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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의 무희, 그속엔 평범한 사랑을 꿈꾼 여인…'마타하리'[이 공연Pick]

등록 2022.06.18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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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15일까지 샤롯데씨어터

[서울=뉴시스]뮤지컬 '마타하리' 공연 사진.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2022.06.1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뮤지컬 '마타하리' 공연 사진.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2022.06.1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새빨간 꽃이 피어난다. 얼굴을 가린 마타하리가 매혹적인 몸짓으로 한꺼풀씩 벗어던지며, 한 송이 꽃처럼 피어오른다.

아름다운 무희 마타하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뮤지컬 '마타하리'가 5년 만에 돌아왔다.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이 작품은 1차 세계대전 중 이중 스파이 혐의로 프랑스 당국에 체포돼 총살당한 비운의 여인을 그려낸다.

'여성 스파이', '팜므파탈' 등의 상징으로 후대에 각인돼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뮤지컬은 그녀의 인간적인 모습에 더 초점을 맞췄다. 사랑하는 사람과 평범한 삶을 꿈꾸며 자유롭게 살아가길 바라는 한 여인이 있을 뿐이다. 그런 그녀가 왜 마타하리로 살게 됐는지, 왜 스파이를 할 수밖에 없는지 풀어낸다.
[서울=뉴시스]뮤지컬 '마타하리' 공연 사진.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2022.06.1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뮤지컬 '마타하리' 공연 사진.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2022.06.1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부모님과 행복한 나날을 보냈던 한 소녀는 하루아침에 불운한 운명을 맞는다. 삶을 덮친 가난 속, 도피처로 택한 결혼생활 역시 불행했다. 그렇게 프랑스 파리로 건너간 그녀는 생존을 위해 이국적인 춤으로 유럽 사교계를 사로잡았다. 그리고 말레이어로 '새벽의 눈동자'라는 뜻의 마타하리가 된다. 파리에 갓 도착했을 때의 허름한 행색은 온데간데없고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그 속엔 여전히 상처 입은 한 소녀 마가레타가 있다.

프랑스군 파일럿 아르망과 사랑에 빠지며 그녀는 소박한 행복을 상상한다. 화려한 빛의 마타하리와 어두운 그늘 속 마가레타, 그 경계에서 공허함을 느끼는 그녀는 있는 그대로 자신을 바라봐주는 아르망에게 치유받는다. 하지만 시대적 상황은 이들을 가만두지 않는다. 프랑스 정보부 라두 대령은 국경을 자유롭게 오가는 마타하리에게 스파이를 제안하고, 정치적 상황으로 결국 그녀를 형장에 세운다.
[서울=뉴시스]뮤지컬 '마타하리' 공연 사진.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2022.06.1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뮤지컬 '마타하리' 공연 사진.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2022.06.1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마타하리의 서사에 더욱 집중한 이번 시즌엔 그녀의 진짜 자아를 보여주는 캐릭터가 추가됐다. 가상의 존재로 마타하리가 되기 전, 순수했던 소녀 마가레타를 표현한다. 무용수가 대사 없이 춤으로 그녀의 과거와 내면을 그려낸다. 외로운 마타하리에게 손을 내밀어주고 가족처럼 끝까지 곁을 지키는 안나와의 서사도 새로 더해졌는데, 적은 분량에도 따듯한 케미로 눈길을 끈다.

작품의 백미는 마타하리의 춤이다. 빨간 의상을 입고 사교계에 데뷔하는 1막의 '사원의 춤' 장면은 관능적이고 매혹적인 손짓과 몸짓으로 짜릿함을 안긴다. 6명의 댄서와 한 몸처럼 춤추며 시선을 빼앗고 관객들을 유혹한다. 전체 장면 중 무희의 춤은 많지 않아, 오히려 더 보고 싶을 정도다. 이중 스파이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되고 마지막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때, 슬프지만 당당하게 나서며 손키스를 보내는 '마지막 순간' 넘버도 인상적이다.

다만 화려한 무희의 삶과 치밀한 스파이의 모습을 기대한다면, 조금 다를 수 있다. 극의 중심인 마타하리와 아르망이 사랑에 빠지게 되는 순간은 운명적인 찰나에 그치는 등 몰입에 아쉬운 부분도 있다.
[서울=뉴시스]뮤지컬 '마타하리' 공연 사진.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2022.06.1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뮤지컬 '마타하리' 공연 사진.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2022.06.1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타이틀롤을 맡은 솔라는 뮤지컬 첫 데뷔이지만 실력파 가수답게 시원하고 안정적인 가창으로 극을 이끌어간다. 뇌쇄적인 무희보다 순수한 소녀의 모습처럼 느껴지며, 아르망과의 풋풋한 사랑을 보여준다. 초반부 어두운 과거 이야기 등 다소 어색한 지점도 있지만 절정에 이르는 '마지막 순간'의 장면 등을 깊숙이 그려내며 연기적으로 더 무르익은 모습을 궁금해지게 했다.

2016년 초연부터 출연한 옥주현이 또다른 색채의 마타하리를 연기한다. 아르망은 '레떼아모르' 김성식, 'FT아일랜드' 이홍기, '비투비' 이창섭과 뮤지컬 배우 윤소호가 연기하며, 라두 대령은 최민철과 '라비던스' 김바울이 맡는다. 아름다운 의상은 물론 빨간 벨벳커튼이 드리워진 마타하리의 대기실, 전쟁터, 프랑스와 독일 등을 오가는 다채로운 무대도 볼거리다. 오는 8월15일까지 공연.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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