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후 재고용'으로 임금삭감?…"국제법·국내법 위반 소지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고령자 임금차별' 연구보고서 발표
유엔 사회권규약·세계인권선언에 '동일노동 동일임금'
"국제법도 고려해야…임금감액, 근로시간 조정 필요"
![[수원=뉴시스] 김종택기자 = 지난 2023년 10월 11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화성행궁광장에서 열린 '노인일자리 채용한마당'을 찾은 어르신들이 취업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2023.10.11. jtk@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3/10/11/NISI20231011_0020086400_web.jpg?rnd=20231011135157)
[수원=뉴시스] 김종택기자 = 지난 2023년 10월 11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화성행궁광장에서 열린 '노인일자리 채용한마당'을 찾은 어르신들이 취업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2023.10.11. jtk@newsis.com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일하는 노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임금피크제나 정년 후 재고용 등 기업의 고령자 고용 비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국내법뿐 아니라 국제법적으로도 저촉될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21일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박제성 선임연구위원과 양승엽·이은주 부연구위원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고령자 임금차별'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이에 현행 60세인 법정 정년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대통령 소속 사회적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는 정년 이후의 계속고용 방식을 두고 노사정이 논의하고 있다.
다만 정년을 국민연금 수급개시연령인 65세(현행 63세에서 2033년 연장)에 맞춰 법정 정년을 일괄 상향하자는 노동계와 달리, 경영계에서는 정년연장 없이 '퇴직 후 재고용' 방식을 주장하고 있어 합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두 방식은 같은 의미처럼 보이지만 재고용의 경우 퇴직 이후 다시 계약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임금 등 근로조건이 달라질 수 있다.
퇴직 후 재고용을 하면서 임금을 삭감하는 것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고령상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법) 제21조 2항은 '당사자 간의 합의에 의해 퇴직금과 연차유급 휴가일수 계산을 위한 계속기간을 산정할 때 종전의 근로기간을 제외할 수 있으며 임금의 결정을 종전과 달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구진들은 이번 보고서에서 "고령자 고용을 유지하기 위한 정책과 조치를 도입하고 시행하는 과정에서 임금을 줄이는 등 이른바 기업의 고용비용을 줄이기 위한 조치들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며 "관련 규범적 문제가 충분히 해결되지 못하고 오히려 법률적 분쟁을 야기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연구진들은 정년퇴직 후 재고용 방식이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내세우고 있는 유엔(UN)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사회권규약)'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사회권규약은 지난 1966년 UN총회에서 결의된 것으로, 이 규약 제7조는 '모든 근로자에게 공정한 임금과 어떠한 종류의 차별도 없는 동등한 가치의 노동에 대한 동등한 보수, 특히 여성에 대해 동등한 노동에 대한 동등한 보수와 함께 남성이 향유하는 것보다 열등하지 않은 근로조건의 보장 등을 제공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 헌법은 헌법에 의해 체결·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비준하지는 않았지만 국제관습법인 '세계인권선언'에도 동일가치 동일임금 원칙이 담겨있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지난 1월 23일 서울 정동1928아트센터에서 열린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고령자 계속 고용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김형동(왼쪽 두번째부터) 국민의힘 의원,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 이동근 경총 부회장, 권기섭 경사노위 위원장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5.01.23. photocdj@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1/23/NISI20250123_0020673504_web.jpg?rnd=20250123151837)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지난 1월 23일 서울 정동1928아트센터에서 열린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고령자 계속 고용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김형동(왼쪽 두번째부터) 국민의힘 의원,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 이동근 경총 부회장, 권기섭 경사노위 위원장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5.01.23. photocdj@newsis.com
연구진들은 "고령자의 고용을 유지·촉진하기 위한 조치들 가운데 임금피크제 및 정년 후 계속고용·재고용과 결합된 임금조정은, 설령 고령자고령법 위반은 아닐지 몰라도 사회권규약과 세계인권선언에서 정하고 있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에는 반할 수 있다"며 "앞으로 관련 논의는 국제법적 근거를 함께 고려하면서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들은 정년 후 재고용에 대해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상승하는 '연공급제'를 도입한 경우 고령의 근로자를 능력이나 성과와 무관하게 계속고용하는 것은 기업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면서도 "정년퇴직한 고령 근로자에 대한 재고용에 대한 기회 부여가 연령차별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했다.
실제로 법원은 고령 근로자의 임금 감액을 인정하면서도 최근 들어 노사 합의가 있더라도 불리한 처우를 정당화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놓는 등 개별 사안에 따라 달리 보고 있다는 게 연구진들의 분석이다.
또 우리 헌법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며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해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 차별을 받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으며, 근로기준법에서도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금지하는 '균등대우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연구진들은 "임금의 수준이 종전과 달라지는 경우 그에 수반되는 근로시간 또는 업무 내용, 책임 범위 조정 등을 통해 고령 근로자의 임금 감액에 대한 타당한 근거가 함께 주어져야 한다"며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중앙연구원이 2023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정년 후 재고용된 근로자들의 평균임금은 21.4%가 감소했지만 퇴직 이전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근로시간은 3.4%, 업무책임은 9.0%만 감소했다고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단지 정년퇴직 후 재고용된 이유만으로 임금의 감액이 이뤄진다면 벌써 문제 제기되고 있는 고령자들의 저임금 불안한 일자리 문제를 더욱 확산시킬 수밖에 없고 이는 고령자고용법 입법취지와 맞는 방향도 아닐 것"이라며 "임금 감액에 관한 합리적 이유를 더 이상 고령자고용법 21조에서만 찾으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adelant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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