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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내 괴롭힘 기업, '청년내일채움공제' 참여 못하나

등록 2020.11.0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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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 발생 기업에 대해 가입제한 방안 검토중

공제 발목잡혀 부당처우 참는 사례 잇따른 조치

신고건수 만으로 요건삼긴 어려워…취하도 태반

[수원=뉴시스]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1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고용노동부 경기지청 노사상생지원과에서 민원인이 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DB) 2019.07.16. photo@newsis.com

[수원=뉴시스]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1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고용노동부 경기지청 노사상생지원과에서 민원인이 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DB) 2019.07.1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정부가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한 중소·중견 기업에 대해 취업청년 목돈마련 사업인 '청년내일채움공제' 참여 배제를 검토 중이다.

최근 청년내일채움공제 만기를 채우기 위해 직장 내 부당 처우를 참고 있는 청년들의 사례가 알려지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지만 정량화된 기준을 두고 고심 중인 것으로 보인다.

8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고용부는 현재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한 기업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기업을 대상으로 청년내일채움공제 가입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괴롭힘뿐만 아니라 문제가 제기되는 회사를 가입 대상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아직 정해진 것은 없고 현재 가입 제한으로 여러가지를 두고 있는데 이런 부분에서도 추가할 부분이 있을지를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내일채움공제는 중소·중견기업에 취업한 청년 노동자가 수년간 근속하며 일정 금액을 적립하면 기업과 정부가 돈을 보태 목돈을 마련하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청년이 2년간 300만원을 적립해 1600만원을 받는 2년형과 3년간 600만원을 적립해 3000만원을 받는 3년형으로 나눠져 구분된다.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방지하고 사회 초년생인 청년들에게 자금을 마련할 기회를 준다는 의의가 있지만 중도해지 시 혜택은 무효화된다. 장기근속을 유도하기 위해 재가입은 사업장 휴·폐업, 도산, 권고사직, 임금체불, 고용보험료 체납, 기타 지방관서장이 인정하는 경우 6개월 이내 재취업을 전제로 1회 허용하고 있다.

이 같은 엄격한 운영 때문에 최근 일각에서는 제도에 발목 잡힌 청년들이 사내에서 괴롭힘을 참고 있다는 호소가 잇따랐다.

올해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이유로 이직한 경우 공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됐지만 직장 내 괴롭힘을 애초 공제 가입 요건으로 반영하려는 것은 이 같은 폐해가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기업에 대해서는 임금체불 사업주, 노사 분규 중인 사업장, 중대산업재해발생 사업장을 비롯해 고용부 장관 또는 지방관서장이 적정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경우 기업의 가입을 제한할 수 있다.

문제는 임금 체불 등과 직장 내 괴롭힘을 동일선상에 놓고 요건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임금체불 등은 근로기준법 위반 사항으로 처벌 조항이 명시돼 있지만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서는 이 같은 부분이 전무하다.

[서울=뉴시스]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네거리에서 열린 갑질금지법 시행 맞이 캠페인에서 직장갑질119 관계자가 든 부채 뒷면에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내용이 쓰여있다. (사진=뉴시스 DB) 2019.07.16.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네거리에서 열린 갑질금지법 시행 맞이 캠페인에서 직장갑질119 관계자가 든 부채 뒷면에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내용이 쓰여있다. (사진=뉴시스 DB) 2019.07.16. [email protected]

현행 직장 내 괴롭힘 법은 회사가 신고를 이유로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행위를 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가해자나 괴롭힘 자체에 대한 처벌 조항은 없다.

가장 유력한 기준은 고용부에 접수되는 신고 건수인데 이를 기준으로 할 경우 파생되는 문제가 만만치 않다.

일단 신고 자체를 직장 내 괴롭힘 인정 기준으로 유의미하게 볼 수 있느냐의 문제가 발생한다. 신고가 접수되면 지방관서에서는 사업장이 자율적으로 이를 개선할 수 있도록 개선 지도를 하고 사업장의 조치를 확인 후 불합리한 경우 감독관이 조사에 나선다. 괴롭힘 판단 여부에 대해 감독관의 판단이 작용하지만 명확한 기준이 없다.

근로자가 스스로 신고를 취하하는 경우도 태반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고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후 지난 7월까지 1년간 총 신고 사건은 4975건에 달했는데 이 중 2156건은 행정조치 없이 취하됐다. 개선지도는 848건(18.2%), 검찰 송치는 53건(1.2%)이었다.

사업장에 신고된 단순 건수만으로 패널티를 주기에 무리가 있다는 의미다. 고용부 관계자는 "신고는 조사를 해서 밝혀봐야 하는 부분으로 말 그대로 근로자의 주장에 불과하다"면서 "단순 신고 건수만으로 해당 사업장에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고 확정하는 것은 무리"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괴롭힘의 주체가 사업장이 아닌 경우 공정성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근로자간 괴롭힘이 발생한 경우 정작 근로자에 대한 처벌은 할 수 없지만 이를 대신해 기업이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들을 고려해 고용부는 신중하게 대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청년내일채움공제 위탁 기관들을 만나 제도 운영상 문제점과 현장 애로를 청취하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직장 내 괴롭힘 등 최근 문제되는 사례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이런 부분을 담아가야 할 것으로 방향성을 생각하고 있다"며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한 기업을 파악하는 부분도 쉽지 않은 만큼 면밀히 검토해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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