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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국힘 입당에 몸값 하락 安, 3지대서 캐스팅보트 노려

등록 2021.08.16 14:51:59수정 2021.08.16 15: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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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합당 결렬 선언은 독자 대선출마 시사

야권 통합 대신 분열 위기, 정권교체도 난망

11월 국민의힘과 후보단일화 추진할 가능성 커

김동연과 연대 혹은 캐스팅보드 행사 가능성도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안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과의 합당 결렬을 최종 선언했다. 2021.08.16.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안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과의 합당 결렬을 최종 선언했다. 2021.08.1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6일 제1야당인 국민의힘과의 합당 협상 최종 결렬을 선언하고 '마이웨이 행보'를 공식화했다. 

안 대표가 '또 철수'한 배경에는 야권 1위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 입당하면서 대선 판이 사실상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양당 대결 구도로 굳어져 '3지대론' 깃발을 든 안 대표의 입지가 거의 사라졌기 때문이다.

결국 안 대표는 국민의힘과의 합당 과정에서 몸값이 폭락해 사실상 백기투항해야 할 판이 되자 당명 변경 등 무리수를 두면서 합당 무산의 명분을 찾았다. 하지만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무리한 요구를 수용하지 않자 안 대표는 일단 제3지대에 남아 대선 정국을 지켜보며 캐스팅보트 역할을 저울질하는 쪽으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의 독자 행보는 여야 대선 구도를 일(민주당)대 다(국힘·국당·정의당) 구도로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을 높여 야권 분열에 따른 여권의 반사이익이 예상된다.

범야권이 각자도생으로 대선을 치를 경우 보수·중도층 뿐만 아니라 '탈문(脫文·탈문재인)' 진보세력까지 규합하려 한 야권의 '반문(反文·반문재인) 빅텐트'가 좌초될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는 올해 초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만 해도 국민의힘과 야권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면서 경선 내내 '국민의당' 대신 '더 큰 2번(국민의힘 기호)'을 주창할 만큼 합당에 적극적인 자세였다. 하지만 4·7보궐선거가 끝난 지 4개월이 지난 지금에야 안 대표는 대선을 목전에 둔 중요한 시점에 180도 다른 선택을 했다.

당 대 당 합당은 흔치 않은 중대 사안인 만큼 '판'을 먼저 깨고 나설 경우 정치적 이미지나 신뢰도의 훼손을 감수해야 할 만큼 쉽게 내릴 수 없는 결정이지만, 이를 모를리 없는 안 대표가 당 내외 비난을 무릅쓰고 합당 결렬을 먼저 선언한 배경에는 대선정국에서의 손익계산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에 후보 자리를 양보했던 안 대표의 다음 정치적 행보는 내년 대선 출마가 유력시됐다.

안 대표가 올해 초 합당에 우호적이었던 이면에는 제1야당 소속 후보로 대선에 출마하는 것이 자금과 조직 등 여러가지 측면에서 더 큰 지원을 받을 수 있고, 국민의힘 내 전통 강호들과의 경쟁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자신감이 깔려있었다.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입장하고 있다. 안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과의 합당 결렬을 최종 선언했다. 2021.08.16.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입장하고 있다. 안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과의 합당 결렬을 최종 선언했다. 2021.08.16. [email protected]


변수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같은 새로운 잠룡 출현이었다. 최 전 원장과 윤 전 총장이 한때 제3지대를 모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생각보다 이른 시점에 정치권에 등장해 한결같이 국민의힘행을 택해 몸값을 높이면서 역으로 안 대표의 정치적 입지는 좁아졌다고 볼 수 있다.

야권 대선판에서 거의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한 상황에서 뒤늦게 경선 막차를 타는 것이 안 대표로서는 대선 전략상 유리하지 않다는 판단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여야 대선주자 중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1등 후보와 이에 대한 플랜B로 거론되는 대안후보까지 모두 품은 국민의힘으로선 지난 보궐선거 때와 달리 이번 대선에선 안 대표의 정치적 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홍준표, 유승민, 원희룡 등과 같이 당내 전통적인 지지층을 확보해 '적통'을 다투는 기존 대선주자들과의 경쟁도 만만치 않을 수 있다. 

이런 시점에 국민의힘과 합당을 통해 대선에 출마하더라도 8월 말부터 시작되는 경선 스케줄을 감안할 때 당심을 잡기 위한 조직 기반을 다지고 당 내에서 외연 확장을 하기에는 다른 경쟁후보에 비해 시간이 촉박할 수밖에 없다.

결국 당내 대선후보 중 '원 오브 뎀'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현실론이 안 대표의 합당 협상에 제동을 건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안 대표의 지지율은 주요 대선주자 사이에서 중하위권에 머물러 있어 경선에 참여하더라도 컷오프 통과도 장담할 수 없다.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예비후보와 만나 꽃다발을 전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8.02.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예비후보와 만나 꽃다발을 전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8.02. [email protected]

안 대표로서는 현 시점이 합당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은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을 수도 있다. 정치권에선 두 대표간 해묵은 감정이 야권통합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지적도 적지 않았다.

안 대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2016년 20대 총선에서도 서울 노원병에서 맞붙은 뒤 2018년부터 바른미래당에서 '동지' 관계였지만 그 해 노원병 보궐선거 공천을 놓고 안철수계·유승민계 간 계파갈등으로 관계가 틀어졌다. 

이 대표와 바른미래당 시절부터 보궐병 앙금을 쌓아온 안 대표로서는 "소값을 후하게 잘 쳐주겠다", "예스(Yes)냐 노(No)냐, 답하시면 된다" 등 공개적으로 합당을 재촉하는 이 대표의 압박이 독자노선으로 선회하게 하는 명분이 될 수도 있다. 안 대표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통합을 위한 논의 과정에서 국민의당 당원과 지지자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확산해 가기보다는 오히려 상처를 입혔다"며 국민의힘을 향한 서운한 감정을 에둘러 표현했다.

현재 국민의힘 당의 '내전' 상황도 간과하지 않을 수 없다. 윤 전 총장이 최근 이 대표와 잇단 갈등으로 당내 주도권을 둘러싼 세력 다툼으로 비쳐져 당 안팎에서 비판이 고조되고 있는 점도 안 대표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안 대표는 '국민의힘 어떤 면모 때문에 합당이 결렬됐나'라는 취재진 질문에 "지금 제1야당만으로는 정권 교체가 힘들어지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내부 갈등이 악화될 경우 당이 자중지란으로 빠질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일단 안 대표가 대선정국에서 국민의힘과 합당을 포기하고 마이웨이를 선언한 만큼 독자 대선 출마 카드로 승부수를 띄울 것으로 관측된다. 이렇게 되면 대선판은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국민의당의 3자 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안 대표의 독자 대선 출마는 당장 야권 대선판을 키우는 호재라기 보다는 야권 지지표를 분산시키는 악재가 될 공산이 더 크다.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2021.07.1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2021.07.15. [email protected]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열린민주당과의 합당을 모색하자는 목소리가 나올 만큼 범여권은 갈수록 단단하게 결집하는 것과 달리, 야권은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후보가 각각 따로 출마해 대선을 치른다면 정권교체 확률은 현실적으로 더 희박해진다.

이 때문에 야권에선 대선 날짜가 다가올수록 후보단일화 필요성이 점점 대두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안 대표가 11월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최종 결정될 때까지 세력화를 시도하다가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동일한 방식으로 범야권 후보 단일화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안 대표가 제3지대에서 신당 창당을 검토 중인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와 후보단일화를 시도하거나 연대하면서 '몸집'을 더 불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안 대표와 김 전 부총리가 중도 실용 노선을 추구하는 만큼 제3지대 구축에 나선다면 무게감이 큰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수도 있다.

안 대표는 제3지대에서 김동연 전 부총리와 손을 잡을 가능성에 대해 "지금은 어떤 계획이나 생각을 갖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다만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고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가진 분들이라면 어떤 분이든 만나서 의논할 자세가 되어있다"고 여지를 뒀다.

일각에선 안 대표가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을 통해 정치적 존재감을 다시 찾을 수 있다는 정치적 계산을 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안 대표가 국민의힘 최종 대선후보와 야권 후보 단일화를 시도해 서울시장 보선 결과처럼 단일후보로 선출되지 않더라도 국민의힘과 자연스레 합당해 당권이나 차기 대권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선전이 양당 대결 구도에서 2~3% 접전일 경우 국민의당과 안 대표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지금보다 더 무게감이 실린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수 있다.

안 대표는 대선 전 야권 후보단일화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저는 정권교체를 바라고 더 좋은 대한민국을 원하는 합리적인 중도층을 대변하고자 한다. 그리고 저에게 주어진 시대적 소명을 다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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