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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김도현 "음악은 가장 강력한 치유의 무기" [문화人터뷰]

등록 2025.03.22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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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공연

"라흐마니노프 들으며 끓어오르는 감정 느껴"

부조니 준우승·차이콥스키 세미파이널 특별상

"음악 자체가 큰 행복…행복 전도사 되고파"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피아니스트 김도현이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개인 연습실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5.03.22.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피아니스트 김도현이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개인 연습실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5.03.22.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원 기자 = "초등학교 6학년 때 MP3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들으면서 끓어오르는 감정을 많이 느꼈어요. '음악은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구나'하고 느꼈죠."

피아니스트 김도현(31)은 항상 러시아 작곡가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 연주를 꿈꿔왔다. 그에게 음악의 매력을 알려줬을 뿐 아니라 음악가를 꿈꾸게 된 계기였기 때문이다.



김도현은 22일 서울아트센터 도암홀에서 오케스트라 디 오리지널과 함께 이 작품을 선보인다. 이 곡은 뛰어난 테크닉과 예술성을 요구하며 피아노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한 라흐마니노프의 초월적 의지가 드러난 작품으로 평가 받는다.

이번 공연은 서울아트센터 도암의 '디 오리지널 에디션' 세 번째 시리즈 무대다. 라흐마니노프의 작품과 함께 러시아 작곡가 알렉산드르 글라주노프의 '교향곡 6번 1악장'과 최우정 작곡가의 '싯타르타 서곡'을 연주한다.

지난 17일 뉴시스와 만난 김도현은 처음 이 작품을 처음 연주한 순간을 소개했다. 2023년 부천아트센터의 개관 기념 무대에서였다.



당시는 군 입대를 앞둔 그가 2021년 부조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준우승을 거머쥐어 예술요원으로 편입돼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는 봉사를 하던 시기였다.

김도현은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연주할 기회가 생겼지만 출퇴근 후에 돌아오면 너무 힘들어서 거의 연습을 못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봉사를 간 학교에서 아이들한테 (이 곡을)보여주면서 어떻게든 준비했는데 아트센터가 개관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에 전석이 매진됐었다"며 "첫 무대고 연주해 본 적도 없어 약간 부담스러웠고 그런 모습이 유튜브에 박제가 돼 부끄럽다"고 털어놨다.

김도현은 유치원에 다닐 무렵 피아노 건반을 처음 눌러봤다고 한다.

그는 "어머니가 초등학교 선생님이라 학교에서 풍금을 치셨고 집에도 업라이트 피아노가 있었다"며 "유치원에서 배운 동요의 음을 집에서 눌러보다가 아버지가 '절대음감이 있는 것 같다'고 해 피아노 학원에 보내졌다"고 회상했다.

[서울=뉴시스] 김도현 피아니스트(사진=ⓒ김신중, 더브릿지컴퍼니 제공) 2025.03.2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도현 피아니스트(사진=ⓒ김신중, 더브릿지컴퍼니 제공) 2025.03.2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악기보다 운동에 흥미가 있었다는 그는 "축구나 탁구를 너무 좋아해서 그런 쪽을 하고 싶었다"며 "피아노 치는 걸 전혀 좋아하지 않았는데 계속 음악을 하도록 격려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솔직히 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어쩌다 보니 플루트도 하고 초등학생 때는 합주부에서 스네어 드럼을 쳤다"고도 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피아노를 시작한 건 중학교 2학년 무렵이었다. 피아노와 관련한 인터넷 카페를 둘러보며 정보를 얻고 연주한 영상을 올리는 것에 재미가 붙었다. 레슨을 받기 시작하면서 기초부터 다시 배웠다.

김도현은 "선생님으로부터 '손가락 독립이 안 돼 있다'는 말을 듣고 독립 연습을 하면서 그때 기초를 많이 연습했다"며 "하루에 8~9시간씩 피아노를 쳤던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예고에 들어가면 전공으로 하고 못 가면 공부하자고 부모님과 약속했다. 열심히 해서 예고에 입학했고 계속 피아노를 하게 됐다"고 했다.

좀 더 어린 시절에 전문적으로 피아노를 시작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느냐고 하자 김도현은 "너무 어렸을 때부터 한 사람들은 삶의 경험이 조금 부족하고 늦게 한 사람은 약간의 기본기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연주하면서 뭔가 틀릴 것 같고 극복해야 할 만한 장애물들이 있지만 행복한 기억도 많고 다양한 경험을 했기에 오히려 감사하다"고 말했다.

피아니스트가 되겠다고 마음을 먹은 시기는 2019년 차이콥스키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세미파이널 특별상을 받은 이후라고 했다.

김도현은 "2019년 9월부터 11월까지 매달 연주가 있었는데 2020년에 코로나가 터지면서 다 없어졌다"며 "암흑기처럼 그때부터 군 문제도 있어 진지하게 미래를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때부터 여러 개의 콩쿠르를 내봤는데 다 떨어지고 부조니만 붙어서 마지막 카드처럼 남으니 '이거라도 열심히 해보자'라고 생각해 넉달 정도 준비했다"고 했다.

부조니 콩쿠르에서 2위에 오른 김도현은 "1등을 했으면 어떤 느낌이 들었을지 모르겠지만 2등을 했기에 더 성장했던 것 같다"며 "2등은 '나아가야 할 곳이 있다'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김도현 피아니스트(사진=ⓒ김신중, 더브릿지컴퍼니 제공) 2025.03.2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도현 피아니스트(사진=ⓒ김신중, 더브릿지컴퍼니 제공) 2025.03.2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무대와 연습실이 아닌 음악 그 자체가 곧 행복이라고 했다.

김도현은 "음악은 치유의 수단 중에 가장 강력한 무기"라며 "우울할 때마다 산책하면서 감동적인 음악을 들으면 안 좋은 감정이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공연을 찾는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남겼다.

"사람들도 행복하고 싶어서 음악을 듣는 거니까 그런 행복을 전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tide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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