보고서에 실제 보다 적게 소득을 신고한 혐의로 체포됐다.

곤 회장은 이 밖에도 벤처투자 명목으로 해외에 세운 자회사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고급 맨션과 주택들을 구입하도록 하고, 이를 무료로 사용하는 등 20억엔(약199억원)에 가까운 회사 자금을 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닛산 이사회는 22일 회의를 열어 곤 회장의 해임을 결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1954년 브라질에서 태어난 곤 회장은 1978년 프랑스 타이어회사 미쉐린에 입사해 1985년 사장을 거쳐 1989년에는 북미 미쉐린 사장이 됐다. 1996년 르노 자동차 부사장으로 스카우트됐으며, 1999년 닛산의 최대주주가 된 르노가 그를 닛산에 파견했다.

르노와 닛산은 1999년 르노가 위기에 빠진 닛산을 도와준 이후 20년 가까이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르노는 닛산 지분의 43.4%를, 닛산은 르노 지분의 15%와 미쓰비시 지분의 34%를 보유하며 3개 회사간 동맹이 맺어졌다.

곤 회장은 2005년부터 르노·닛산 얼라이먼트 회장을 맡으며 두 회사의 성장을 이끌어왔고, 동맹은 지난해 기준 글로벌 시장에 1061만대의 차를 판매했다. 1999년에 비해 2배가 넘는 수치다.

하지만 프랑스는 르노·닛산이 동맹관계를 유지하는 것보다 합병을 통해 회사의 생산라인을 프랑스에 유리하게 조정하기를 원해왔다. 특히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경제산업부 장관으로 재임할 당시부터 곤 회장에게 프랑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르노와 닛산이 합병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곤 회장은 닛산이 르노 지분을 추가 취득하는 강수까지 둬가며 "비합리적 방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마크롱은 2016년에 곤 회장의 과잉연봉을 문제삼았고, 그 결과 곤 회장 등 르노 경영진의 성과급이 20% 가까이 삭감됐다. 2017년 5월 마크롱 대통령이 당선된 후에도 르노-닛산에 대한 합병 압박은 계속됐다. 2022년 임기를 마치는 곤 회장의 후임으로 프랑스 출신 티에리 볼로레 최고운영책임자(COO)를 후임자로 낙점했다는 이야기도 떠돌았다.

곤 회장은 결국 태도를 바꿨다. 최근 인터뷰에서는 "모든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발언했고, 지난 4월부터는 신차와 신기술 개발기능을 통합했다. 닛산은 유럽에 판매할 신차를 프랑스에서 제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르노와 닛산은 합병 후 새로운 단일 회사로 재출발하기 위한 협상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우려는 커졌다. 르노와 닛산이 합병하면 일본 내의 닛산 생산공장이 프랑스로 옮겨갈 수 있다는 우려가 일었고, 사이카와 히로토 닛산 CEO 역시 "두 회사의 합병은 부작용을 낼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곤 회장의 체포소식이 알려지며 르노와 닛산 주식은 가파른 하락세를 나타냈다. 프랑스 증시에서 르노 주가는 15% 하락했으며, 닛산 글로벌주식예탁증서도 11% 이상 하락세를 보였다.

AP통신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닛산이 카를로스 곤 회장에 대한 해임 절차에 들어갔다는 소식에 대해 "르노-닛산-미츠비시의 제휴 동맹 관계가 흔들리지 않기를 바란다"며 "이 제휴 관계의 안정에 온갖 주의를 다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르노 근로자에게 아무런 해가 없도록 경계를 단단히 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곤 회장의 체포와 해임이 르노와 닛산간의 합병문제와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르노-닛산간 합병을 추진하던 곤 회장의 체포와 닛산 회장직 해임으로 르노와 닛산, 프랑스와 일본간 주도권 다툼이 표면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20년 가까이 동맹을 유지해온 르노-닛산 얼라이먼스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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