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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기소 시 직무 정지 '당헌 80조 삭제' 논란 여진

등록 2023.03.17 10:5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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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혁신위, 삭제 여부 등 조만간 검토 방침

비명계 불만도…"당 신뢰 관계 많이 훼손"

이재명 '이탈표 혼란' 수습 행보에도 찬물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2023.03.17.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2023.03.1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승재 기자 =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이탈표 사태 이후 수면 위로 드러난 더불어민주당의 내홍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당 혁신위원회가 당헌 80조 삭제를 검토했다는 말이 새어 나오면서 계파 간 불신을 키우는 모습이다. 이는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됐을 때 당직을 정지한다는 내용을 담은 조항이다. 비이재명(비명)계 목소리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당 혼란을 수습해오던 이 대표 입장에서는 다시 '방탄 프레임'에 갇히게 된 셈이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혁신위원회는 조만간 당헌 80조 삭제 여부 등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 대표를 포함한 여러 의원이 검찰 수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당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조항을 살펴보겠다는 취지다.

이는 혁신위원장인 장경태 최고위원이 직접 밝힌 내용이기도 하다. 장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아직 논의가 시작된 것은 아니다"라며 "불필요한 오해가 없도록 공천 제도가 마무리된 이후에 검토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전부터 '방탄' 논란의 중심이 됐던 당헌 80조 삭제 검토를 부정하지 않은 것이다. 비명계에서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비명계 인사인 조응천 의원은 전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아니  굴뚝에서 연기가 나겠나"라고 비판했다.

그는 "다른 언론 인터뷰에서 장경태 위원장이 얘기한 것을 보면 거기에 상당히 방점을 두는 듯한 그런 식의 인터뷰가 나간다"라며 "솔직히 말하면 당 내부에서도 신뢰 관계가 많이 훼손된 상태"라고 했다.

당 외부 인사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당헌 80조 삭제는 반개혁이고 방탄"이라며 "이 대표가 개딸의 폭력적 팬덤에 대해 자제를 요청하는 것을 보고 민주당이 정상적인 민주정당의 길을 가는가 싶었는데, 이틀 만에 팬덤정당으로 돌아가는 느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정말 원하는 것이 당의 다양성과 통합인지, 방탄과 고립인지 모르겠다"며 "장경태 최고위원은 혁신위원장인지 극성 팬덤의 대변인인지 모르겠다. 오죽하면 혁신위가 아니라 '퇴행위'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동학 전 민주당 최고위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당헌 80조 삭제야말로 방탄정당으로 가는 길이다. 결코 가선 안 된다"고 전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당헌 80조를 만들었던 2015년 당시 혁신위의 일원으로서 한 말씀 드린다"며 "실제로 부정부패 정치인이 나왔을 때 법원 판단까지 기다리자며 시간 끄는 정당에게 신뢰를 줄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하헌기 전 민주당 상근부대변인도 페이스북에서 "당헌 80조에는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당무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달리 정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있는 규정을 절차대로 작동해도 될 일을 굳이 삭제한다는 게 제 발 저리는 것 아니냐"며 "그걸 삭제하면 '방탄정당' 프레임에서 자유로워지냐. 떳떳하다면 당당하게 해야지 우회해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최근 당내 소통을 강화하며 갈등 국면을 수습해오던 이 대표 입장에서도 당헌 80조 삭제 검토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간 비명계의 목소리를 최대한 수용하는 행보를 보였는데, 이번 사태가 찬물을 끼얹었다는 것이다.

한 비명계 의원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실제로 조항이 삭제되지 않는다 해도 지금 시점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이 대표에게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확전을 피하고자 서둘러 수습에 나선 당 지도부의 모습도 눈에 띈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전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지도부 입장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서 신중하게 검토하고 충분하게 토의해야 되는데 지금 시점은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어 "당을 어떻게 똘똘 뭉쳐서 하나로 만들 수 있을 것인가, 단결해야 되는 건가에 대한 부분이 많이 언급되고 있는데 (당헌 80조 삭제 검토) 부분은 또 다른 논란, 또 후퇴(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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