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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마지막 끈' 자살예방전화 걸었지만…10명 중 4명은 통화 못해

등록 2024.09.10 16:51:20수정 2024.09.10 19:5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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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동안 응답률 평균 57.2% 그쳐

10명 중 4명은 상담사 연결 안 돼

'109' 통합 뒤 상담 수요 48% 폭증

정원 늘렸지만 민원 소화엔 한계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사진은 서울 마포대교에 적힌 자살예방 문구. 2024.09.10.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사진은 서울 마포대교에 적힌 자살예방 문구. 2024.09.1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조성하 기자 = #.우울증을 앓고 있는 대학생 A씨는 오래 전부터 자살을 고민해 왔다. A씨는 최근 극심한 우울감을 느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자살예방상담전화에 연락을 시도했지만, 모든 상담사가 통화 중인 탓에 수화기 너머로 안내음만 듣다 전화를 끊어야 했다. A씨는 "누구라도 막아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걸었던 전화였다"면서 "이때까지 꾸역꾸역 참아왔지만 더 이상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자살 고위험군 시민이 마지막 구조 신호를 보내는 자살예방상담전화 109의 응답률이 올해 57.9%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움이 필요한 시민 10명 중 4명이 상담사와 통화도 해보지 못한 셈이다.

자살예방의 날인 10일 뉴시스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7월 자살예방상담전화 109 응답률은 57.9%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60.1%였던 응답률은 지난해 53.7%까지 떨어졌다. 올해 수치가 소폭 오르긴 했지만 3년 평균 응답률은 57.2%에 그쳤다.

특히 자살 상담 및 신고가 가장 많은 시간대로 알려진 심야시간대에는 응답률이 주간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보건복지부가 24시간 운영하는 자살예방상담전화 109는 지난해 기준 오전 7~8시 가장 높은 응답률(85.9%)을 보였다. 반면 심야 시간대는 ▲오후 9~10시 39.7% ▲오후 10~11시 63.8% ▲오후 11시~오전 0시 51.2% ▲오전 0시~1시 47.7% ▲오전 1시~2시 46.2% ▲오전 2시~3시 42.0% 수준으로 크게 낮았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자살 관련 신고 건수는 ▲2019년 9만308건 ▲2020년 9만5716건 ▲2021년 10만7511건 ▲2022년 11만2465건 ▲2023년 12만747건으로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자살 관련 신고 건수가 매년 증가하는 상황에서 심야시간의 응답률 편차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살 고위험군의 구조 요청을 놓치는 상황은 자살예방 상담 인력 부족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근무 인원이 96명 수준"이라며 "올해 1월부터 상담전화번호가 109로 통합돼 지난해 상반기 대비 수요가 48%나 증가한 탓에 업무 과부하로 응답률 제고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세종=뉴시스] 지난해 12월31일 기획재정부의 '2024년부터 이렇게 달라집니다'에 따르면 올해부터 그간 분산돼 있던 자살예방 상담·신고 번호는 109로 통합 운영된다. (자료=기획재정부 책자 발췌) 2023.12.3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 지난해 12월31일 기획재정부의 '2024년부터 이렇게 달라집니다'에 따르면 올해부터 그간 분산돼 있던 자살예방 상담·신고 번호는 109로 통합 운영된다. (자료=기획재정부 책자 발췌) 2023.12.3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해까지 자살 신고·상담 전화는 ▲자살예방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상담전화 1577-0199 ▲생명의전화 1588-9191 ▲청소년전화 1388 ▲청소년모바일상담 1661-5004 ▲보건복지상담센터 129 ▲여성긴급전화 1366 ▲국방헬프콜 1303 등 기관별로 개별 운영해 왔지만 올 1월부터 109 단일 창구로 통합됐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시민이 기억하기 편한 쉬운 번호로 각인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자살 신고·상담 전화가 109로 통합된 만큼 상반기에만 상담 수요가 전년 동기 대비 50%가량 늘었다. 이에 복지부가 지난해 80명이었던 정원(실근무자 76명)을 정원 100명(실근무자 96명)으로 늘렸음에도 여전히 많은 민원을 소화하기엔 버거운 상황이다.

급여 등 열악한 상담사 처우도 상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는 원인 중 하나다. 이직으로 인해 결원이 발생하는 경우도 잦기 때문이다.

상담사들은 주말·평일 구분 없이 일하고 5개조 3교대로 야간 근무를 하는 등 높은 업무 강도를 소화하고 있다. 지난해 4조 3교대였던 근무환경에 비해 개선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따른다. 더욱이 자살예방상담전화 특성에 따른 감정노동도 커 기피하는 경향도 눈에 띈다.

정부는 내년에 인력 50명을 충원하는 안을 예산안에 포함했다. 하지만 응답률이 극적으로 개선될지는 미지수다. 전화가 몰리는 심야와 새벽시간대 상담사 연결이 어려운 상황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양두석 가천대 안전교육연수원 교수(안실련 자살예방센터장)은 "형식적 홍보용으로 번호만 통합됐을 뿐 실질적인 인력난 해소 방안과 신고자별 전문성 보완은 부재했던 탓"이라고 지적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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