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의 월세화 가속…무주택자 "주거 사다리 끊길라" 한숨
대출 규제 강화로 전셋값 상승 자극→집값 상승 우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8일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 앞에 전세와 월세 거래 가격표가 붙어 있다. 2024.07.0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서울 아파트 월세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금융당국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범위 확대 대출 문턱을 높이자 월세 수요가 급증한 데다, 전세 사기 여파로 주택 임대 수요가 아파트에 몰리면서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전세 물량이 줄고 월세가 급증하는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하면서 무주택자들의 주거 사다리가 자칫 끊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월세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무주택자들의 주거 부담이 덩달아 커지고 있다. KB부동산 월간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월세 지수는 전월 대비 0.9p(포인트) 상승한 118를 기록했다. KB부동산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5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수도권 아파트 월세 지수 역시 119.6으로 역대 최고치다. KB부동산의 월세지수 집계는 중형(전용면적 95.86m²) 이하 아파트가 대상이다.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규제를 발표하고, 시중은행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올린 8월 이후 비중이 커졌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지역 월세 비중은 8월 35.9%에서 9월 41.9%로 증가했다. 9월 서울 아파트 월세가격지수 상승폭(1.64%)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가 시행된 이후 전세 상승폭(1.11%)을 추월했다.
실제 월세가 1000만 원이 넘는 초고가 월세 거래도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올해(11월 기준) 서울에서 1000만원 이상 초고가 월세 거래는 총 142건으로 집계됐다. 2000만원 넘는 월세 거래도 15건에 달한다.
부동산 시장에선 정부가 대출 규제를 강화하자, 월세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9월부터 시행된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됐다. 스트레스 DSR 2단계는 늘어나는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제2금융권 주택담보대출 금리에 각각 가산금리 0.75%p(포인트)를 적용하는 규제다. 2단계 규제에서는 은행권의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가산금리 1.2%p(포인트)를 적용한다. 게다가 시중 은행들이 가산금리 인상과 조건부 전세대출 금지 등으로 대출 문턱을 높인 것도 한몫했다.
전문가들은 월세 상승이 전셋값 상승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아파트 매매 대기 수요가 위축되고, 전세자금 대출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전세 대신 월세로 선회하는 임대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월세가 상승하면 전셋값을 밀어 올리고, 결국 집값 상승 압력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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