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프로세스"라던 정몽규 회장, 권한 없이 '클린스만·홍명보 감독 선임 개입'
문체부 축구협회 감사 결과 중간 발표
"클린스만·홍명보 선임 규정·절차 위반"
정몽규 회장의 개입이 현 문제의 시발점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지난달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축구협회 등에 대한 현안질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4.09.2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진엽 기자 = 문화체육관광부의 대한축구협회 감사를 통해 정몽규 축구협회장의 월권이 드러났다. 권한이 없음에도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전 감독과 홍명보 감독을 선임하는 데 개입한 거로 확인됐다.
문체부는 지난 2일 서울시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진행한 축구협회 국가대표 감독 선임 관련 감사 결과 브리핑을 했다.
지난 7월 문체부는 축구협회에 대한 기초 조사를 진행한 결과, 문제점을 발견해 감사로 전환해 관련 의혹들을 파헤쳤다.
이달 말 최종 감사 결과가 공개될 예정인 가운데, 문체부는 국회 현안 질의까지 한 축구협회 국가대표 감독 선임 과정 감사 결과를 먼저 발표했다.
문체부는 이날 홍 감독 선임 과정뿐 아니라 전임자인 클린스만 전 감독 선임 과정까지 함께 들여다 본 감사 결과를 밝혔다.
문체부에 따르면 정 회장은 최종 감독 후보자 면접을 진행하면서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의 기능을 무력화시켰다.
브리핑을 진행한 최현준 문체부 감사관은 "지난 2023년 1월 당시 마이클 뮐러 전력강화위원장과 축구협회는 전력강화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미 감독 후보자 명단을 작성하고, 에이전트를 통해 이들과 접촉했다. 전력강화위원회 위원은 첫 회의 때 축구협회로부터 위원장에게 모든 권한을 위임하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후 후보 5명에 대한 1차 면접은 뮐러 위원장이, 최종 후보 2명에 대한 2차 면접은 정 회장이 진행했다"며 "전력강화위원회 위원은 클린스만 감독과 계약이 체결된 뒤 열린 두 번째 회의에서 그 결과를 통보받았다. 처음부터 감독 선임 과정에서 배제됐다"고 덧붙였다.
과거 정 회장은 클린스만 전 감독 경질 기자회견 당시 "클린스만 감독 선임 과정에서 여러 가지 오해가 있는 것 같다.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전 감독 선임 때와 같이 똑같은 프로세스로 진행했다"며 정상적인 프로세스를 밟았다고 설명했으나, 문체부 조사 결과 사실이 아닌 거로 확인됐다.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사진은 지난해 10월 13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과 튀니지의 경기에서 클린스만 감독과 대화하고 있는 정몽규 회장. 2024.02.19. [email protected]
정 회장의 감독 선임 개입은 홍 감독 때도 이뤄진 거로 밝혀졌다.
클린스만 전 감독 후임을 뽑는 과정에서 꾸려진 전력강화위원회는 정해성 전 전력강화위원장 체제 아래 선임 작업을 진행했다.
정 위원장은 10차까지 이어지는 회의를 거쳐 홍명보, 다비드 바그너, 거스 포옛 감독을 최종 후보 1~3순위로 정했다. 이를 정 회장에게 보고했는데, 정 회장이 외국인 후보자 대면 면접을 지시했다고 한다.
최 감사관은 “추천이 마무리됐으면 축구협회가 협상하면 되는데 그러지 않았다"며 "1순위였던 홍 감독부터 협상을 진행하라고 지시했다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축구협회 등에 대한 현안질의에서 정몽규(오른쪽) 대한축구협회장이 증인선서를 하기 위해 발언대로 향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해성 전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2024.09.24. [email protected]
정 위원장이 홍 감독을 1순위로 뽑는데까지는 이상이 없었으나, 정 회장이 전력강화위원회의 프로세스를 그대로 밟지 않고 외국인 후보 면접 등 별도의 추가 지시를 한 것이 문제로 확인됐다.
전력강화위원장 부임 당시 "외압 없이 뽑겠다"는 각오를 밝혔던 정 위원장은 건강이 악화됐어도 10차 회의까지 전력강화위원회를 이끌어 왔으나, 끝내 역할의 한계를 느낀다면서 사퇴했다.
이후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감독 선임 작업을 이어받아 홍 감독을 최종 선임했는데, 이 과정 역시 권한이 없는 이 기술총괄이사가 진행해 문제가 됐다.
이를 종합했을 때, 클린스만 전 감독 때도 홍 감독 때도 정 회장의 권한 없는 개입이 모든 문제의 시작이었다고 볼 수 있는 문체부의 감사 결과였다.
축구협회는 이번 문체부의 감사 결과에 대해 "문체부의 감사결과 발표는 '협회장이 부당한 개입을 했다', '협회가 전력강화위원회를 무력화, 형해화 시켰다'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협회장의 직무 범위와 전력강화위원회의 역할에 대한 심각한 오해에서 비롯됐다"며 "정관 제26조에는 '협회장이 협회의 업무를 총괄한다'로 되어 있으며, 제47조에 따르면 긴급을 요하는 사항은 회장이 처리할 수 있다"며 완전히 동의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대표팀 감독 선임과정과 관련해 논란과 혼란이 일어난 점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대표팀 감독 선임과 관련해 협회 규정이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부분과 협회가 이사회 승인을 충분히 이행하지 않은 부분 등 미비한 점들은 앞으로 보완해서 실무 운영에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홍명보(가운데) 국가대표팀 감독이 지난달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축구협회 등에 대한 현안질의에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왼쪽은 정해성 전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 오른쪽은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 2024.09.24. [email protected]
한편 문체부는 천안 축구종합센터 건립 관련 보조금 집행 및 차입금 실행, 지도자 자격관리 등에 대한 감사도 진행되고 있다면서 이달 말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최 감사관은 "정 회장은 관련 정관 등이나 국가대표 운영 위반 등이 이번 감사에서 드러났다. 아직 끝나지 않은 다른 사항도 있어서 그런 부분 같이 검토해서 10월 말에 정 회장에 대해서도 처분 요구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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